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춘섭 팀장 "야구인 입장 걱정돼"
영입한 선수 성장해야 행복감 느껴

지난 9월11일 진행된 한국야구위원회의 '2018 KBO 신인 드래프트'는 최근 몇년 사이에 진행된 드래프트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뜨거운 관심은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는 수원 kt가 투타 모두 가능성을 보여주는 강백호(서울고·사진), 덕수고 에이스 양창섭 중 어느 선수를 선택할지였다.
kt의 선택은 강백호였고 양창섭은 삼성의 선택을 받았다. 두 선수의 거취에 팬들의 관심은 커져만 갔지만 사실 구단 내에서 신인선수 영입을 총괄하는 스카우트팀은 드래프트 날짜가 다가올수록 머릿속이 복잡해 질 수 밖에 없다.
노춘섭 kt 스카우트팀장은 "내부적으로는 두 선수 중 강백호를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기에 결정하는데는 좀 편했지만 두 선수가 미국 진출 가능성이 많았기에 그걸 막는게 더 힘들었다"고 전했다.
사실 강백호와 양창섭은 미국 메이저리그 소속 스카우터들이 경기를 지켜보거나 부모님을 만나 미국 진출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kt를 비롯해 상위지명권을 가지고 있는 국내 구단의 스카우터들은 그들이 해외에 진출하지 않도록 설득하는게 시급한 과제였다.
노 팀장은 "백호의 경우 부모님을 여러번 만나서 미국 보다 한국에 남았을때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주고는 했다. 그건 저만 그러지 않았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노팀장은 "백호나 창섭이 둘 다 한국야구의 간판스타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며 "이런 선수가 해외에 나가서 꽃을 피우지 못한채 돌아온다면 야구인의 입장에서 국내에 잔류 시키지 못한게 후회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강백호와 양창섭을 놓고 고민할 당시 노팀장을 비롯한 kt 스카우터팀은 외국인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야심차게 영입한 외국인타자 조니 모넬이 28경기만에 퇴출됐다.
모넬은 마이너리그에서 통산 893경기서 타율 2할7푼1리, 107홈런, 482타점을 기록한 전형적인 거포 1루수로 평가 받으며 NC와 경쟁까지 하며 영입했지만 kt에서 받아든 성적표는 타율 0.165 2홈런이 전부였다.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영입한 멜 로하스 주니어도 전반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노 팀장은 "모넬에 이어 로하스도 적응을 못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는 야구장에 나가는 게 두려웠고 막상 나간다고 해도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스카우터들은 팀이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람들이다. 영입한 선수가 성장하는 모습에 행복함을 느끼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죄인이 된 듯한 마음이 든다. 성적을 내는데 기여 하지만 빛나지 않는 자리가 스카우터다"고 전했다.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