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로 일군 탄핵 그리고 새정부
일자리 정책·최저임금 인상에도
서민들 형편 쉽게 좋아지진 않아
2018년 앞길은 조금 더 편해지길
올해 참 힘드셨지요?
팍팍했던 2017년이 저물어갑니다. 긴 언덕길을 오를 때처럼 숨이 가빴던 한 해였습니다. '어렵다'는 말을 실감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새해 벽두를 뒤흔든 광화문의 촛불과 함성은 기어이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론으로 치달았고 새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역사에 남을 큰 일이었는데, 서민들에게는 힘든 기억이 더 많이 남았습니다.
이전 정부나 새 정부나 달라지지 않은 것은 '서민들을 잘살게 하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올해는 수출이 역대 최고 기록을 줄줄이 깼습니다. 대기업들은 수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습니다. 정부도 270조원에 육박하는 세수로 곳간을 든든하게 채웠습니다. 겉보기에는 다들 주머니가 두둑해졌습니다.
하지만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어떤가요?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거리에 넘쳐납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4분의 1 이상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집값은 서민들이 쳐다볼 수 없는 수준으로 뛰었습니다. 주머니가 빈 서민들은 돈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가게도 식당도 택시에도 찬바람이 불었습니다.
얼어붙은 소비가 경제의 발목을 붙잡자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 불평등을 해소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쉽지가 않습니다. 정부가 일자리 대책으로 내놓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소식에 놀라 얼어붙은 것은 영세 중소상공인들이었습니다.
그들도 주머니가 빈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러다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일자리가 없어진다면 아무 소용이 없겠지요.
정부는 걱정 없다고 믿으라고 하는데, 서민들은 걱정이 앞서기만 합니다. 정부가 신뢰를 잃은 탓입니다.
오늘도 서민들은 힘들게 하루를 보냅니다. 손수레를 밀고 끌면서 올라간 언덕에는 석양이 내립니다. 잠시 서서 숨을 고르며 지켜봅니다. 참으로 길었던 올해도 지평선에 걸린 저 햇빛만큼 조금 남았습니다. "안녕~2017년."
잠시 숨을 돌리고는 기운을 내서 또 언덕을 올라갑니다. 이제 언덕의 끝입니다. 이 언덕을 넘어 맞을 '2018년의 언덕'은 오르기가 한결 편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