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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째 수원전산여고 배구부의 '엄마'로 함께하는 김순자씨가 선수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on.com

"졸업한 선수들, 음식 맛 못잊어
일년에 한 두번, 꼭 다시 찾아와"
건강 나빠져 그만 두려고도 고민
박기주 감독의 만류로 계속 운영
코트 밖 '고민 상담'도 김씨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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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상하이), 황연주, 한유미(이상 수원 현대건설), 김수지(화성 IBK기업은행), 한송이(대전 KGC인삼공사), 이효희(김천 하이패스)'.

이들은 수원전산여고가 배출한 한국을 대표하는 여자 배구 스타들이다.

수원전산여고에는 지난 1984년 배구부 창단이후 현재까지 배출된 모든 선수들의 성장을 지켜본 사람이 있다. 바로 수원전산여고 선수들의 식사 등을 32년째 챙겨주고 있는 김순자씨다.

앞에 말한 현재 한국 여자 배구를 이끌고 있는 스타 선수들도 김씨의 음식을 먹고 각종 대회에 출전해 화려한 성적을 작성했다.

김씨는 "졸업한 선수들이 음식이 생각난다며 일 년에 한 두번은 꼭 찾아온다"며 "지난번에는 (김)연경이가 와서 사진을 찍자고 했는데 안찍는다고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올해로 73세인 그는 올 초 디스크가 발병, 병원에 3주 동안 입원하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아 식당 운영을 그만 두려고 했으나 수원전산여고 박기주 감독의 만류로 계속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선수들도 잘 알고 있어서인지 식사시간에는 항상 선수들이 나서 김씨를 돕는다.

박 감독은 "식당에서 밥해주시는 분이 아니다. 말 그대로 어머니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이 김씨를 이렇게 믿는 건 그가 단순히 식당에서 음식만 해주는 게 아닌 학생 선수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남자 감독이 할 수 없는 어려운 부분까지 나서서 해결해 주고 있다.

수원전산여고가 수많은 스타 선수를 배출할 수 있었던 건 코트에서 각종 기술을 가르치는 박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외에도 이렇게 코트 밖에서 선수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살뜰하게 챙겨주는 김씨가 환상의 콤비로 역할을 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김씨는 "애들이 잘 따른다. 또 내 가족 같다는 생각을 하니까 여기까지 온 거 같다"고 수원전산여고에서의 32년을 말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