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를 끝내고 잠시동안의 휴식을 가질 틈도 없이 '과천시 별양동 26의1 구급출동'이라는 출동 지령이 나오고 부지런히 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차량무전기에서 들리는 환자상태는 시너를 마신 것으로 돼 있어 얼마나 마셨는지, 왜 마셨는지 의구심을 품으며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다행히도 환자는 멀쩡하게 걸어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일단 안도의 숨을 쉬고, 사연을 듣고는 웃어야 할지 아니면 마음 아파야 하는 건지 판단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환자는 72세의 할아버지였는데 외출했다 들어와보니 아무도 없고 출출해서 간단한 안주거리로 한잔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두어모금 마시고 나서 구토와 오한으로 119에 도움을 요청하게 됐다.
 
   할머니가 휘발성이 조금 떨어진 시너를 소주병에 담아놓은 것을 할아버지가 술인줄 잘못 알고 드신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혹시하는 마음에 할아버지를 병원으로 이송한 후 소주 맛보다 씁쓸한 마음으로 귀가했다.

/果川=李錫哲기자·lsc@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