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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기념관의 '자유수호의 탑'.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북한군 보급선 차단 전쟁초반 열세 뒤집은 '결정적 순간'
영화·소설·만화 다양한 장르서 다뤄 '다른 시각' 살펴보기
15일부터 사흘간 월미도서 기념식·의장대 퍼레이드 축제
무기등 전시 기념관·팔미도 등대 찾아 '역사 숨결 느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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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 발발 직후 북한군은 단숨에 수도 서울을 점령했다. 한국군과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은 38일 만에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 내려갔다.

당시 유엔군 총사령관이던 더글러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1880~1964)는 불리한 전세를 역전시킬 카드로 적의 후방을 치는 상륙작전을 택했고, 상륙지점으로 인천을 낙점했다.

9월 15일 유엔군은 함정 261척과 지상군 7만5천여 명을 투입, 인천 앞바다에 총공세를 퍼부으며 월미도를 비롯한 3개 지점에 상륙해 북한군의 보급선을 끊었다.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한 지 12일 뒤인 9월 27일 한국군과 유엔군은 서울을 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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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초반 전세를 뒤집은 9·15 인천상륙작전일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이맘때면 인천상륙작전을 기억하기 위한 행사가 인천에서 열리고, 인천상륙작전과 관련한 역사적 장소를 찾는 발길이 전국 각지에서 이어진다.

영화, 문학, 만화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가 한국전쟁의 가장 결정적 순간인 인천상륙작전을 담아내고 있다. 문화예술작품이라는 프리즘을 거쳐 각기 다른 시각으로 인천상륙작전을 본다면, 올해 9월에는 인천의 그 역사적 장소들에 발을 디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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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영화 '인천상륙작전'·'인천' 포스터, 인천상륙작전기념관내 팔미도등대 소품. /경인일보DB·인천상륙작전기념관·CJ엔터테인먼트 제공

■문화 속 인천상륙작전

포털사이트 '다음'은 올 2월부터 윤태호 작가의 만화 '인천상륙작전'을 연재하고 있다. 2013~2014년 일간지에 연재된 작품을 웹툰으로 재구성해 무료로 공개하고 있는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유료로 전환될 예정이다.

해방 전날인 1945년 8월 14일을 시작으로 하는 만화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 발발과 낙동강 전투를 거쳐 인천상륙작전 이후 서울 수복 때까지의 현대사 속 평범한 가족이 겪는 비극을 다뤘다.

서울에 사는 주인공인 소년 철구네 식구를 중심으로 해방기와 전쟁 속에서 살아간 다양한 인간군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만화 속 철구의 어머니는 친정이 인천이라 '인천댁'으로 불린다. 철구의 가족은 6·25 직후 인천으로 피란길에 오르지만, 인천도 이미 북한군이 점령한 뒤였다.

인민재판, 보도연맹 학살사건, 노근리 양민학살사건 같은 전쟁통에 일어난 비극이 철구네 식구를 스쳤고, 인천상륙작전 과정에서의 인천시내 폭격은 이야기의 절정에 해당한다.

지난해 7월 개봉해 7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상륙작전 성공을 위해 인천에 잠입한 우리 해군 첩보부대의 활약상이 주요 내용이다.

인천상륙작전 직전 인천 일대에서 펼쳐진 대북 첩보작전인 일명 '엑스레이(X-RAY) 작전'을 소재로 했는데, 역사적 고증보다는 액션에 초점을 둔 블록버스터 영화다. 이 영화에서는 세계적인 할리우드 배우인 리암 니슨이 맥아더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북한에서도 인천상륙작전을 영화화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1982년 제작된 북한 영화 '월미도'는 소설가 황건(1918~1991)이 1952년 발표한 장편소설 '불타는 섬'이 원작이다. 북한군 1개 포병중대가 유엔군의 대규모 병력을 단 4문의 포로 3일 동안이나 막아내다가 전사한다는 줄거리다.

