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처음 등산 제치고 취미활동 1순위 올라
승부욕·힐링 '매력' 작년 동호인 767만명
도시어부등 미디어 영향 젊은층 인기몰이
'대중화' 반면 안전제도·의식 제자리걸음
영흥도 앞바다 낚싯배 전복 전형적 '인재'

구명조끼 미착용·정원초과·음주 ‘불법행위’
2년새 7.6배 ‘급증’… 사고도 2.4배 늘어나
‘명당’ 선점경쟁 이른 새벽 출항·과속 운항
10t안되는 배 선원 1명 손님 20여명 태워
정부 규제안 마련불구 선주·업계 ‘눈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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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등산 인구와 낚시 인구의 수치가 뒤바뀌었다. 중장년 남성들의 전유물로 취급됐던 낚시가 부동의 1위 등산을 제치고 남녀노소 모두 즐기는 '국민 취미'로 등극했다.

6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국의 낚시 인구수는 지난해 기준 767만명으로 추산된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0만명 늘어나, 성인 5명 중 1명이 낚시를 경험했거나 즐기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바다낚시 어선 이용객 수도 전년대비 16% 증가한 약 343만명으로, 처음 300만명을 돌파했다.

그간 국민 취미로 불렸던 등산이 급격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역전현상은 등산 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10월 발표된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와 컨슈머인사이트 소비자동향연구소의 여행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월까지 취미활동 계획으로 응답자의 51%가 등산을 꼽았으나 올해 2/4분기에는 34%로 급감했고, 이어 3/4분기에는 31%로 더 떨어졌다. 가장 인기가 높았던 취미활동이 2년이 채 안 된 시점에 무려 20%P 하락한 것이다.

반면 만년 2위였던 낚시는 올해 2/4분기에 4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처음으로 등산을 앞질렀고, 3/4분기에는 그 차이를 9%P 더 벌렸다.

전문가들은 건강 및 친목 도모 등으로 산을 찾았던 사람들이 등산에 무료함을 느끼다가 활동적인 취미를 찾는 와중에 낚시에 매력을 느껴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낚시는 가족이나 커플, 친구 등 함께 즐기면서 경쟁을 통해 승부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스포츠적 요소가 다분히 섞여 있다. 또 혼자 낚시 할 때에는 명상과 사색을 하면서 '힐링'도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젊은 층들이 유입속도가 빠른데, 미디어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정글의 법칙'이나 '삼시세끼' 등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낚시를 통해 직접 식재료를 구하고 잡은 물고기로 음식으로 해 먹는 등의 낚시 특유 매력을 부각, 초보자들과 젊은 층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것.

최근에는 '도시어부', '성난 물고기' 등 본격 낚시 프로그램도 등장해 낚시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컨슈머인사이트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국은 낚시가 TV 등 대중 매체에 자주 등장하며 30·40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며 "미국은 전 인구의 20%인 6천만명이, 일본은 6%인 600만명이 낚시를 즐기는 등 해외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취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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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팔미도 앞 어선에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채 낚시를 하고 있는 낚시꾼들과 지난 3일께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된 낚싯배에 타고 있던 실종자들을 수색하고 있는 해경 대원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연합뉴스
■구멍 뚫린 낚싯배 규정, 부재한 안전의식

낚시는 '국민 취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반해 이에 걸맞은 안전제도와 수칙, 안전문화와 안전의식은 '제자리걸음'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 3일 인천 영흥도 앞바다는 수십명의 생명을 앗아갔는데, 태풍과 폭풍 등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22명을 태운 9.77t의 낚싯배가 덩치가 30배나 큰 급유선에 들이받혀 전복되면서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에서 비롯됐다.

6일 해양수산부 및 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낚싯배의 불법행위 적발 건수는 853건으로 지난 2014년(112건)보다 7.6배 급증했다. 불법 유형의 상당수가 구명조끼 미착용(178건), 금지구역 운항(115건), 입출항 미신고(63건), 정원초과(40건) 등으로 지킬 수 있는 수칙들이다.

이 같은 불법 행위는 바로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인데, 실제 2014년 86건이었던 낚싯배 사고는 지난해 208건으로 2.4배 증가했다.

하지만 낚싯배는 대부분 소형이고 어업인들의 생계와 연관돼 있다 보니 관련 규정은 느슨하다. 85%를 차지하는 10t 미만의 낚싯배는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낚시업이 가능하고, 선원 승무 기준도 1명이다.

최대 22명의 승원이 가능해 수십명의 손님을 1명의 선원이 상대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해수부는 지난 3월 3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낚싯배에 대한 안전·규제방안 용역을 마련해놓고도 선주·업계의 반발을 우려해 눈치를 보느라 정책에 반영시키지 못하고 있다.

낚시꾼들의 안전의식 부재도 문제로 지적된다. 선상에서 음주 낚시를 즐기는 것을 당연지사로 여겨, 선주와 선원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 생명줄인 구명조끼도 불편하고, 젖어있어 더럽다는 이유로 착용을 거부하는 경우도 일쑤다. 또 접근 금지 구역에서 낚시를 벌이는가 하면, 쓰레기 무단 투기도 비일비재하다.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은 낚시꾼이 연간 5만t의 쓰레기를 버리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명당찾기 경쟁, 도사린 사고유발 가능성

시화방조제에서 낚싯배를 운영하는 선주 김모(53)씨는 엔진의 최대 출력을 동원해 과속 운항을 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속칭 '명당'을 놓치기 때문에 가장 빠른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과속 운항이 위험한 것은 알지만, 명당을 찾지 못하면 손님들의 불만이 커지고 바로 소문이 나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김씨는 "고기를 잡지 못하면 손님들이 돈을 돌려 달라고 항의하기도 한다"며 "명당을 많이 알고 선점해야 생업을 이어 갈 수 있는 게 바로 이 업계"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낚싯배는 캄캄한 새벽에 일찍 출항해 오후 다시 귀항하는 당일치기이고, 치열한 명당 선점 경쟁에 어선이 낼 수 있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운항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무역항에서만 시속 5~20노트 속력 제한 규제가 있을 뿐, 실제 사고가 발생한 영흥도 인근 해역을 비롯해 소형 항구에는 속력 제한이 없다. 지역 해경이 자체 판단에 따라 저속 운항을 유도하는 계도 활동만 있고, 어선 엔진의 불법 개조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선주들의 경우 자신만의 명당을 숨기고 단골을 만들기 위해 승객들이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곳으로 가자고 하면 위성항법장치(GPS)를 끄고 먼 바다로 나가기도 한다.

또 궂은 날씨에도 예약된 일정은 반드시 소화해야 한다. 현지 사정으로 운항이 취소되면 허탕을 치게 되고 멀리서 온 손님들에 대해서는 교통비까지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자동차와 달리 브레이크가 없어 과속 운항에 따른 접촉 사고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생업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인 만큼 안전에 대해서는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경 관계자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일정 규모 이상의 낚시어선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고, 일제 점검 및 안전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준성·윤설아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