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순종 황제가 1907년 즉위한 서양식 2층 건물인 덕수궁 돈덕전(惇德殿)의 복원 공사가 올해 시작된다.
돈덕전은 고종이 외국 사신을 접견했던 건물로, 덕수궁의 또 다른 서양식 건물인 석조전(石造殿) 북쪽에 있었다. 1901년께 지어졌으나, 1930년대에 이미 헐린 것으로 전한다.
문화재청은 30일 올해 주요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발굴조사를 마친 덕수궁 돈덕전의 설계를 연내에 마치고 복원에 돌입해 2021년 준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돈덕전 복원과 함께 경기여고가 있었던 선원전(璿源殿) 구역의 본격적인 정비도 시작된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사용했던 건물들을 헐고, 일부 지역에서는 발굴조사를 진행한다.
선원전은 대한제국 시대에 왕의 초상인 어진(御眞)을 봉안하던 건물로, 주변에 흥복전(興福殿)과 흥덕전(興德殿)이 있었다.
고궁 야간개방을 비롯한 문화재 활용 프로그램도 확대 시행된다. 고궁 야간개방 일수는 작년보다 21일 많은 140일로 늘어난다. 그동안 한시적으로만 개방됐던 창덕궁 인정전(仁政殿)과 파주 장릉의 관람 일수도 대폭 증가한다.
또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리고, 지역 문화재를 활용한 프로그램도 30건 증가한 280건이 운영된다.
지역 문화재 중에는 가야와 신라, 백제 문화권의 조사와 연구가 활발히 이뤄진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가야사 문화권 조사·정비와 관련해서는 김해 봉황동 유적, 전라도 동부에 있는 고분군이 조사되고, 가야 유적과 유물을 주제별·연대별·종류별로 정리한 자료집이 발간된다.
경주에서는 신라의 왕성인 월성 발굴이 계속되고, 월성과 교촌마을을 잇는 월정교가 복원을 마치고 일반에 개방된다. 약 20년에 걸쳐 해체·보수가 이뤄진 익산 미륵사지 석탑도 10월에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내년에 100주년이 되는 3·1 운동과 연계한 사업도 추진된다. 옛 서대문형무소와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양식 가옥 '딜쿠샤', 안동 임청각이 정비되고, 잘 알려지지 않은 항일 문화유산의 문화재 등록이 진행된다.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 문화재가 밀집한 경주부터 '지진위험지도'를 제작하고, 소방설비 68건과 CCTV 70건을 추가로 설치한다.
아울러 문화재 돌봄 인력을 650명에서 700명으로 늘리고, 안전관리원 운영 규모도 373명에서 440명으로 확대한다.
남북 관계 개선과 맞물려 개성 고려궁성 남북 공동발굴조사와 평양 고구려 고분 공동조사를 추진하고, 북한에 있는 문화유산의 디지털 복원과 고고유적 데이터베이스(DB) 확충도 진행한다.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삶 속에서 함께 가꾸고 누리는 문화유산'을 올해 비전으로 정했다"며 "지속가능한 문화재 보존과 전승, 더불어 즐거운 문화유산 향유, 안전하고 선진적인 문화재 관리,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 문화유산을 전략 목표로 삼아 문화재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