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시 중앙도서관 근무 이현세 주무관
39세 때 찾아온 뇌경색, 인생 큰 전환점
52세로 '사회복지' 시험 합격 공직 입문
도서관 일 하며 틈틈이 책읽어 '독서왕'
"내 인생, 내가 만들어가기 나름" 소회
"늦게 들어온 만큼 몇 배로 최선을 다해야죠!"
군포시 중앙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이현세(54) 주무관은 2년 전 공직에 입문한 늦깎이 공무원이다. 대학에서 분자 생물학을 전공한 뒤 오랜 시간 연구원 생활에만 몸담았던 그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연구 프로젝트를 이어갈 정도로 소위 '잘 나가는' 연구원이었다.
하지만 지난 2002년 39세의 나이에 갑작스레 찾아온 뇌경색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불편해진 몸으로 1년을 재활에 매달렸지만 더 이상의 연구를 진행하는 건 불가능했고, 결국 한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하지만 이 주무관은 좌절하지 않았다. 경기도중소기업센터에서 장애인 행정 도우미 일을 시작한 그는 3년 간 일을 이어가면서 서서히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특히 복지 분야에 관심이 높아진 그는 사회복지 관련 공부를 시작했고 결국 지난 2015년 6월 사회복지 분야 9급 공무원 시험에 당당히 합격, 52세의 나이에 군포시 공직자가 됐다.
장애 3급인 이 주무관은 현재 자신처럼 몸이 불편한 시민들이 도서관에서 대출·반납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이점을 살려 틈틈이 독서량을 늘린 그는 지난해 군포시에서 열린 공직자 독서 골든벨 대회에 출전했지만 아쉽게 6위에 머물렀다.
이를 악물고 1년 뒤를 기약한 그는 '2017 군포의 책'으로 선정된 '휘둘리지 않는 힘'과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는 물론, 청렴 도서로 꼽힌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올해 대회의 출제 범위로 공개된 3권의 책을 무려 세 차례나 꼼꼼히 정독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중요한 부분은 노트에 적어 반복해서 보기까지 했다.
이 같은 그의 노력은 결국 '군포시 공직자 독서왕'이라는 타이틀을 얻는 것으로 결실을 맺었다.
지난 17일 군포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7 군포시 공직자 독서 골든벨' 대회에서 이 주무관은 100여 명의 도전자 중 최후의 1인으로 남아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우승의 영예 뿐 아니라 부상으로 이달 말 일본 해외 연수의 기회도 부여받았다.
이 주무관은 "15년 전 갑작스레 찾아온 불행이 내 인생 전부를 지배할 것 같아 좌절도 하고 시련도 겪었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가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독서 골든벨을 통한 성취의 기쁨이 크다. 개인적으로 큰 위로가 됐고 응원해 준 동료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군포/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