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해 핵 위협이 고조된 가운데 북한에서 가장 가까운 미국의 주(州)인 하와이에서 1일(현지시간)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핵공격 대피 사이렌이 울렸다.

AP통신과 폭스뉴스 등 미 언론은 하와이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공격을 가상한 주민대피 훈련이 처음으로 진행됐다고 일제히 전했다.

하와이 주 정부 비상관리국(HEMA)이 주관한 이번 훈련은 북한의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이전에 기획된 것이지만, 최근 미사일 발사로 북핵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하와이뿐 아니라 미 본토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미국의 주 가운데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해 주민대피 훈련을 실시한 것은 하와이 주가 처음이다.

또한 옛 소련 핵무기와 대치하던 시기인 1980년대 냉전시대 이래로 30여년 만에 처음 진행된 사이렌 대피 훈련이다.

하와이 주 정부 비상관리국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11시 45분 첫 사이렌을 울렸다. 기존 쓰나미 경보 시스템을 활용한 사이렌은 50초간 평온한 톤으로 이어졌고 10초 간격을 두고 요동치는 파장으로 1분간 비상 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오아후 섬에 있는 180개를 비롯해 하와이 주 전역의 385개에 달하는 사이렌 장비가 동시에 가동됐다.

하와이 현지 언론 호놀룰루 스타 애드버타이저는 오는 7일 공습 76주년을 맞는 진주만에 정박한 애리조나 메모리얼 미 항모에도 사이렌이 울렸다고 전했다.

오리건에서 온 미 본토 주민 브루스 티즐리(63)는 "이틀전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접하고 오늘 사이렌을 들으니 소름이 돋았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공포를 느낀다"고 말했다.

하와이 주 정부는 그러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유명 해변인 오아후 섬 와이키키에서는 사이렌 소리가 너무 작았다고 현지 언론 등이 전했다.

와이키키 해변이 있는 오아후 섬에는 미 태평양사령부도 주둔해 있다.

주 정부 관리들은 와이키키 해변을 비롯해 관광객 밀집 지역에서 사이렌 소리가 작게 들린 원인을 찾아 조사하고 장비를 점검하기로 했다.

번 미야기 하와이 비상관리국장은 "처음에는 훈련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일부 지역에서 사이렌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와이 주민 카렌 린지와 캐롤린 후지오카는 AP통신에 "알라 모아나 파크에 있었는데 마침 점심 시간이어서 그랬는지 훈련 경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냉전시대 핵 대비 사이렌을 들은 적이 있는 주민 로레인 고디(75)는 폭스뉴스에 "세계가 더는 안전하지 않는다는 걸 일깨우는 것 같다. 특히 여기는 하와이는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와이 주 정부는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매달 1일(영업일 기준) 핵공격 대피 훈련을 지속해서 실행할 계획이다.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 주 지사는 "모든 재난에 잘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건 필수적이다. 특히 오늘날에는 핵공격의 가능성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하와이는 북한에서 7천200㎞ 떨어져 있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의 사거리에는 미치지 않지만, ICBM급이라면 충분히 사거리 안에 놓일 수 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화성-15형은 정상 발사 각도라면 미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와이 주 관내 초·중·고교에서도 수업 도중 교실 문을 잠그고 냉방장치를 끈 다음 냉전 시대에 하던 방식인 '웅크리고 숨기'(duck and cover) 형태의 대피훈련이 진행됐다.

하와이 주 정부는 "사이렌이 울리면 주민들이 실제로 핵 공격에 대비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딱 15분 남았다는 뜻"이라고 경고했다.

비상관리국 측은 "사이렌이 울리면, 일단 실내로 들어가서 대피처에 머물며 라디오 방송 주파수를 맞춰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하와이 주 정부는 100킬로톤(kt)급 핵폭탄이 1천 피트(305m) 상공에서 터질 경우 반경 8마일(13㎞)에 있는 주민들이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되며, 1만8천 명 이상의 사망자와 5만∼12만 명의 부상자가 나올 수 있다고 앞서 경고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