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기계공고 영재반 80명 기능올림픽 준비에 피와 땀
주영환군 수업후 밤늦게까지 철근구조물 '불꽃튀는 연습'
에몬스가구 2인방 올해대회 목공·실내장식 직종 '금메달'
"반대하던 부모님도 지금은 지지" "완성할수록 만족감"
현실은 기술직 편견·일자리 미스매치… 우대정책 필요
그러나 국제기능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술자(技術者)는 '어려운 형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미래의 기술 '명장(名匠)'에 도전하는 젊은 기술인들이 있다. 이들은 국내 최고 기술자가 되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의 땀을 흘리며 노력하고 있다.
철골구조물 직종은 주어진 도면을 해석한 뒤 두꺼운 철판과 파이프 등을 가공해 과제물을 만드는 종목이다. 주군의 2년 선배인 조성용(21·현대중공업)씨도 아부다비 국제기능올림픽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주군의 목표도 국제기능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군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실습실에서 오후 10시까지 연습을 하고 집에 돌아간다.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 연습하는 일이 잦다는 게 학교 관계자 설명이다.
주군은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기술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연습을 게을리할 수 없다"며 "기능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술 명장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천기계공고에는 주군처럼 기능올림픽 출전을 준비하는 '기능영재반' 소속 학생이 80명이나 된다.
학교 관계자는 "이들의 목표는 당연히 기능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차지하는 것이지만, 설사 대회 출전에 실패하더라도 훨씬 뛰어난 기술을 갖고 졸업하게 된다"며 "기능영재반 출신들은 여러 기업체에서 젊은 기술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인더스파크(남동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에몬스가구는 올해 2명의 젊은 기술자가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냈다. 목공 직종에서 금메달을 딴 장재연(19) 대리는 처음 특성화고를 들어갈 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그는 "부모님은 일반계고를 졸업해 정상적으로 대학에 가기를 바라셨지만, 나는 공부에 크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기술을 배워 취업하기를 원했다"며 "아버지 몰래 학교에 입학원서를 넣었다"고 했다.
이어 "부모님에게 기술자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학교 기술영재반에 들어가 열심히 노력했다"며 "지금은 부모님도 나를 지지해주신다"고 했다.
난도가 높기로 유명한 '실내장식'(목재 등을 활용해 건축물 실내와 조형물 등을 장식하는 기술) 직종에서 금메달을 따낸 조겸진(19) 대리. 그는 고등학교에서 처음 목공 기술을 배웠다.
그는 "처음에는 취업을 위해서였지만, 기술이 손에 익고 장식물을 하나씩 완성할수록 만족감을 느꼈다"며 "세계 최고의 숙련 기술인이 되자고 마음먹었고, 국가대표도 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실내장식을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조 대리는 "실내장식이라고 말하면 단순히 나무로 만든 인테리어로 보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작품에 들어가는 노력과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때가 많다"며 "실내장식 부문에 국내 최고의 명장이 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의 이러한 노력에도 우리나라 기술자에 대한 편견은 여전한 것이 현실이다. 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장재연·조겸진 대리의 부모님도 처음에는 특성화고 진학에 반대했다.
인천기계공고 박근태 전문교육부장은 "중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입학설명회를 열면 가장 많이 듣는 내용이 '특성화고를 졸업하면 기술자밖에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에서 기술자 우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술자는 고생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술 인재가 절실한 중소기업은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 기술직에 대한 편견에 대학 진학을 필수로 여기는 사회 풍조까지 더해지면서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한국의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기술인에 대해 낮은 처우와 사회적 인식 탓에 고급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도 주요 문제로 지적된다.
인천기계공고 김교운 교감은 "결국, 일자리의 질이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학교에서 기술을 배운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대기업 취직은 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국가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기술자를 우대하는 정책이 더 많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석 인천기능경기대회 기술위원장은 "기술자로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고, 훌륭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학부모에게 심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교육부 등 관계기관이 중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체험 교육 등을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