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교대 기전문화硏 인문도시사업단, 12개 주제 '달빛강좌'
'부평 산곡동 영단주택 건축학적 조명' 등 지역 주민들 호응
화도진도서관도 '인천' 중심 이야기 풀어가는 시민강좌 선봬
골목에 퍼진 인문학, 지역 정체성 확립·공동체 활성화 기여


2017112901002083300099572
인천 곳곳에서 '인천'을 소재로 한 강좌가 마련돼 주민 호응을 얻고 있다. 동네에 확산하는 '인문학 바람'은 지역 정체성 확립, 관광 콘텐츠 개발, 지역 고유 역사·문화 자산 활용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긍정적이다.

이슈앤 스토리 인문학 강좌2
29일 오후 7시 30분께 인천시 부평구평생학습관에서 열린 '인문시민을 위한 달빛 강좌' 4번째 강의에서 일본인 교수인 도미이 마사노리가 한양대 건축학과 객원교수의 '부평 산곡동 영단주택의 건축학적 조명'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슈앤 스토리 인문학 강좌1
29일 오후 7시 30분께 인천시 부평구평생학습관에서 열린 '인문시민을 위한 달빛 강좌' 4번째 강의에서 일본인 교수인 도미이 마사노리가 한양대 건축학과 객원교수의 '부평 산곡동 영단주택의 건축학적 조명'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9일 오후 7시 30분께 인천시 부평구평생학습관. 30여 명이 강의실에 앉아 일본인 교수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날 '인문 시민을 위한 달빛 강좌' 4번째 강의를 듣기 위해 찾아온 이들이다. 이날 강의 주제는 '부평 산곡동 영단주택의 건축학적 조명'. 도미이 마사노리가 한양대 건축학과 객원교수가 강연자로 나섰다.

영단주택은 일본에서 서민계급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급되기 시작한 주택유형이지만, 일제강점기엔 전시체제에서 일제가 조선의 병참기지화를 위해 건설한 군수산업체에 근무하는 노동자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부평 산곡동에는 약 700호의 영단주택이 건설됐으며, 아직 일부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도미이 마사노리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부평 산곡동 영단주택의 건설과정과 현황을 중심으로 부평 지역의 일제 강점기 건축물에 대해 설명했다.

도미이 마사노리 교수는 "한국의 영단주택은 일본에 있는 건축물과는 그 형식이 다르다. 이는 일본에서 공부한 한국인이 설계와 감리를 맡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영단주택과 비슷한 용도의 건축물은 1940년대에 일본과 중국, 대만 등에도 지어졌지만,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온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했다.

이날 강연 중간에도 질의가 이어지는 등 수강생들은 도미이 교수의 강연 내용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강좌에 참석한 민경선(69)씨는 "산곡동 영단주택에서 35년간 살았지만, 그동안 조병창 근로자들을 위한 숙소로만 알고 있었는데 한국인이 설계했다는 사실은 오늘 처음 알게 됐다"며 "지역의 역사인 만큼 전부는 아니더라도 건축학적으로 의미가 있다면 일부는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슈앤스토리 / 이제는 로컬이다
기전문화연구소가 인문학달빛강좌의 일환으로 부평에서 현장특강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기전문화연구소 제공

이번 강좌는 경인교대 기전문화연구소 인문도시사업단이 기획한 12개 주제 달빛강좌의 일환이다. 달빛강좌는 지난 9월부터 내년 6월까지 진행되며 인천시민을 대상으로 근대이행기의 부평지역을 대상으로 한 지리, 역사, 생태, 건축, 문학 등 인문학 분야의 다양한 강좌를 마련했다.

기전문화연구소 전종한 소장은 "행복, 정의, 소유 등 기존의 인문학에서 다루는 소재들에 대해서 시민들은 좋은 이야기이지만 추상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시민들의 삶에 더 다가가기 위해 지역의 인문학적 자산을 활용하는 강연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을 소재로 한 강좌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직접 역사·문화 자산을 발굴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고, 지역 관련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인천화도진도서관은 '인천학 강좌'를 매년 열고 있다. 화도진도서관은 향토자료 특성화 도서관으로 지정돼 있고, 개항시기 관련 자료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화도진도서관은 올해 지역 역사와 관련한 자료를 시민들과 나누기 위해서 '인천학 시민강좌'를 10월 16일부터 11월 20일까지 6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강좌의 주제는 '인천'을 공통점으로 다양하게 마련됐다. ▲세월을 이기는 힘, 인천의 오래된 가게 ▲은막에 새겨진 삶, 인천의 영화 ▲도시와 예술의 풍속화, 인천의 다방 ▲질주하는 인천철도의 역사 ▲흔들리는 생명의 땅, 인천의 섬 ▲야구의 시작, 인천의 야구 이야기 등이다.

또한 '한국과 중국의 가교, 인천'을 주제로 한 강연도 지난 14일부터 열고 있다. 인천대 중국학술원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 강좌는 인천의 미래비전, 경인철도와 중국철도 등 인천과 중국의 연결고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이슈앤스토리 / 이제는 로컬이다
화도진도서관이 10월부터 최근까지 진행한 '인천학 시민강좌'의 모습.화도진 도서관은 11월부터 인천과 중국을 소재로 한 강좌를 진행하는 등 '인천학'과 관련한 다양한 강좌를 열고 있다. /화도진도서관 제공

화도진도서관 박현주 독서문화과장은 "인천학 시민강좌는 인천의 과거·현재·미래를 공부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라며 "강좌 등을 통해 시민들은 인천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대해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지역 강좌가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주민들의 자부심을 높이고, 지역 공동체 활성화와 정체성 확립 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강좌는 단순히 강의실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역사·문화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현장 특강'이 활발하다.

화도진도서관은 지난 7월 '인천의 심장, 공장은 멈추지 않는다'를 주제로 인천지역 공단 일대를 돌아보는 답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여기에 더해 인천학시민강좌 수강생들이 모여 인천의 역사·문화 현장을 답사하고, 인천의 기록물을 연구하는 '향토역사연구모임'이 최근 결성됐다.

박현주 과장은 "'인천학'은 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수강생 모임 등이 활발해지면 이들 중에서 다른 이들에게 인천학을 전파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선순환이 지역의 역사·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역사문화 자산은 강좌뿐 아니라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인천시립극단은 인천을 소재로 한 창작극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시민공개 강좌'를 열었다. 처음 창작자를 위한 학습의 목적이었으나, 이를 시민들에게 개방해 강좌 형태로 운영한 것이다. 창작자들은 시민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창작극을 개발하고 있다.

인천시립극단은 이러한 시민공개강좌를 내년에도 열어 지역 연구자와 시민, 그리고 창작자를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으로 창작자는 시민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고, 시민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공연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경험한다.

인천시립극단 강량원 감독은 "과거엔 문화가 서울에 집중되는 경향이 컸지만, 최근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과 마을 등을 중심화하는 활동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도 인천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시민, 창작자 그리고 연구자를 연결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