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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지도에 담긴 남극 세종과학기지 전경. 최근 대대적인 증축공사로 연구공간을 확대했다. /극지연구소 제공

1988년 2월17일 킹조지섬 바톤반도에
세계 18번째 상주기지 조성
기후변화·유용생물자원 조사 활발
34개 진출국중 '극지연구 선도'
'신에너지' 가스하이드레이트 발견이어
항산화·결빙방지물질등 찾아 '성과'

극지연구소 2006년 송도이전
첫 쇄빙선 '아라온호' 인천항 취항해
북극 도전 극지타운 조성 구상
'인천 자리매김' 지역사회 지원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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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첫 남극기지인 세종과학기지가 2월 17일로 건립 30주년을 맞는다.

한국은 세종과학기지를 거점으로 남극에서의 기후변화, 유용생물자원조사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면서 남극연구를 선도하는 주요 국가로 활약하고 있다.

극지연구를 총괄하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극지연구소에서 지구 남쪽 끝에 있는 세종기지 간 거리는 1만7천200㎞.

 

멀게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극지연구는 한반도의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국민들의 삶과 미래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대한민국 극지 진출 역사


이슈앤스토리/세종기지 후보지 답사
1987년 남극 세종기지 후보지인 킹조지섬 답사에 나선 한국탐사단. /극지연구소 제공

미지의 땅 극지에 진출하겠다는 대한민국의 도전은 1978년 시작됐다. 국립수산진흥원(현 국립수산과학원) 주도로 원양어선 '남북호'(5천549t)를 남극 바다로 보내 크릴새우를 시험 어획했고, 남극대륙을 둘러싼 남빙양 연구를 계획했다. 이후 매년 남빙양에서 크릴새우를 잡으면서 수산자원을 조사했다.

1985년 '남극 해양 생물자원보존협약'에 가입해 남극 생물자원들의 중요성과 보존 필요성에 대해 국제사회와 같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같은 해 한국해양소년단연맹이 조직한 탐험단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남극대륙에 상륙했다.

이듬해 11월에는 전 세계에서 33번째로 한국이 남극에 관한 국제적 합의인 남극조약에 가입해 남극 진출을 본격화했다. 1987년 2월 대통령 새해 업무보고 자리에서 남극기지 건설이 결정됐다.

우리나라 탐험단이 그해 4~5월 후보지인 남극 킹조지섬을 답사했고, 남극의 여름이 시작되는 12월부터 남극기지 건설공사에 착수했다.

대한민국 극지연구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세종과학기지는 1988년 2월 17일 남극 킹조지섬 바톤반도 서북해안에 약 1천360㎡ 규모로 조성됐다.

남극 세종과학기지 출범으로 남극조약에서 강조하는 '실질적인 과학연구'가 가능해졌다.

남극에서 상주기지를 운영하는 18번째 국가가 됐다. 그 결과, 한국은 1989년 제9차 남극조약 협의당사국회의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남극조약 협의당사국 자격을 얻었다. 전 세계에서 23번째로 당사국 지위에 오르면서 국가의 국제적 위상도 그만큼 높아졌다. 현재 남극에는 34개 국가가 진출해 있다.

■세종과학기지의 성과

극지연구소는 남극의 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과학기지, 북극의 다산과학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1987년 3월 국립해양연구소에 신설된 극지연구실에서 출발했다.

매년 16~18명의 월동연구대를 파견하고 있고, 남극의 여름에 해당하는 11월~이듬해 2월에 150명 규모의 하계연구대가 남극 과학기지에서 각종 과학활동을 한다. 세종기지는 올해가 31번째 월동대다. 세종기지 출범부터 지금까지 30년 동안 월동대원 총 450여 명이 파견됐고, 연구자 3천여 명이 세종기지를 다녀갔다.

세종과학기지의 가장 큰 성과로는 미래 에너지자원으로 불리는 일명 '불타는 얼음' 가스하이드레이트(Gas Hydrate)층의 발견이 꼽힌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천연가스인 메탄이 주요 성분으로 구성된 고체연료다.

세종기지 연구팀은 1993년부터 지속해서 남극 해저지질을 탐사해 2003년 남극반도 남셰틀랜드 군도 북동해역 해저면 아래 약 600m 지점에서 대규모 가스하이드레이트층을 발견했다.

남극에 있는 에너지자원은 국제협약으로 2048년까지는 개발할 수 없지만, 이후 개발·활용이 진행된다면 그 잠재적 가치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구상의 가스하이드레이트 매장량은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화석연료의 2배가량으로 추정된다.

