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재단 교체 개교 35년만 전환점
입시 노하우 수혈 진학 선호학교 도약
맞춤 로드맵 통해 관심논문 작성 눈길
자율동아리 생활지도·지역 소통 확대

하지만 평준화 이후 의정부의 고교서열은 요동치고 있다. 학교 간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하면서 학생 중심의 이른바 '좋은 학교'가 성적 위주의 명문 학교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지역 교육계에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고교서열 파괴'의 중심에는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영석고등학교'가 있다.
많은 지역 주민은 이를 '기적'이라 부른다. 여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비평준화 시절 이 학교는 학생들이 진학을 꺼리는 '비희망 학교'로 통했다. 대학 진학률, 교육환경, 학생생활지도 등 여러 면에서 낙후성을 면하지 못했다.
이런 학교가 올해 대입 수시모집에서 서울지역 합격자만 90명이 넘고 수도권 4년제 합격자도 90명을 배출하는 등 대학입시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41년 학교 역사상 한 번도 없던 일이다. 게다가 최근 2년 사이 의정부 중학생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고교 1~2위를 다투는 학교로 발돋움했다.

과거 희망이 없어 보이던 '비희망 학교'에서 오늘날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선호 학교'로 도약한 비결은 무엇일까? 영석고는 지난 2011년 동국대학교로 재단이 바뀌면서 개교 35년 만에 전환점을 맞았다. 변화의 기회를 잡은 학교는 교실수업에 가장 먼저 메스를 가했다.
비효율적인 수업방식 모두를 수술대에 올려놓았다.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수능 출제위원과 교육과정평가원 출제위원 출신 등 대학 입시 전문가들로 채워졌다. 대학입시의 경험과 노하우가 교실수업에 수혈된 것이다.
당시 학교 여건과 학생 평균 학력 등 여러 환경을 고려할 때 이는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다. 학생과 학교 상황을 볼 때 자질 있는 우수 교사 영입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학생 눈높이 교육이었다.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춰 진학지도를 하는 것이다. 효율적인 진학지도를 위해 학교가 도입한 것이 '학생 맞춤형 진학 로드맵(DYS-Loadmap)'이다. 로드맵 작성을 위해 학생들은 입학 전 적성검사와 심리검사를 받고 1학년부터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춰 공부하게 된다. 학생의 적성과 진로 파악은 한 번의 검사로 끝나지 않는다.
3년 내내 학부모·학생과 수시 상담을 통해 개인별 맞춤형 로드맵을 완성해 나간다. 진로지도는 철저히 이 로드맵에 따라 움직인다. 로드맵 진로지도는 학생들을 스스로 공부하게 했다. 자기주도학습이 이뤄지면서 면학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조성됐다.
아침·야간 자율학습에 학생이 몰려들자 학교에서 조·석 식을 마련해야 할 정도였다.
이 학교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교육 과정이 있다. 로드맵을 통해 발견한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심화하는 과정이다. 관심 있는 분야를 탐구해 논문을 작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학습 방식은 학업의 깊이를 더하고 여러 교과과정을 아울러 탐구하는 습관을 기른다.
일반 학교에서는 보기 드문 교육 방식으로 3년 전부터 학생들이 쓴 논문이 책자로 나오고 있다. 고교 논문 지도는 다른 여러 학교에서 벤치 마킹할 정도로 특색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학교의 개혁은 교실에서 벗어나 학교 밖 생활지도로 이어졌다. 이 학교는 과거 의정부에서 생활지도가 가장 어려운 학교라는 오명이 따라다녔다. 학교 밖에서 학생들이 일으키는 사고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명을 벗기 위해 학교가 두 팔을 걷어붙였다.
학교가 학업만 하는 곳이 아니라 인성과 재능을 기르는 곳이란 인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려 노력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율 동아리 활동이다. 학생들은 저마다 취미나 관심 분야가 같은 친구끼리 동아리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학교는 보조만 한다.
현재 이 학교에는 100여 개의 동아리가 활발히 활동하며 성과물을 내고 있다. 의정부 최대 동아리를 보유한 학교다. 이들 동아리는 연말마다 모여 성과물을 공유하는 축제 '백상예술제'를 열고 있다. 이제 이 학교는 의정부 동아리 교육의 성지가 되고 있다.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교육공동체
이 학교가 짧은 기간 '좋은 학교'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학교 밖 사회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소통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교육의 장에 학부모와 지역사회를 끌어들여 학교 교육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과거 이 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시도였다.
예를 들어 학부모와 학생이 학교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독서토론을 하는 '반딧불이 독서캠프'는 학부모들이 자녀와 학교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는 기회가 돼 좋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또 시사 토론대회, 그린 포토 콘테스트, 지역사회 전공융합 프로젝트대회, 관등문화축제, 아프리카 돕기 모금 운동, 청소년 전국연합캠프 등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각종 행사를 열고 있다.
이 가운데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과제를 정해 연구 발표하는 지역사회 전공융합 프로젝트 대회는 학생들의 지역사회 공헌과 학교 간 교류, 지역 융합산업 촉진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두고 있어 최근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의정부/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