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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분 당선자 이명선.
며칠째 계속되던 한파주의보가 해제되었습니다. 당분간 한랭전선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전선이 사라진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안도합니다. 사라지지 않았는데 보이지 않을 때 저는 안도합니다.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하늘을 올겨울 들어 처음 올려다봅니다. 시립니다.

시린데 온몸으로 퍼지지 않습니다. 지금 제가 뜨겁기 때문입니다. 눈이라도 펑펑 내린다면 더 시린 하늘을 찾아서 밖으로 나가려는 충동이 일 것입니다. 듣고 있던 노래의 볼륨을 더 줄입니다. 아예 들리지 않는다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제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혼자 생활하는 것이 편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걷다 보면 물 위거나 구름 위였습니다. 빠지거나 떨어질 수 있는 불편에 대한 직감으로 자주 붉거나 창백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낀다는 것이 평범이라는 걸 알지만 타고나길 그렇게 타고났나 봅니다.

그래서 늘 혼자 지냈습니다. 외출할 때마다 자주 모자를 썼습니다. 모자를 푹 눌러쓰면 타인의 시선뿐만 아니라 제가 보고자 하는 것들에서 가려질 것 같았습니다. 어떤 욕망도 제 것이 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사라지지 않았는데 보이지 않을 때 저는 안도합니다.

저의 하루는 단순했습니다. 온종일 음악을 들으며 혼자 중얼거리는 것이 유일한 일이었습니다. 중얼거리다 보면 모든 중얼거림은 저에게로 다시 되돌아오곤 하였습니다. 되돌아오는 중얼거림을 언제부턴가 받아 적었습니다. 혼자 지내는 일치곤 매력적인 일이었습니다.

당선 소식을 받았습니다. 순간 혼자 중얼거릴 수가 없었습니다. 무작정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여전히 없었습니다. 이제 사람과 사람 사이를 걸어가야겠습니다. 그 길을 내주신 경인일보사와 저의 중얼거림을 받아주신 심사위원님께 큰절 올립니다.

저에게 최초로 시를 보여주고 시의 길을 내준 이돈형 시인과 시의 날개를 펼치게 한 김지명 시인께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쓰겠습니다. 이 말이면 될 것 같습니다.

늘 애틋하게 지켜봐 주는 이종영, 이영선, 이영예, 김병찬 그리고 끝끝내 사랑인 재인이에게도 깊은 마음 전합니다.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실 엄마, 아버지 곧 사진 가지고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