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인식 개선' 정책 전무
결혼이주자·탈북자 등 '소수' 덧칠
'사업대상 한정'으로 차별만 유발
차별에 민감한 시대다. 온·오프라인에서 거세게 벌어진 남녀 간의 차별·혐오 논란만 봐도 그렇다.
'일베' '메갈'은 그 전쟁의 어두운 단면이다. 성별의 싸움은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우리 사회에는 잠재된 차별이 무수히 존재한다. 이민자, 탈북자, 장애인, 성소수자 등은 오랫동안 '지는 싸움'을 끈질기게 이어가며 수면 아래 꿈틀거린다.
사회 속에 뿌리내린 차별에 대항하기 위해 최근 대두된 개념이 '문화다양성'이다. 문화다양성은 흔히 '다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인종과 민족의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우리가 보편적인 사회문화라 믿는 것과 다른 형태의 문화가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차별'을 지양하자는 것이다.
더 쉽게 말하면 성별, 종교, 국적, 피부색 등을 핑계로 차별하지 말고 하나의 '인간' 그대로 이해하고 존중하자는 것이다.
경인일보는 이에 새로운 사회 문화 가치로 떠오른 '문화다양성'을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편집자주
문화다양성은 굉장히 '기본'적인 도덕이다.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누구나 동의하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지난 2015년 여성가족부가 '국민의 다문화수용성 조사'를 연구해 발표한 결과에서 '여러 민족을 국민으로 받아들이면 국가의 결속력을 해치게 된다'는 질문에 37.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2011년 같은 조사 때보다 3% 가량 늘어났다. '한국이 오랫동안 단일민족 혈통을 유지해온 것이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한국이 단일민족 국가라는 사실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등의 질문에도 3~5% 가량 동의하는 이들이 증가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정부가 꾸준히 '다문화' 정책을 만들고 이주민의 수도 크게 증가했지만,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국민의 인식은 오히려 낮아진 셈이다.
다른 문화, 소수의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사회의 인식이 낮은 데는 정부와 지자체의 탓도 크다. 정부는 2014년,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며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무부서로 정책을 실시하고, 연구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무지개다리' 등 문화다양성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문화다양성 인식 개선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책은 거의 없다.
또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경기도는 문화다양성과 관련된 고민이 전무한 실정이다. 경기도 역시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약속하는 조례까지 마련됐지만 이를 정책화하고 관리하는 주무부서도 없고, 문화다양성 사업도 없다.
경기문화재단에서 지난해 시행한 '일곱빛깔, 일곱개의 감각 통합하기'라는 사업이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이 오히려 '구분짓기'를 통해 소수 문화에 편견을 씌운다고 지적한다.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이완 대표는 "다문화라는 표현을 쓰는 것부터 차별의 시작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다문화 정책을 살펴보면 다문화가정으로 사업대상을 규정해버린다"며 "국적에 상관없이 함께 잘 놀던 아이들이 정책에 의해 어느 순간 피부색, 국적에 따라 '다문화' 아이로 덧칠된다. 다문화라는 편견을 씌워버리고 한국인과 구분 지어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지 소수라는 이유로 '구분짓기'를 당하는 것은 문화다양성이 가장 지양하는 것"이라며 "'나는 항상 이 사회에서 다수자인가' 라고 자신을 돌아보면 오히려 소수자의 위치일 때가 많고 그로 인해 권리를 침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사실은 쉬운 문제"라고 꼬집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