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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거서 크리스티 원작 두번째 영화화/뛰어난 영상미·우아한 결말/고전 탐정물 정석 보여줘

■감독 : 케네스 브래너
■출연 : 케네스 브래너, 페넬로페 크루즈, 윌렘 대포, 주디 덴치, 조니뎁, 미셸 파이퍼, 데이지 리들리, 조시 게드 등
■개봉일 : 11월 29일
■드라마 / 114분 / 12세이상 관람가


눈이 뒤덮힌 산등성이를 빠른 속도로 지나가던 초호화 열차가 눈사태를 맞았다. 요란하게 흔들리던 기차가 멈춰선 그 날, 열차 한 칸에서는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수차례 칼에 찔려 사망한 승객, 마침 그 열차에는 세계적 명성의 탐정 '에르큘 포와로'가 탑승했고 산 아래 멈춘 열차 안에서 날카로운 추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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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추리소설의 고전으로 잘 알려진 '에거서 크리스티'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이미 1974년 시드니 루멧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됐을 만큼 추리물로서 흥행 가능성을 입증받은 작품이다.

2017년 판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자극적인 반전이 난무하는 현대 스릴러 추리물에 익숙한 젊은 관객에게 낯선 결을 보여준다.

1, 2명의 등장인물에 집중해 사건을 해결하고, 예상을 뒤엎는 충격적인 반전을 선보이는 요즘의 추리물과 달리, 이 영화는 에거서 크리스티의 이야기 구조를 충실히 따라가면서 '추리란 무엇인가'를 아주 고전적으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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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트특급열차의 호화객실에 탑승한 13명의 승객 모두가 용의선상에 지목되고, 탐정 에르큘 포와로가 이들을 수사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에르큘 포와르는 승객들의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며 흩어진 살인사건의 퍼즐을 맞춰간다. 추리과정을 낱낱이 보여 주려는 연출적 의도가 돋보이는 장면이지만,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전개가 느슨한 것도 사실이다.

보통의 스릴러나 추리물이 빠른 전개를 통해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반면, 이 영화는 등장하는 승객 전부의 캐릭터를 일일이 나열하고 그 캐릭터들간 갈등도 자세히 그리려다 보니, 속도감을 중시하는 관객에겐 그것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고전 추리물의 정석대로 영화는 가장 우아하게 사건을 해결한다. 특히 에르큘 포와로가 탐정으로서 신념과 인간애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지막 지점은 '고전' 만이 건넬 수 있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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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는 에거서 크리스티의 원작이나 1974년판 영화를 본 이들에겐 익숙한 전개와 결말일 것이다. 그래서 관객이 이 영화에 기대하는 부분은 이야기 구조보다 고전적 영상미에 있을 수 있다.

특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같은 아름다운 영상미를 취향 삼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스크린을 통해 봐야하는 작품'으로 충분히 만족할 만한 영상미를 뽐내고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