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다로운 그레인저 곡 '정확하게'
난해한 라벨 '라 발스' 실력 발휘
올해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지난 17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무대에 섰다. 한국인 최초로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그가 당시 경연 무대에서 선보였던 작품들을 국내 팬 앞에서 다시 선보인다는 점에서 공연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최근에는 피아니스트로 드물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해 기존의 클래식 팬 뿐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인지도가 올라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고조됐다. 선우예권은 자신의 달라진 입지를 보여주듯 화려한 연주를 펼쳤다.
그는 첫 곡으로 그레인저가 편곡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 중 '사랑의 듀엣'을 선택해 낭만적인 분위기를 펼쳐 보였다. 그레인저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까다롭고 정교한 작품으로 악명이 높은 이 작품을 연주하면서 단 한번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이어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9번 단조 작품 958에서는 위트와 평온함이 섞인 부분에서도 곡 전체에 흐르는 음울한 분위기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과 곡을 이끌어가는 힘을 보여줬다. 운명을 마주하면서도 저돌적인 돌진을 멈추지 않는 작곡가의 내면 세계를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재현했다.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소나타 제6번 가장조, 작품 82는 드라마틱하게 흥분이 고조되는 곡의 느낌을 선우예권 특유의 연주법으로 살렸다.
이번 피아노리사이틀에서 선보인 곡 가운데서 라벨의 '라 발스'는 연주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왈츠 스타일의 곡이지만 춤보다는 음악에 초점이 맞춰진 곡이다.
두 대의 피아노버전을 다시 독주 버전으로 만든 만큼 극단적으로 난해하다고 평가받는 곡이지만 선우예권은 생생한 연주로 관객을 몰입시켰다. 애틋한 소리로, 폭발적이고 격정적인 소리로 변화하는 분위기를 소화하면서 자신이 가진 기교와 섬세한 감정 모두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준비한 레퍼토리를 모두 마치고도 객석을 떠나지 않는 관객을 위해 3곡의 앙코르곡을 깜짝 선물해 관객은 물론, 공연 관계자들까지 놀라게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올해 구입한 스타인웨이사의 그랜드 피아노 2대 중에 어떤 것을 고를지도 관심을 모았다. 선우예권은 다이내믹한 사운드를 내는 피아노를 골라 압도적인 연주를 펼쳤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