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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2018년 새해 들어서 '야구 공유 인프라 전략'을 발표했다.

 

'야구 공유 인프라 전략'은 SK 구단이 가진 자산 및 역량에 연고지인 인천 지역의 기업과 관공서, 각종 단체들의 참여를 결합해 지역 사회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모든 활동을 일컫는다. 이를 통해 사회·경제적 가치 창출을 하려는 것이다.

2007년 당시 막내 구단이었던 SK는 '스포테인먼트(Sportainment)'로 바람을 일으켰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인 '스포테인먼트'는 구단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당시 타 구단들이 무형의 홍보 효과에만 의존하던 상황에서 SK는 팬 중심(Fan first) 사고를 기반으로 혁신에 나섰다. SK의 스포테인먼트는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의 제공에서 출발했다. SK는 그해 창단 첫 우승도 달성했다.

이후 스포테인먼트는 관객들의 관람시설 개선, 경기장의 체험 및 스토리 기반의 복합 여가 공간 구축, 프로 구단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이르기까지 진화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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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구단 마케팅 중심에도 기업사회공헌(CSR) 활동을 두었다. 기존 CSR 활동에 연고 지역을 결합시켜 공익과 함께 보다 인천과 팬들에게 다가서겠다는 의지를 내세웠다.

'야구 공유 인프라 전략'과 진화하는 구단 마케팅, 다가오는 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류준열(54) SK 와이번스 대표이사를 최근 집무실에서 만났다. 류 대표이사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경제 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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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대표이사는 새 구단 점퍼를 입고 취재진을 맞았다. 아직 공식 발표 전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새 점퍼가 첫 화제로 올랐다.

류 대표이사는 "선수들이 입고 싶은 옷이 아닌 팬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디자이너를 위촉해 새롭게 디자인했다"며 "야구장에서만 입는 옷이 아닌 생활 속에서도 즐겨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기 위해 빨간색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내 화제를 바꿔서 '야구 공유 인프라 전략'에 대한 류 대표이사의 설명을 청했다.

"예로 들어서 설명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구단에서 진행한 20회에 달하는 CSR 활동들 중 인천 서구 지역 발달 장애 아동들 15~20명을 대상으로 20차례에 걸쳐 야구 교실을 진행한 바 있는데, 구단에선 코치를 파견했습니다. 지역에선 발달 장애 아동들을 추천해줬고, 서구 지역에 기반을 둔 SK 석유화학은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마음(펀딩)을 보태면서 3자가 모일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소외계층 대상의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었죠. 이처럼 구단이 가진 야구 인프라(선수와 지도자, 야구 경기장, 응원단 등)를 지역 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는 것이 '야구 공유 인프라 전략'의 핵심입니다. 이전 CSR 활동이 상황에 맞춰 그때그때 추진된 프로젝트였다면 '야구 공유 인프라 전략'은 지역 기업과 행정기관, 사회복지 관련 기관 등에 항시 열어놓고 활용할 의향을 얘기해 달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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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 대표이사는 야구팬과 시민들에게 "야구장에 많이 오셔서 즐겨주시면 좋겠다"면서 "관중이 주체가 되는 야구장을 만들어서 경기장을 찾은 모든 분들에게 '해피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리겠다"고 다짐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류 대표이사는 '야구 공유 인프라 전략'의 아이디어를 미국에서 얻었단다.

"지난해 미국 구단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워싱턴 내셔널스의 CSR 총괄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커뮤니티 플랫폼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죠. 워싱턴 DC는 미국 내에서 노숙인들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이 담당자는 '우리들이 갖고 있는 것으로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을 플랫폼화 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단편적으로 진행되는 CSR 활동 보다는 개방해서 플랫폼화 하면 많은 아이디어와 함께 여러 주체들의 참여도 이끌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만큼 시너지 효과도 클 것이라는 확신도 있습니다."

