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사는 노인들 보고 마음 아파
담배 끊고 술 줄여 매일 조금씩 모아
덜 먹고 더 일해 계속 도움 주고싶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홀몸노인이 많이 사는 곳이다.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 남동부수도사업소 유수율제고팀 누수반장 채한진(57)씨는 이날 20㎏짜리 쌀 28포(125만 원 상당)를 직접 사서 노인들에게 전달했다.
채 씨는 "마음이 더 외로운 노인들이 따뜻한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 씨의 기부는 지난 15년 전부터 시작됐다. 수도 계량기 정비를 가는 집집 마다 홀몸 노인들이 힘겹게 사는 것을 발견한 후부터다.
채 씨는 그 후 지난 2003년부터 15년간 분기별로 취약 계층 노인들을 위한 쌀을 기증했다. 주로 원도심에 사는 홀몸 노인이나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이 대상이다.
그간 기부한 규모를 묻는 말에 채 씨는 "많지 않은 기부라 말하기도 쑥스럽다"며 "하루 5천 원에서 1만 원 이상 모아 분기별로 쌀을 기증했는데 얼마나 했는진 다 기억하고 있진 않다"고 웃어넘겼다.
채 씨는 20여 년 전 세상을 떠난 부모님 생각하며 기부를 하고 있다. 그는 "부모님이 한국전쟁 때 피난을 와 인천에 자리 잡고 어렵게 살다가 일찍이 돌아가셨다"며 "혼자 사는 노인들을 보면 부모님 생각이 나 따뜻한 밥 한 끼라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채 씨는 술을 줄이고 담배를 끊어 하루하루 용돈을 모았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적금통장에 꼬박꼬박 쌓았고 술을 마시려다가도 '이 돈이면 쌀 한 포를 살 수 있는데' 하며 참았다.
이렇게 채 씨는 3개월에 한 번씩 최소 60만 원에서 최대 140만 원씩 모은 돈으로 쌀을 사 노인들에게 전달했다. 채 씨는 오히려 "더 해주지 못한 마음 때문에 죄송하다"고 말했다.
채 씨는 2년 뒤 정년퇴직 후에도 기부를 이어갈 생각이다. 그는 "지금보다 봉급이 줄겠지만 덜 먹고 더 일해서 계속 기부를 이어갈 생각"이라며 "어렵고 외로운 노인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