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파 뭉친 '웰메이드' 호평
충돌하는 언어의 긴장감 볼만
부족한 대중적 요소는 호불호
◈대장 김창수
김구 초기생애 조명 소재 신선
조진웅 열연, 송승헌 악역 주목
'치하포사건' 진위논란 장애물
상반기는 사극의 무덤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립군(83만명)' '군함도(659만명)' '박열(235만명)' 등이 개봉했지만 역사왜곡 논란, 스크린 독과점 등 여러 문제로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한 스코어를 기록했다. 사극 참패 속 하반기에도 묵직한 주제의 사극들이 연이어 개봉하며 명맥을 잇고 있다.
■묵직한 울림 '남한산성'
김훈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중이던 1636년, 청의 대군을 피해 달아나던 인조와 조정 신료들이 남한산성에 발이 묶이며 벌어지는 47일 간의 이야기다. 죽더라도 청과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예조판서 김상헌과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청과 화친해야 한다는 이조판서 최명길의 팽팽한 대결을 그렸다.
영화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등 묵직한 감동을 자아내는 영화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과 김윤석, 이병헌, 박해일, 고수 등 연기파 배우들이 뭉쳐 오랜만에 탄생한 '웰메이드 사극'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남한산성의 관전 포인트는 빈틈없는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김상헌의 대의와 최명길의 현실이 강렬하게 부딪히는 '설전'을 지켜보고 있자면 픽션 임에도 실제 역사 속 김상헌과 최명길이 살아돌아온 듯 생생하다. 그들의 언어는 관객으로 하여금 현실의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하지만 과장된 히어로, 심금을 자아내는 감동 같이 대중의 입맛에 맞춘 흥행코드 보다 정통사극의 요소에 집중해 관객의 호불호는 분명히 갈린다. 여기에 유쾌한 범죄오락영화 '범죄도시'가 입소문을 타며 기대만큼 높은 성적을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독립운동가의 탄생 '대장 김창수'
19일, 또 한편의 사극 영화가 관객의 평가를 기다린다. 1896년 황해도 치하포, 청년 김창수가 명성황후 시해범을 맨 손으로 때려 죽이고 스스로 잡혀 들어갔다.
타오르는 열정과 정의감이 넘쳤던 김창수는 국모의 원수를 갚았지만, 사형수가 돼 감옥에 갇힌다. 대장 김창수는 실존했던 독립운동가 '김구'를 소재로, 그가 독립운동에 투신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시작점을 그린 영화다.
남한산성과 같이 이 영화도 배우들의 연기력이 가장 큰 매력요소로 꼽히고 있다. 시사회 이후 조진웅이 청년 김창수를 현실감 있게 연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나리오 초고 작업부터 조진웅을 염두에 두고 썼으며, 준비 기간 조진웅을 캐스팅하기 위해 삼고초려 했다는 이원태 감독의 예상이 적중했다.
고집 세고, 혈기 왕성한 청년에서 민초들의 대장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조진웅 만의 색깔로 진정성 있게 담아냈다는 평이다.
또 데뷔 이후 젠틀하고 바른 이미지를 연기해 온 송승헌이 첫 악역에 도전해 악랄한 친일파를 연기했다. 인천 감옥소 소장 '강형식' 역을 맡아 차갑고 섬뜩한 표정을 짓거나 눈을 뒤집고, 광기를 부리는 모습이 생소하지만 인상적이다.
김창수와 대립하며 극을 이끌어 가는 역할인 만큼 송승헌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다.
당시의 시대상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도 유심히 지켜볼 대목이다. 영화는 조선 후기, 양반과 평민, 지주와 소작인, 지식인과 노동자라는 다양한 계층이 동시에 존재했던 혼란의 시기였던 만큼 '밥과 글'의 충돌을 통해 감옥 안에서 조선인들이 갈등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하지만 황해도 치하포 사건의 진위여부가 개봉 전부터 논란이 되고, 과한 애국심을 선동하는 '국뽕'영화가 아니냐는 의심도 여기저기서 피어오르고 있다. 과연 대장 김창수는 올 한해 사극 영화의 참패를 딛고 일어설 것인가.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주)키위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