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벌이·한자녀·홀몸 가정 허전함 채워
자아만족감·우울증 감소 삶의 질 개선
소음·위생 문제 개물림 사고까지 발생
애완견 둘러싼 부부 살인·복수 사건도
목줄 착용 필요 타인 배려 문화 키워야

반려동물 전용 가구와 카페는 물론 전용 수영장과 호텔까지 등장했다. 반려동물이 보편화 되면서 이를 둘러싼 이웃 간 갈등도 함께 늘고 있다.
인천시 등 지자체가 이런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용 놀이터 조성에 직접 나설 정도다. 반려동물과 인간의 바람직한 공존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동물과 인간 간 정서적 유대는 선사시대 때부터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나 고대 이집트의 그림엔 개, 고양이 등이 인간과 특별한 관계인 것으로 묘사돼 있고, 약 1만2천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 북부의 구석기시대 고분에선 개가 인간에게 반려동물의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는 유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특히 개는 인간의 사냥과 경계, 경호 등을 돕는 역할을 하면서 인간과는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반려동물은 인간의 가족이나 친구, 반려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동물을 의미한다.
인간과 동물 간 동반자적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그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이란 말은 노벨상 수상자인 오스트리아의 동물학자 K. 로렌츠(Konrad Zacharias LORENZ) 박사가 1983년 관련 심포지엄에서 학술적으로 처음 명명했다.

반려동물은 핵가족화, 고령화, 전문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적 안정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주인에 대한 맹목적이고 변하지 않는 반려동물의 애정은 인간과의 관계와 다른 특별한 행복을 주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천만 명에 달하는 등 그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인천의 경우 등록된 반려견만 지난달 기준 7만4천여 마리에 달하는 상황이다.
미등록 반려견을 합치면 인천지역 반려견은 10만 마리가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려동물은 인간의 정서적 삶의 질 개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학계의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반려동물을 기르는 어린이의 경우, 다른 사람들을 더욱 잘 보살피고 원만한 또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한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한 자녀 가정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반려동물이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 어린이에게 부모나 형제·자매, 혹은 친구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노인이나 독신 여성의 경우, 반려동물을 기르게 되면 외로움을 적게 느낀다는 보고와 함께, 우울증 증상이 덜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면 자아만족감과 가족유대감, 운동량 등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다는 연구도 있다.
반려동물은 현대인의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일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는 윤활제 역할을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반려동물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반려동물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도 많아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일반 시민들로부터 소음과 위생, 안전문제 등에 대한 민원 접수가 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에서 개가 짖어 시끄럽다"는 민원이 제기되기도 하고, "공원에서 개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다", "목줄이 풀린 개가 공원을 돌아다녀 무섭다"는 등의 민원이 많다.
인천 부평구 동물보호팀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후 반려동물 관련 민원으로 현장에 출동한 것만 100여 건"이라며 "민원이 접수되면 현장으로 출동해 반려견 소유주에게 협조를 구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만,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서울시 서초구에서는 반포근린공원에 반려견 놀이터가 조성됐지만, "아이들이 개에 물릴 수 있다"는 주민의 극심한 반발에 부닥쳐 개장조차 못 하고 올해 7월 철거됐다.
개한테 물려 다치는 일도 많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 6월 말까지 개 물림 사고 건수는 전국적으로 3천970여 건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루 평균 3건 이상 발생하는 수치다. 인천·경기지역에선 같은 기간 1천270여 건의 개 물림 사고가 접수돼 전체의 3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개 물림 사고를 당했을 경우 근육이나 혈관, 신경 등에 심각한 상해를 입을 수 있고, 세균 감염에 의한 2차 피해 가능성도 있다. 반려동물을 둘러싼 사건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경기 파주에선 키우던 반려견이 짖는다는 이유로 화를 낸 남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40대 여성이 경찰에 구속되는 일이 있었고, 고양에선 자신의 반려견을 물어 죽인 이웃집 진돗개를 찾아가 둔기를 휘둘러 죽인 50대가 경찰에 붙잡히는 일도 있었다.

# 타인 배려 인식 확대 필요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일반 시민이든 타인을 배려하는 인식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주인으로서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의 잘못된 행동을 고칠수 있도록 하고, 주인과 반려동물 간 올바른 관계설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외출 시 동물보호법이 정하고 있는 목줄 등을 착용해 다른 일반 시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일각에선 일종의 반려동물 키우기 자격증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반 시민도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여기면서 키우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반려견(동물)을 키우거나 그렇지 않거나 간에 서로를 배려해 상호 불쾌감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인식개선 교육도 함께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반려동물이 사회적으로, 정서적으로 우리에게 이득을 주는 부분이 있다"며 "반려동물을 둘러싼 분쟁이나 갈등도 일상에서 일어나는 다른 분쟁이나 갈등처럼 사회적 논의와 조율을 통해서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