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락 최고 20배 뛰어… 20·30대 위주 참여
이미 가격 뛴 11월이후 투자자들 대거 몰린듯
"기성세대 부동산처럼 관심 향후 가치 있을 것"
당국 가상계좌 거래 금지·거래소 폐쇄 검토…
고강도 규제 방침 발표되자 비트코인 등 급락
상승세 반전 가능성 여전 韓銀 관련 연구 시작

가상화폐 시장에 돈이 무더기로 몰리면서 가상화폐 가치가 치솟아 올랐고, 정부는 이 같은 현상을 '투기'로 해석하고 급기야 가상화폐 거래를 규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과 관련 업계가 정부의 규제를 '과도한 개입'이라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가상화폐 논란에 불이 붙었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강경하게 대응 방침을 밝히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상화폐 규제에 반대하는 청원이 빗발치기도 했다.
이후 국무조정실이 지난 15일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거래소 폐쇄방안은 지난달 28일 특별 대책에서 법무부가 제시한 투기억제 대책 가운데 하나"라며 거래소 폐쇄는 확정된 방침이 아니라는 정부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가상화폐 반대 청원은 20만명을 넘어섰고 청와대는 공식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몰렸다.

가상화폐에 엄청난 관심이 몰린 것은 지난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가치가 최고 20배 이상 치솟은데 따른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8일 1비트코인 가격은 103만7천원 선이었지만 11월 26일에는 1천만원선을 돌파했고, 12월 8일에는 2천만원을 넘어섰다.
지난 1월 7일에는 한때 2천500만 원까지 넘어서 1년 전과 무려 20배가 넘는 가치 상승을 보였다.

이처럼 가상화폐 가치가 급격하게 뛰면서 투자자들은 너도나도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었다. 연령별로는 20·30대의 젊은 층이 가상화폐 투자에 가장 많이 뛰어들었고,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했던 지난달 이후 투자자들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거래소 이용자 4천1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가상화폐 투자는 20·30대의 참여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20대와 30대가 각각 27%의 참여율을 나타냈고, 40대는 20%, 50대는 12% 순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계층 사다리'가 붕괴돼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이 '인생 역전'을 노리고 무리한 투자에 나섰다고 비판이 일기도 했다.
가상화폐 투자가 이미 가격이 뛴 이후인 지난달 이후에 무더기로 몰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와이즈앱이 최근 11주간 전국 2만 3천여 명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표본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시세조회·게시판 등 관련 상위 10개 앱의 주간 순 사용자 추정치는 조사 1주차(10월 30일∼11월 5일)에는 14만명에 불과했지만 11주차(1월 8일∼14일)에는 196만명에 이르렀다.
11월 이후 가상화폐 관련 앱 사용자가 급증했다는 것으로, 이 기간에 가상화폐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몰렸음을 의미한다.
가상화폐에 투자한 김모(29·여) 씨는 "주변에서 가상화폐를 통해 수백만원의 돈을 벌었다는 얘기를 듣고 솔깃해져 소액이지만 투자하게 됐다"며 "기성세대가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것처럼 젊은 층은 가상화폐에 관심이 많다. 가상화폐가 앞으로 더 발전한다면 투자한 만큼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잇단 대책에도 가상화폐 광풍이 꺾이지 않자 '초강수'를 던졌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카드다. 현재까지 정부가 내놓은 특별대책은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가상화폐 관련 범죄 집중단속과 엄정처벌 ▲가상화폐 온라인 광고 등의 규제 강화로 요약된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의견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수단을 열어 놓겠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가상통화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해 큰 손실을 볼 수 있고 투자 사기 등에 따른 피해 가능성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해 왔다.

하지만 상당수의 가상 통화 국내 시세가 해외보다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자 '묻지마식 투기'를 더는 내버려둘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당장 이번 달부터 가상계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기로 했다. 본인 확인이 어려운 기존 방식의 가상 계좌 활용을 금지한 것으로, 앞으로는 본인 확인이 된 거래자의 은행 계좌와 가상통화 거래소의 동일은행 계좌 간에만 입출금을 제한한다.
금융당국도 ▲미성년자·저소득자 등과 거액의 빈번한 거래 ▲고액의 현금 입금 후 가상화폐 거래소 이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가상화폐 거래소 이체 등을 '의심거래' 유형으로 정하고 의심거래가 보고되면 집중적으로 분석해 국세청 등에 자료를 제공한다.
수사당국 역시 '2018년 가상통화 관련 범죄 집중단속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시세조종 등 불법행위 시 구속 수사하고 법정최고형을 구형한다는 원칙이다.
# 여전히 흔들리는 가상화폐 앞으로 어떻게 될까
정부가 고강도의 가상화폐 규제를 발표한 뒤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세를 나타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비트코인 가격은 한 때 1천151만원까지 떨어졌다. 6일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인 2천661만 6천 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다.
이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상 화폐 거래소 폐쇄도 살아있는 옵션"이라며 "부처 간 진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밝혔고, 중국 당국이 채굴업자 규제와 가상화폐 플랫폼 관련 사업을 모두 막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탓이다.

가상화폐 가격이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은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매입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손절매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 직장인 투자자는 "여윳돈으로 하던 투자라 버텨보려고 했는데 다들 던지는 분위기라 투자금을 뺐다"며 "가상화폐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아쉽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서는 '더 기다려 보겠다'는 투자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기대 때문에 가상화폐 가격은 급락 이후 일부 가격을 회복하기도 했다. 기대감이 남아있고 팔자는 물량이 많이 나오지 않고 있어 가상화폐 가치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직접 나서 가상화폐 연구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것이 눈길을 모은다. 이미 코닥과 같은 거대 기업과 영국·중국 등이 가상화폐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응이 늦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9일 '가상통화 및 CBDC 공동연구 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개최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화폐를 뜻한다.
한은은 가상통화가 지급결제시스템 및 금융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 중앙은행 차원에서의 관심사항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국제기구와 일부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발행 관련 이슈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원근·조윤영 기자 lwg33@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