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밤하늘보호공원 별천지 '쇼타임' 반딧불이천문대 겨울 별자리 '매력'
두들마을 문학기행 '백미'… '쉼터' 두들책사랑·이문열 작가 집필공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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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윤동주가 본 밤하늘에는 드문드문 별들이 반짝였을 것이다. 그러니 별 하나씩 헤아리며 마음을 담아봤지 않을까. 쏟아질 듯 수많은 별들이 온 하늘 가득 잔치를 벌이고 있는 광경을 바라본다면 아마 그의 시는 달라졌을 것이다. 우수수 쏟아지는 별빛의 향연은 금빛·은빛가루를 뿌려놓은 듯 화려하기 때문이다.

경북 영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어두운 도시'이지만, 가장 찬란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또한 낭만의 도시이기도 하다. 시(詩)가 있고 별이 있어 누구나 시인이 되고 누구나 로맨티스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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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 2015년 10월 아시아 최초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됐다. /영양군 자연생태공원관리사업소 제공(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 사진 공모전 입선작)

#별빛이 내린다

오후 5시를 넘어서면서 영양 수비면 일대 국제밤하늘보호공원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날씨가 추워진데다, 워낙 산이 높은 지역이다보니 해도 일찍 진다. 본격적인 '쇼타임'을 앞둔 개와 늑대의 시간이다. 어스름이 짙어지자 이게 뭐라고 가슴이 콩닥콩닥거리기 시작한다.

"과연 며칠 동안 일기예보를 들여다봐가며 몇 번 여행 일정을 바꾼 보람이 있을까." 오후부터 하늘에 드리우기 시작한 옅은 구름층이 못내 신경쓰였지만 하는 수 없다. 이제부터는 신의 뜻에 맡기는 수밖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완연한 밤이 내렸다. 촘촘히 빛나는 무수히 많은 별들.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압도감이다.

정신을 차릴 여유도 없이 남쪽에 별똥별 하나가 하늘을 긋는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잠시 후 가로등 불빛까지 완전히 꺼지자 하늘은 또 다른 '빛깔'을 드러냈다. 별의 숫자는 몇 배 더 많아져 반짝이는 모래사장 같은 하늘 한가운데 우유빛 강이 흐르고 있었다. 은하수다, 차가운 늦가을 공기 속 별들은 더욱 초롱초롱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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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들책사랑' 마당 한켠에는 빨간 느린우체국 통이 놓여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차가운 공기 속 깨끗하게 빛나는 별

원래 영양 반딧불이천문대의 야간 운영시간은 오후 7시 30분부터 8시까지 30분이다. 탐방객들에게 망원경을 통해 천체관측의 기회를 제공하고, 밤하늘 별자리 이야기도 들려준다. 하지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 속, 취재진 외에는 탐방객이 아무도 없어 조금 이른 시간 개인 특강의 행운을 안았다.

자연생태공원관리사업소 직원의 레이저 빔이 밤하늘을 가르자, 별빛 바다 화폭에 그림이 그려진다. 이곳 직원 김경호 씨는 "원래 은하수는 여름철 관측하기 쉽지만, 이른 시간이다보니 은하수가 하늘 한가운데 놓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여름철에 별관측에 나서지만, 사진 작가들이 최고의 별사진을 건지는 것은 겨울철이다. 날이 차가워질수록 별은 유난히 빛난다. 건조한 대기가 하늘을 유리처럼 더 선명하게 표현해주는데다 땅과 대기의 기온 차로 발생하는 '산란 현상'은 별을 더 반짝이게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관측할 수 있는 15개의 일등성 중 7개가 이맘 때 몰려있기도 하다. 추위를 견딜 방한복을 든든히 챙기고 밤하늘 우주쇼를 관람해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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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들마을 담벼락에 담쟁이들이 마지막 힘을 불태우며 붙어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서정적인 문학의 세계속으로

영양의 밤 최고의 볼거리가 '별'이라면, 낮에는 낙엽을 밟으며 낭만적 '문학기행'을 즐길 수 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진 문향(文鄕)의 고장이기 때문이다. 제법 이름난 문인들이 태어나고 자란 흔적들을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이중 백미는 '두들마을'이다.

'두들'은 둔덕의 순 우리말로, 두들마을은 '언덕 위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한국문학의 거장 이문열의 고향이며, '음식디미방'의 저자이자 여중군자라 칭송받았던 장계향이 살았던 곳으로 유명하다. 기품 넘치는 한옥의 우아한 곡선이 파아란 늦가을 하늘로 솟아오른 풍경이 한폭의 수묵화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벽에는 한해를 힘겹게 살아낸 담쟁이들이 발갛게 마지막 힘을 불태우며 붙어있다. 음식디미방 체험관과 교육관을 시작으로 돌담길 예쁜 한옥마을을 한바퀴 돌아보다보면 마지막 '두들책사랑'이라는 예쁜 문패에, 마당 한켠에는 빨간 느린우체국 통이 놓여진 집이 눈에 들어온다.

옆에는 으리으리한 규모의 한옥 한 채가 서 있지만 누구의 집인지 알아볼 길 없이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책의 온기와 향기가 넘치는 '두들책사랑'은 책과 함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사랑방이다. 먼 길을 달려 두들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의 성화에 간단히 원두커피만 판매하고 있다.

이곳 책사랑방 운영자에게 물었더니 바로 옆 큰 한옥이 바로 이문열 작가가 거처하는 '광산문학연구소'라고 했다. 굳이 문패를 달지 않았기 때문에 관광객은 찾기 쉽지 않은 곳이다. 이 작가는 틈만 나면 두들마을에 머물며 글을 쓰고, 후배 소설가들에게 집필공간을 내준다.

매일신문/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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