북한에선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북한의 시각에서 인천상륙작전은 패배가 아닌 최후의 항전으로 묘사됐다.

할리우드에서도 1981년 약 4천400만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여 '인천(Inchon)'이란 제목의 인천상륙작전 영화를 만들었다.

'오, 인천(Oh, Inchon)'으로도 불리는데, 당시 최악의 영화라는 혹평을 받고 흥행에 참패했다. 화려한 제작진과 출연진을 자랑했지만, 종교적 색채가 짙어 줄거리가 어색해진 게 영화가 실패한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전쟁의 참상은 인천상륙작전을 다룬 소설에서 더욱 낱낱이 드러난다. 인천 태생의 소설가 이원규가 1989년 발표한 장편소설 '황해(黃海)'에는 인천상륙작전 당시 민간인이 사는 시가지에 가해진 폭격으로 얼마나 많은 피해가 있었는지 그 모습을 직접 보는 듯 생생하다.

'갑자기 퍼부어진 수천 발의 항아리만한 포탄들은 공장과 집과 나무들과 길바닥을 박살내고 사람들의 몸뚱이도 박살내었다. 지난 이틀 동안 미군기가 날아와 공습을 했지만 그것은 월미도에 한정된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천지를 흔들며 시가지로 날아와 단 한 발에 두세 채의 집을 날려버렸다.'

이원규의 소설 '황해'는 1945년 해방부터 1950년 한국전쟁 직후까지의 인천이 주무대다. 만화 '인천상륙작전'과 비슷한 시간적 배경이어서 두 작품을 비교해가며 읽으면 당시 상황을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힙합 경연 TV프로그램 우승자인 인천 출신 래퍼 '행주'가 소속된 힙합그룹 '리듬파워'는 2010년 '인천상륙작전'이란 제목의 노래를 발표한 바 있다. 실제 전쟁에서의 인천상륙작전과는 연관이 없지만, 리듬파워 멤버들이 어린 시절을 보낸 인천에 대한 추억과 애정이 담긴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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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공원에 설치된 맥아더 동상. /경인일보DB

■인천상륙작전의 흔적을 보려면

이달 15~17일 인천 월미도 문화의거리에서는 인천 중구, 해군과 해병대가 주최하는 '인천상륙작전 월미축제'가 열린다. 전승기념식, 시가행진, 의장대 퍼레이드 같은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고, 저녁에는 음악회가 마련됐다.

다만, 해군이 매년 인천 앞바다 해상에서 함대와 병력을 동원해 인천상륙작전을 재현하는 행사는 최근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인한 한반도 긴장감 고조를 이유로 취소됐다.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는 인천시가 1984년 시민 성금을 보태 건립한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이 있다. 기념관에선 인천상륙작전과 한국전쟁 관련 무기류를 비롯한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야외전시장에는 영화 '인천상륙작전' 촬영에 사용한 팔미도 등대 세트도 설치돼 있다. 1903년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이기도 한 팔미도 등대는 연안부두에서 팔미도 유람선을 타면 직접 볼 수도 있다. 중구 자유공원에는 '보혁 갈등의 상징'인 맥아더 동상이 있다.

인천상륙작전 사진
인천에 상륙하기 직전 병사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제공

유엔군은 인천상륙작전을 강행하기 며칠 전부터 인천 월미도 일대에 네이팜탄 등으로 맹폭을 가했다. 이때의 폭격으로 월미도에 살던 주민 100여 명이 희생됐고, 상당수 주민이 터전을 잃기도 했다. 당시 월미산의 높이가 낮아질 정도로 월미도는 쑥대밭이 됐는데, 그 무자비한 폭격 속에서도 살아남은 나무가 현재 월미공원에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월미도 폭격에서 살아남은 수령 70년 이상의 나무를 '월미 평화의 나무'로 선정, 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안내시설을 설치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