'야구 공유 인프라 전략'은 야구장을 찾는 팬과 인천시민에게 행복한 기억과 스토리를 만들어주자는 측면에서 스포테인먼트와도 맞닿아 있었다.

류 대표이사는 "지금까지 진행한 CSR 활동도 그렇고, 야구장을 찾은 고객에게 즐거운 추억과 스토리를 전해 주려는 지향점은 같다"면서 "하지만, 스포테인먼트가 우리가 기획해서 보여주고 팬들이나 시민은 그저 즐기는 이분법적 관계였다면 '야구 공유 인프라 전략'은 함께 체험하는 형태여서 스토리의 강도는 훨씬 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로 부임 3년 차를 맞는 류 대표이사가 꼽는 부임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도 구단의 CSR 활동 중 하나였던 '희망 더하기 이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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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처음 시작했을 때 실종(10년 이상)된 자식을 마음에 품은 부모 5분을 찾아 뵈었고, 그 분들의 마음을 영상으로 담아서 홈 경기 당일 빅보드를 통해 보여줬습니다. 당시 관중과 선수 모두 부모님들의 염원을 느끼면서 뭉클해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프로 야구단이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했던 때인데, '우리가 이런 일을 해야 하겠구나'하는 결심을 하게 만든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벤트를 하면 선수들이 귀찮아하진 않을까'하는 우려도 했었는데, 오히려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겠다는 생각도 했었죠. 2017년에는 실종아동에 머물지 않고 입양아동으로 확대했고, 몇몇 구단도 동참해줬습니다. 여타 종목의 스포츠 스타들도 뜻을 같이했고요. 대상은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올해도 '희망 더하기'는 이어집니다."

프로구단으로서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구단의 성적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류 대표이사도 공감을 표시했다.

"성적이 좋으면 관중이 늘죠. 하지만 성적만 좋다고 다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기는 통쾌함과 함께 4시간 정도 야구장에 있으면서 보고, 먹고, 상품을 사고, 체험하는 모든 것들이 누적되어서 스토리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성적과 관중, 두 부분 모두 고민하고 있습니다. 트레이 힐만 감독과 염경엽 단장이 올해 두 번째 시즌을 맞게 되는데, 두 분 모두 지난해 보다는 나은 성적을 내기 위해 고민 많이 하실 겁니다. 지난해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는데, 올해에는 홈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르자는 목표를 세워놓았습니다. 우승 목표는 앞으로 2~3년 내로 잡았습니다."

우승을 하고, 좋은 성적을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 SK가 택한 부분은 '우수한 코치'이다. 

 

SK는 코치 육성 시스템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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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 SK 와이번스 대표이사가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선보인 구단 점퍼를 입고 인터뷰를 했다. 류 대표이사는 "프로야구단은 연고 지역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구단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것이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생각했다. '야구 공유 인프라 전략'에 대한 각계각층의 참여를 통해 함께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가는데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류 대표이사는 "우수한 선수가 나오기 위해선 코치가 유능해야 한다"면서 "지난해부터 코치들은 미국 등 외부에서 진행되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접하게 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염경엽 단장이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류 대표이사는 시즌 개막을 기다리고 있는 야구팬들과 시민에게 자신감 넘치고 희망에 찬 메시지를 전했다.

"올해도 홈런 군단의 이미지를 가져갈 것입니다. 여기에 김광현 등 좋은 투수들도 가세하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더욱 강한 팀이 될 것이고, 그만큼 경기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또한 선수와 팬이 함께 만드는 이벤트들도 많이 만들고, 팬들이 주체가 되는 야구장을 만들어서 '해피 바이러스'를 퍼뜨릴 것입니다."

글/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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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 대표이사는?

전북 전주 태생인 그는 연세대학교 경제학 학사, 동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 SK 텔레콤 입사 후 2010년 전략기획그룹장, 2011년 미국 플랫폼 사업본부장, 2012년 서비스탑 대표이사, 2015년 성장전략실 실장을 역임했으며 2016년 1월 SK 와이번스 대표이사로 부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