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어드는 독서량과 반대로 사람들 책에 대한 욕구 높아져
독서공간 넘어 책에만 집중하는 북스테이 프로그램 각광
그림책 전문 '바람숲 도서관'·시골집 책방 '국자와 주걱'
하루 1팀씩 접수 운영… 작은공간이지만 여유·정취 만끽
전국 각지 단골손님은 물론 외국인 방문객도 발길 잇따라

책 읽는 시간도 줄고 있다. 성인은 평일은 하루 평균 22.8분, 주말엔 25.3분간 책을 읽을 뿐이다. 이러한 통계와는 달리 책에 대한 욕구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바라는 사람들의 바람은 커지고 있다.
이를 반영해 대형 서점은 서가 사이에, 고객이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상'을 설치하는 분위기다. 테이블이 설치되자 서점에서는 책을 읽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많은 이들이 책을 읽으러 서점으로 향한다. 더 나아가 책을 '온전히' 경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북스테이'(Book Stay)는 이러한 사람들의 바람으로 생겨났다. 집에서 멀더라도 편하게 책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이다.

인천 강화에 북스테이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북스테이는 책을 읽으며 1박 2일을 보내는 프로그램이다. 책이 가득하고, 집중할 수있는 공간에서 종일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는 것이다.
북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강화도의 서점과 도서관에서는 새들의 울음,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가 책 읽는 이들 곁에 있다. 도심의 소음이 스며들 틈이 없다. 고즈넉한 풍광 역시 '온전한 책 읽기'의 동반자다. 일요일인 지난달 27일 강화도 '바람숲 그림책 도서관'과 '국자와 주걱'을 찾았다.

# 그림책 가득한 힐링 공간
27일 오전 11시께 이화윤(31·여)씨가 4살, 2살인 두 아들과 함께 '바람숲 그림책 도서관'을 찾았다.
김포에 사는 이 씨는 지인의 추천으로 이날 이곳에 처음 왔다. 이 씨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보려고 왔는데, 아이들이 무척 좋아 한다"며 "도시에서는 아이들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는데, 이곳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도 많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 좋다"고 했다.
개관한 지 4년째인 이 도서관에 매달 오는 단골도 있다.

이날 만난 신루시(36·여)씨는 개관 즈음부터 매달 1~2차례 이상 도서관을 이용했다고 했다. 이날도 딸(3)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찾았다. 집은 경기도 군포이지만 매달 이 곳에 오면서 자신도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고 했다. 자주 오다 보니 딸 아이의 돌잔치를 이 곳에서 하기도 했다.
신 씨는 "아이가 아직 어리지만, 도서관에 오는 것을 좋아한다"며 "저도 이곳에 자주 오면서 책을 더 가까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은 2014년도에 개관한 국내 최초의 '그림책 전문 도서관'이다. 이용자들은 이곳에 있는 6천여권의 그림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 도서관 앞마당에 있는 해먹을 타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그림책은 흔히 '아이들'을 위한 책으로만 인식하는 사람이 많지만, 최지혜 관장은 "어른들을 위한 책이지만 아이들'도'보는 책이 그림책"이라고 설명했다.

이 도서관은 최지혜 관장이 사재를 들여 마련한 개인도서관으로, 후원 등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이 도서관에는 최지혜 관장의 책에 대한 철학이 녹아들어 있다.
그중 하나가 대출이다. 바람숲그림책 도서관은 다른 공공도서관과 달리 책을 대출해주지는 않고 있다. 책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에서 책을 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 관장은 "이곳은 책을 읽기에 너무나 좋은 공간이다. 바깥으로는 논이 펼쳐져 있고, 도시의 소음 대신 낙엽소리와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며 "집에서보다는 이러한 공간에서 책을 보면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서관 이용은 무료이며, 예약제다. 공간이 크지 않은 탓에 이용자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책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는 북스테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도서관 2층이 북스테이 이용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북스테이는 하루에 1팀만 이용할 수 있다. 1명이 오기도 하고 친구, 가족 단위로 찾기도 한다. 공간이 작기도 하지만, 여러 팀이 함께 지낼 경우 책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최지혜 관장은 "도서관은 책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책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북스테이 이외에도 책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시골의 여유와 정취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을 따라서 가다 보면 다른 시골집 사이에 작은 간판이 있다. '국자와 주걱'. '이런 곳에도 서점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서점으로 들어서면 벽면은 책으로 가득하고 도서관의 의자가 아닌 방석과 낮은 테이블이 놓여 있다. 한쪽에서는 고양이 '요리'가 방석에서 자고 있었다.
이 고양이는 서점 이용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고 한다. 서점 창밖으로 줄지어 있는 항아리를 볼 수 있다. 전형적인 시골집의 모습이다.
'국자와 주걱'은 시골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가정집 모습이다. 김현숙 대표는 10여 년 전 시골이 좋아 강화도에 왔고, 책이 좋아 3년 전 집을 서점으로 꾸몄다.
국자와 주걱은 서점이지만 책만 파는 곳이 아니다. 책과 더불어 다른 것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김현숙 대표의 설명이다.

김현숙 대표는 "지나가다 들르는 곳이 아닌, 책을 사고 책을 읽기 위해 찾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길이 좁고 불편해도 사람들이 책을 읽는 공간을 찾아서 오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조금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도시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여유와 정취를 경험할 수 있다"고 했다.
사람들은 시골 책방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이곳을 찾아 책을 고르고 구입한다. 또한, 북스테이를 신청해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국자와 주걱에서는 하룻밤을 보내는 북스테이는 하루 1팀만 신청을 받고 있다. 제주도와 전라도, 경상도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외국에서 와 '국자와 주걱'의 북스테이를 체험하기도 한다.
김현숙 대표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북스테이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이 편하게 책과 함께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다양한 분들이 오시고, 산책을 하시거나 저와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또 책을 읽으면서 하루를 보낸다"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