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작가 김영하 소설 영화화
원신연 감독 독창적 각색 더해
'치매 연쇄살인범' 역할 설경구
특수분장속 탁월한 눈빛연기
■감독 : 원신연
■출연 : 설경구, 김남길, 김설현, 오달수
■개봉일 : 9월 6일
■범죄 스릴러 / 118분 / 15세 이상 관람가
한때 연쇄살인범이었던 병수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접촉사고로 알게 된 태주에게서 자신과 같은 눈빛을 발견하고 그 역시 살인자임을 직감한다. 병수는 그를 경찰에 신고하지만 태주가 그 경찰이었고, 아무도 병수의 말을 믿지 않는다.
태주는 병수의 하나뿐인 딸 은희 곁을 맴돌며 계속 병수의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병수는 혼자 태주를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기록하고 쫓지만 기억은 자꾸 끊기고, 오히려 살인 습관들이 되살아나며 망상과 실제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은 출간 당시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이라는 파격적인 소재와 새로운 연쇄살인범의 등장 이후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 반전 결말까지 그간 본 적 없는 흡입력 있는 스릴러 소설의 탄생을 알리며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전작 '세븐 데이즈'와 '용의자'를 통해 스릴러와 액션 장르에서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 원신연 감독은 소설을 읽자마자 곧바로 영화로 만들 것을 결심했다. 원작이 가진 독창적인 재미에 영화적인 창작을 더해 독특한 색깔의 범죄 스릴러 영화를 탄생시켰다.
"소설과 가장 가까우면서 먼 영화가 될 것"이라 자신한 그는 원작의 큰 틀은 유지하되 영화라는 장르에 맞춰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병수'의 캐릭터에 죽어 마땅한 세상의 쓰레기들을 청소하기 위해 살인을 한다는 설정을 더했다. 또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는 '병수'의 오랜 친구 '병만' 캐릭터를 더해 긴장감과 웃음을 유발한다.
파격적인 설정과 스토리 만큼 배우들도 새로운 비주얼과 연기를 선보인다. 변신에 능한 설경구는 '병수' 역을 맡아 극한의 체중 감량에 나서 특수분장 없이도 본인보다 10살 많은 모습으로 스크린에 등장한다.
현실과 망상을 오가며 겪어야 하는 혼돈을 순간적인 눈빛 변화만으로 표현해내기도 했다. 예측할 수 없이 시시각각 변하는 설경구의 눈빛 연기는 감탄을 자아낸다.
김남길은 살을 찌웠을 때 섬뜩함이 배가되는 얼굴이라고 생각한 원신연 감독의 주문에 14㎏이나 몸을 불렸다. 외형뿐 아니라 미세한 감정의 줄타기를 하는 어려운 역할을 김남길은 능란하게 소화했다.
오달수는 개성 만점 캐릭터 연기의 진수를 선보인다. '병만'역을 맡아 단순한 웃음이 아니라, 웃음으로 시작해서 팽팽한 긴장감으로 분위기가 반전되는 연기로 관객의 몰입을 이끈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사진/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