헌혈 50~100회… 어르신 대상 나눔 실천
남 위해 희생하신 부친 뜻 대물림 사연에
전역후 재입대 남다른 사명감까지 '훈훈'
내 몸 하나 챙기기 힘든 군 복무 중에 꾸준한 헌혈도 모자라 소외된 이웃 돌보기에 여념이 없는 참군인들이 있어 지역사회에 울림을 안기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해병대2사단 직할부대 한 사무실 소속인 이종민(40)·정태훈(39) 상사와 전홍준(35) 중사. 각각 헌혈 103회와 58회, 56회를 기록한 이들은 매주 토요일이면 복지단체 식사봉사에 나서고 명절 때는 어김없이 홀몸노인들에 쌀을 배달한다. 사비로 과자와 음료수 등을 마련해 노인들에게 틈틈이 선물도 한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입대해 올해 군 생활 21년째를 맞은 이 상사는 어릴 적 기억 하나가 평생 봉사의 계기가 됐다. 시동이 걸린 채 정차한 경운기에 아이가 달려드는 것을 부친이 구하려다 손가락이 절단됐던 일화다. 아이의 집에서 병원비를 부담하려 했는데 그의 부모는 당연한 일이라며 한사코 마다했다.
이 상사는 "아버지는 불편한 손으로 노년을 보내시면서도 누군가 생명이 위험한 순간을 또 마주치면 기꺼이 도와줄 것이라 하셨고, 사회에 봉사와 희생을 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다"고 회상했다.
부친의 숭고한 정신은 대물림돼 이 상사의 봉사활동에는 아내와 초등학생 두 아들, 막내딸 등 가족 모두 따라다닌다. 아내는 "그래야 세금 받을 자격이 있다"며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포항 출신인 정 상사는 창원에서 육군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용접공으로 10년을 일하다 부사관 지원연령제한 수개월을 남기고 어렵게 빨간 명찰을 달았다. 그래서인지 정 상사는 봉사를 자신의 마땅한 의무라 생각한다.
홀몸노인들이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를 소량이나마 손에 쥐여 줄 때는 부모님 생각이 나서 눈시울이 붉어진다는 그는 "전역 때 까지만이 아니라 인생이 끝날 때까지 타인을 위해 헌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항구도시 목포에서 나고 자란 전 중사는 원래 해병대 전투병이었다. 전역 후에도 짙푸른 사나이들의 바다에 미련이 남아 해군 부사관으로 재입대, 4년 6개월을 복무했다.
그리고 다시 무적 해병의 품으로 돌아온 천생 군인이다. 준사관까지 복무해보고 싶다는 그는 "존경받는 아버지, 나보다 해병대를 더 빛낼 수 있는 군인이 될 것"이라고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팔각모의 천사들은 "헌혈과 봉사활동도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군인의 본분"이라는 말을 남기고는 서둘러 전투태세로 복귀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