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준·최정등 선수 250여명 배출 '명장'
세계야구대회서 한국팀 준우승 이끌어
23년 유신고 '애정' 한결같은 믿음 과시
"유신고 야구부는 내 청춘을 다 바친 인생의 전부입니다."
검게 그을린 피부와 두툼한 손, 매서운 눈매. 아마추어 야구 최장수 감독의 몸에 남은 흔적이다. 23년간 한 자리에서 고교야구를 지키며 250여명의 야구 선수를 길러낸 감독이 있다.
유한준(kt), 최정(SK), 정수빈(두산)과 내년 데뷔하는 선수를 포함해 한국프로야구 선수 35명을 길러낸 이성열(62) 수원 유신고 야구부 감독이다.
이 감독은 지난 1~10일까지 캐나다 열린 제28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참가해 준우승을 거두고 돌아왔다. 지휘봉을 잡고 참가한 앞선 두 차례 대회에선 동메달(3위)을 따낸 바 있다.
이 감독과 함께 유신고 야구부 3학년 트리오 김민(투수), 조대현(포수), 장준환(중견수)도 대회에 참가해 준우승의 주역이 됐다.
이 감독은 "캐나다 선더베이 하늘에 명문 유신의 깃발이 휘날린 날이었다"며 "아쉽게 결승에서 미국에 패했지만 선수들의 고른 활약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 감독은 "미국전에서 7회까지 상대 투수와 곽빈이 맞불을 놓으며 마운드를 지켰다"며 "내일이 없는 시합에서 게임을 마무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커 계속 던지게 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유신고 야구부 지도 철학을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그대로 활용했다. 유니폼을 입고 운동장에 나오는 그 순간부터 개인행동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감독의 철칙이다.
이 감독에겐 어린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하면 부귀영화가 따라온다는 불변의 진리를 깨닫게 해주고 싶다는 소망뿐이다.
유신고 야구부와의 인연은 지난 1995년 시작됐다. 해단 위기에 놓인 야구부를 살릴 적임자로 뽑혀 더그아웃을 지킨 지 어언 23년째다.
졸업생들의 뇌리엔 배트를 들고 야구장에서 축구공을 차는 학생들을 내쫓는 호랑이 감독으로 남아있다. 처음 고교야구 지휘봉을 잡은 1984년 덕수상고 시절부터 계산하면 34년째다. 청년 고교 감독은 선수들에게 삼촌, 아버지를 넘어 할아버지뻘이 됐다.
김성신 유신고 교장은 "교장에 취임하면서 동갑내기인 이 감독께 내년 2월 정년까지 꼭 함께 하자고 했는데 10년 전 소망이 이뤄졌다"며 "앞으로도 한결같이 유신고 야구를 사랑하는 감독으로 남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