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학예사 경력… '개척자' 노릇 나서
용인 외진 곳에 카페·체험장 겸해 오픈 '도전'
지역작가 발굴·신진 예술인 전시 역할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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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갤러리(미술관)를 개관한다고 했을때 많은 이들이 반신반의했다. "정말? 돈이 많은가 보네." "편하게 살고 싶은거 아니야."

하지만 개관 1년에 접어들면서 많은 이들의 반응이 바뀌고 있다. "진짜 뭘 하긴 하는 모양이네." "한번 꼭 가봐야겠는걸."

용인시에 소재하지만 오산, 평택, 안성, 화성 등 5개 지역의 경계지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아트스페이스 어비움'. 이곳은 용인 이동저수지와 지척에 닿아 소위 '도심외곽지역(교외지역)'으로,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 힘든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공간의 이름만은 포부도 당당하게 '문화가 살찌고 풍요로움이 깃든다'는 뜻을 담았다. '어비움'은 마을의 이름인 어비(漁肥)리의 '어비'와 그리스어로 신전이나 박물관 등 공간을 지칭하는 '움(~um)'을 합쳤다.

이곳의 주인장 조두호(사진) 대표는 "이곳은 그야말로 문화 사각지대다. 경계가 애매해 문화혜택을 누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도심 속을 벗어났더라도 문화공간으로 꽃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평화로운 이곳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문화공간으로 이 지역을 발돋움시키고 싶다"고 말한다.

문화 척박지에 있지만 문화 개척자 노릇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가 이런 무모한 도전을 하게 된 것은 그의 경력이 촉매제가 됐다.

문화기획자이면서 미술관 큐레이터·박물관 학예사로, 문화인류학 박사로 오랜 경력을 갖춘 그는 자연스레 '문화공간'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복합문화공간인 어비움으로 이어졌다.

사실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에 자리해도 운영이 될까말까한데 이렇다할 시설도 없는 외진 곳에 자리한 갤러리가 될리 만무하다.

하지만 그의 뚝심이 조그맣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단순 미술관(갤러리)이 아닌 카페, 문화체험 공간 등을 겸한 새로운 문화공간을 선보임으로써 문화적 거리감을 줄였다.

여기에 더해 갤러리를 통해 지역작가 발굴은 물론 기회가 적은 신진작가들의 전시 장으로도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는 말한다. "우연한 기회에 왔다가 편안히 쉽게 보고 즐길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다. 주민들도 생활예술인이 되는 곳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