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401000925600044166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치매환자 가족이야기 '사랑해요, 당신' 의학 자문 받아 완성도 흥행 행진
인천시교향악단 매년 '아이사랑 음악회' 세심한 선곡·지휘자 해설 곁들여
타지역 시각장애인 합류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 단독 공연 갈채 받아

2017121401000925600044162
감동과 즐거움을 줘 인간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것은 예술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다.

감동과 즐거움을 주는 수단이라는 인식을 뛰어넘어 예술로 사회를 치유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주변에 많아지고 있다.연극이나 음악 등의 예술 장르가 현대인의 심리적 불안이나 현대 사회를 치유하는 치료 약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연극 사랑해요 당신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연극 '사랑해요, 당신'의 한 장면으로 배우 이순재·정영숙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이 작품은 오는 22~24일 인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컬처마인·인천시·인천혜광학교 제공

#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연극


올해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711만명 가운데 10%가 넘는 72만명이 치매 환자라고 한다.

노인 10명 가운데 1명 꼴로 치매를 겪고 있을 만큼 이 질환은 누구나 어느 날 갑자기 겪을 수 있는 흔한 질병이 된 것이다.

연극 '사랑해요, 당신'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질병이 된 치매로 고통받는 환자와 환자 가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작품이다.

인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오는 22~24일 공연을 앞두고 있는데, 치매 환자와 가족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관객에게는 행복과 사랑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할 작품이다.

서울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전체 56회 공연 중 40회 가까이 전석 매진되는 등 중·장년층 관객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아내이자 엄마로 40년 넘게 살아온 한 여성에게 치매 증상이 찾아오며 변화를 겪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의 이야기로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최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부부가 직접 연극을 관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극을 제작한 극단 사조의 유승봉 대표는 "치매 가정의 어려움이 단순한 통계와 글이 아닌, 연극이란 무대언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코자 기획한 작품"이라며 "치매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이바지 하는 공연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도 담겼다"고 했다.

이 작품은 기획 단계부터 치매 질환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 가천대 길병원 김우경·이현·최수정 교수 등이 자문에 참여했다.

연극에서 치매라는 질병과 치매 환자가 의학적으로 최대한 명확하게 서술될 수 있도록 했다. 또 치매 환자 가족 내에서 발생 가능한 상황에 중점을 두고 의학적 자문이 이뤄졌다.

물론, 극적 재미를 위해 너무 의학적으로 접근해 다소 딱딱하게 전달 될 수 있는 부분은 배제하도록 노력하며 균형을 맞췄다고 한다.

이번 작품이 치매 환자와 환자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최수정 교수는 "이 연극을 통해 환자와 환자 가족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준 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개개인이 치매라는 질병은 우리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미리 알고 조금이라도 준비를 일찍 시작한다면 그로 인한 고통스러운 부분이 조금이나마 완화될 수 있을거라는 바람이 연극에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현 교수는 "연극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치매라는 질병은 특히 현대 가족구성 형태에서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고 있어 국가가 이를 책임지려 나선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노인의료·복지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전문가집단의 이야기와 경험을 듣고 더 튼튼한 정책 시스템을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고 했다.

음악회
지난 10월 27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펼쳐진 아이사랑 태교음악회 공연장면. /컬처마인·인천시·인천혜광학교 제공

# 산모를 위한 음악회

출산을 앞둔 산모와 태아의 심리적 안정에는 클래식 음악이 제격이다. 인천시와 인천시립교향악단, 인구보건복지협회는 매년 1차례, 벌써 3회째 '아이사랑 태교음악회'를 열고 있다.

저 출산 시대에 출산 장려정책의 일환으로 기획된 음악회로 무엇보다 산모와 그 가족들에게 아름답고 편안한 클래식 음악을 선사하여 '힐링'의 시간을 주고자 한다는 것이 중요한 취지다.

산모와 아이가 들어도 좋을 편안하고 안정적인 곡 위주로 선곡이 된다.

지난 10월 27일 열린 3회 음악회에서는 로시니의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서곡과 하이든 '교향곡 제101번' 시계 중 제2악장 등이 연주됐다.

또 인천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태선이가 인천시립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춰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제1악장을 연주했고, 소프라노 최정원은 차분하고 따뜻한 음성으로 '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를 들려줬다. 이경구 인천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가 지휘에 해설까지 곁들였다.

음악 뿐 아니라 대학병원 전문의가 나와 출산관련 강의를 들려주며 산모 뿐 아니라 가족이 새로 태어날 아이와 만날 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인천시립교향악단 관계자는 "템포가 일정해 급변하지 않고 선율이 아름다운 주로 고전시대의 음악을 위주로 선곡이 이뤄졌다"며 "산모와 태아의 심리적 안정을 주는 데 도움이 될 곡들로 충분한 힐링의 시간을 가지시라는 바람을 담았다"고 했다. 산모를 위한 정통 클래식 공연이다 보니 관객 반응도 무척 좋다고 한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인천지회 김성식 담당은 "실력을 인정 받는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로 진행되는 행사여서 대외적으로 손색없는 퀄리티를 자랑하는 공연이다 보니 관객들이 매우 만족스러워 한다"며 "인천의 특별한 행사로 매년 개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날 기념 음악회(세종문화회관)3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 학생과 동문 등이 주축으로 결성된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음악으로 세상과 당당히 소통한다. 지난 4월 20일 제37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장애인의날 기념음악회에서 학생들이 연주에 몰두하고 있다. /컬처마인·인천시·인천혜광학교 제공

# 장애인을 위한 음악활동


앞을 볼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 음악은 좋은 치료제가 된다.

인천에 있는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 학생들은 클래식 악기를 연주하며 세상과 당당히 소통한다.

혜광학교에는 재학생을 주축으로한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가 있어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혜광학교 오케스트라는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 재학생을 주축으로 지난 2011년 창단했다. 그동안 6차례의 정기공연과 크고 작은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했고, 지난 1월에는 재학생·동문·시각장애 교사·타 지역 시각장애인 등으로 문을 넓힌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로 이름을 바꿔 재탄생했다.

제8회 동행 혜광앙상블 페스티벌2
지난달 28일 인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공연한 혜광브라인드 오케스트라 타악 앙상블의 모습. /컬처마인·인천시·인천혜광학교 제공

지난 4월에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단독 공연을 개최할 정도로 대외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오케스트라의 특징은 학생들이 악보도 지휘자도 볼 수 없는 힘든 여건을 극복하고 멋진 음악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악보도 지휘자도 볼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악보를 통째로 외워야 하고, 귀에 이어마이크를 꽂고 지휘자의 지시를 들으며 연주한다.

권성진 인천혜광학교 교사는 "오케스트라활동이 학생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는 것은 물론, 적응력을 높이는 데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오케스트라가 운영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는 주변 많은 분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