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과 첨단이 숨쉬는 꿈의 계획도시’ ‘수도권의 마지막 요지' '서해안시대의 마지막 파라다이스’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안산의 고잔신도시 262만평. 안산시 초지동, 사1동, 고잔동등 3개동에 걸쳐있는 이곳은 지금 개발이 한창이다.
 
   수도권전철 4호선을 사이에두고 이미 도심으로 변해버린 안산 신도시 1단계에 이어 92년부터 2002년까지 한국수자원공사에 의해 개발되고 있는 고잔 신도시는 그러나 주민들에겐 꿈이라면 악몽으로, 요지가 아닌 오지로 뒤바뀐채 고통과 불편만 안겨주는 불모지대로 변해버렸다.
 
   1조2천억원을 들여 사업착공 9년만인 지난해 6월 풍림아파트등 주민들의 입주가 시작됐고 기간이 끝나는 내년이면 3만5천여가구 14만여명이 거주하게 되지만 꿈과 계획, 요지, 신도시로서의 편리함과 쾌적함은 아직 어디서도 찾을수 없다.
 
   주민들은 그래서 수자공이 오래전부터 택지개발을 했고 철저히 준비됐다는 그럴싸한 광고만 전적으로 믿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자신들을 바보라고 한탄하면서 가슴속분노를 삭이고 있다.
 
   주민들은 할인매장, 24시간 편의점등 상권형성기대는 호화스러운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교통·교육·치안·행정등 거주에 필요한 최소한의 행정서비스마저 준비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기초가 부실하다는 것.
 
   3년간 중국출장을 마치고 초지동 풍림아파트 호수마을을 분양받은 김모씨(43)는 신도시 얘기가 나오자 “휑뎅그렁하니 아파트만 달랑 들어섰을뿐 시설이라고는 전무한 오지”라고 흥분했다.
 
   중학생을 두고 있다는 그는 “대중버스노선이 있으나 이름뿐인데다 한번 타려면 1시간 30분이나 기다려야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1천135세대 5천여명이 입주한 풍림아파트 호수마을 학생들은 그래서 교통수단이 가장 필요한 아침, 저녁시간대의 버스탑승을 아예 포기하고 있다.
 
   대신 3㎞정도나 떨어져있지만 그나마 유일한 연계교통망인 고잔전철역을 40분동안 걸어 통학하는 고통의 행군을 4개월씩이나 반복하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167개노선 225㎞에 달하는 도로망이 제대로 완공이 안돼 일어나는 것으로 이웃한 고잔 1동 네오빌 아파트주민(1천273세대 6천여명)들이 느끼는 교통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통사정이 엉망이다보니 골칫거리로 등장하는 것은 심야에 전철역에서 걸어와야만 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한 각종 범죄.
 
   네오빌아파트에서 할인매장을 운영하는 최모씨(46·여)는 “최근들어 밤중에 전철역에서 걸어 귀가하던 부녀자들이 강도를 만나 폭행을 당했다는 소문이 아파트에 돌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또 다른 주민은 “고잔파출소등 최소 5개파출소가 공동관리를 해야하는 고잔신도시특성때문에 오히려 치안공백이 빚어지고 있고 주민피해만 가속화되고 있다는 불만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고잔신도시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또다른 문제는 교육.
 
   60%가 타지역에서 전입해 온 풍림아파트 호수마을 김모씨(37)는 “고잔신도시내에 중학교가 없어 아이가 왕복 5시간이나 걸려 전에 다니던 서울학교로 통학하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초등학교도 올 3월 개교예정인 1개교만 신축중이어서 어린이들은 인근 고잔1동 송호초교나 전입전에 다니던 학교로 다니고 있다.
 
   대민 행정서비스도 교통·교육등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네오빌아파트 강모씨(32)는 “인감등을 발급받으려면 불편한 버스를 타고 1시간여나 가야 되는데 왜 시는 행정통합출장소 등을 고잔신도시에서 운영하지 않는 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하고 있다.
 
   지난 1월말현재 고잔신도시 공정은 75%정도. 철저한 계획아래 수도권 최고의 자족도시로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출발한 고잔신도시는 준공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지금, 각종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불만으로 넘쳐나고 있다.

   주민들은 이같은 문제가 빚어지게된 근본원인으로 도로등 각종 도시기반시설이 완공되기도 전에 돈 욕심에 눈이 먼 아파트업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수자원공사와 안산시의 무책임한 행정을 꼽고있다.
 
   주민들의 불만과 불편, 행정관청의 무책임과 무능력에 터잡은 고잔 신도시의 오늘은 잿빛이다. 내일의 색깔은 어떨지…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朴峴秀.金耀燮기자·kimyr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