남극에 사는 생물들로부터 노화를 늦추는 항산화 물질을 발견하고, 극저온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는 결빙방지물질을 찾아낸 것도 세종기지의 대표적인 연구성과다.

이를 화장품이나 의약품에 활용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또 남극 고유생물 11종(요각류 4종, 섬모충류 7종)을 새롭게 발굴해 진화의 비밀을 풀기 위한 유전체 해독에도 나서고 있다.

남극 환경보호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한국은 세종기지 남동쪽으로 2㎞ 떨어진 '나레브스키 포인트'(일명 펭귄마을)를 남극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남극조약 협의당사국회의에서 제안했고, 국제사회가 이를 받아들였다.

한국은 나레브스키 포인트의 환경보호와 과학적 연구를 주도하는 관리 책임국이 되어 출입 연구자를 심사하고 교육하는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

세종과학기지는 최근 대대적인 증축공사를 마무리하고, 연구시설과 파견 인력 주거환경을 개선했다. 앞으로 남극점을 향한 독자적인 내륙진출로(코리안 루트) 개발, 수심 2천500m의 빙저호(빙하 하단이 녹아 형성된 호수) 탐사 같은 새로운 연구영역을 개척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인천과 대한민국 극지연구


이슈앤스토리/아라온호
한국의 첫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극지연구소 제공

세계 각국의 극지 진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해양연구원 산하 극지연구센터는 2004년 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로 승격했다. 2006년 인천 송도국제도시 갯벌타워로 이전해 '인천시대'를 맞았고, 2009년 한국의 첫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7천487t)가 인천항을 모항(정박부두)으로 취항했다.

'세입자'였던 극지연구소는 2013년 송도국제도시에 신청사(연면적 2만1천525㎡)를 마련하면서 인천에 정착했다. 연구소 신청사 인근 9천912㎡ 부지에는 극지교육관과 연구공간을 확충하는 '2단계 사업'이 계획돼 있다. 신청사와 2단계 사업부지는 모두 인천시가 땅을 무상으로 빌려줬다.

극지연구소가 앞으로 초점에 둘 개척지는 북극이다. 정부 차원에서 북극 진출을 겨냥한 '제2쇄빙연구선 건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시는 제2쇄빙연구선의 모항도 인천항에 유치해 주변 지역을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한 '극지타운'으로 조성, '극지연구의 메카'로서 인천의 입지를 굳힌다는 구상이다.

인천 지역사회와 지역 정치권은 현재 한국해양연구원 부설인 극지연구소를 독립기관인 '극지연구원'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정부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천은 기후변화 관련 국제기구가 몰려있고,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끼고 있기 때문에 국제협력이 중요한 극지연구에 적합한 지리적 여건이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세종과학기지 30주년을 계기로 우리나라 극지연구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라 이를 뒷받침할 지역사회 지원이 중요한 시점이다.

남극은 인류의 생존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남위 60도 이남의 남극해와 대륙으로 구성된 거대한 공간으로, 대륙의 전체면적은 1천360만㎢(한반도의 62배)에 달한다.

지구 육지면적의 9%, 지구 담수의 90%를 보유하고 있으며, 평균 2천100m 두께의 얼음으로 덮여 있다. 눈, 얼음, 퇴적물, 암석 등을 통해 지구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지구환경기록 보존소'이자 '천연과학 실험장'이다.

석유·석탄 '천연자원 보고'… 2041년 개발 여부 판가름 '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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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은 왜 중요할까

남극은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남극 웨들해와 로스해에는 탐사를 통해 석유가 대량으로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체적인 탐사결과가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다.

남극 횡단산맥과 동남극 지역에서는 석탄층이 발견됐는데, 횡단산맥의 석탄매장량만 1천500억t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남극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50개국이 가입한 '남극조약'(1961년 발효)에 따라 영유권이 인정되지 않고 있다. 남극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과학조사의 자유와 국제협력만 허용된 상황이다.

남극에 진출한 국가는 34개국으로 총 40개의 상주기지가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종과학기지 이외에도 2014년 남극대륙 동남쪽에 장보고과학기지를 건립해 운영 중이다.

2041년이면 국제사회가 남극조약을 수정 또는 변경할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천연자원 개발 여부도 판가름날 전망이라 남극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남극조약의 내용이 지속적으로 지켜져야 한다는 국제 환경단체들의 노력도 치열하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