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 문승 협신회 부회장
한국지엠 부품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주)다성의 문승 대표이사가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지엠이 현재 지탱하고 있는 일자리를 생각한다면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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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제를 지탱하는 한 축인 한국지엠이 휘청거리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가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이후 한국지엠 본사가 있는 인천 부평공장 등 경인지역 사업장에도 구조조정 여파가 미치고 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이 인천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크다. 인천시가 집계한 2016년 말 기준 인천지역 전체 GRDP(지역 내 총생산)는 80조9천억원으로 이 중에서 약 15%를 부평공장이 담당한다.

또 수출액으로 보면 인천 전체(2016년 말 39조2천억원)의 22%를 차지하기도 한다. 한국지엠에 생계가 달린 지역 고용인력도 수만명에 달한다.

인천상공회의소는 최근 한국지엠 종사자가 인천에만 1만1천500명에 이르며, 인천 1차 협력업체만 해도 50여개사에 2만7천명이 일하는 것으로 파악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2차 협력업체는 170여개에 8천명, 3차 협력업체는 300여개에 4천500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당장 한국지엠에 부품을 대는 협력업체들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시중은행까지 '돈줄'을 죄기 시작하면서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일부 협력업체는 이미 인력 감원에 나섰다고 한다.

한국지엠 1차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는 급기야 '한국지엠 부품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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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에 있는 (주)다성의 대표이사인 문승(58) 비대위원장은 지난 12일 경인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지엠 사태 해법을 신속히 찾지 못하면 협력업체들이 다 죽는다"며 "한국지엠 철수는 협력업체들에는 사형선고와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GM이 지난 2013년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한국지엠과 협력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유럽에 수출을 많이 하던 한국지엠의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덩달아 협력업체들도 기업의 존폐를 걱정할 만큼 납품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고 문 위원장은 토로했다.

한국자동차협동조합에 따르면 한국지엠의 1차 협력업체가 한국지엠에 납품한 금액(1개사 평균)은 2012년 244억원에서 2016년 164억원으로 떨어졌다. 올 들어 협력업체들의 사정은 더욱 악화했다.

1차 협력업체의 2월 기준 공장가동률은 50~70% 떨어졌고, 1~2월 매출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0%가량 급감했다고 자동차협동조합은 밝혔다.

인터뷰 공감 문승 협신회 부회장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은행권마저 협력업체들의 '돈줄'을 죄기 시작했다. 문 위원장은 "시중은행들이 어음(외상매출채권) 할인을 거부하고 각종 신규 대출도 사실상 중단했다"며 "어음 할인과 신규 대출이 막히면서 협력업체들이 운영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문 위원장은 한국지엠이 1차 협력업체 300여곳에 납품 대금으로 현금 대신 60일 만기 전자어음을 줬다고 했다. 이들 업체는 이 어음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형식(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으로 3%가량 할인한 돈을 받아 운영 자금으로 써 왔다.

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 발표가 나오자 은행들은 협력업체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문 위원장은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신용만으로 은행과의 거래가 이뤄졌는데 최근에는 담보를 설정해야 돈을 줄 수 있다는 은행이 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지만, 자금 압박을 받는 업체들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1차 협력업체들의 자금난이 2·3차 협력업체들에까지 번지는 건 시간문제. 문 위원장은 "조만간 1차 협력업체가 2·3차 업체들에 끊어준 60일짜리 어음도 할인이 거부될 가능성이 높다"며 "1차 협력업체보다 영세한 2·3차 협력업체들은 더 버텨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상황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한국지엠 경영이 정상궤도에 오르기 전에 협력업체들이 먼저 쓰러지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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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문 위원장은 한국지엠 철수나 공장 축소 등으로 납품이 중단되면 GM의 전 세계 사업장에 수출하던 물량도 급감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가 운영하는 (주)다성은 자동차 스탬핑(차체 만들기) 부품을 주로 제작하고 있다.

현재 GM 공장이 있는 브라질과 미국 등 7개국에 부품을 수출하고 있다. 문 위원장은 "우리 회사의 경우 전체 생산량 중 절반이 수출 물량인데 한국지엠에 납품하지 못하면 (수출 물량이) 60%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고 했다.

"한국지엠에 납품하지 않았다면 GM의 해외공장에도 물건을 납품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문 위원장은 "한국지엠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라는 것만으로 품질에 대한 보증을 받게 됐다. 이를 통해 다른 나라로 수출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처음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조그마한 협력업체가 세계 굴지의 자동차 부품 업체들 틈에서 이 정도의 수출 실적을 유지하는 것도 그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정부가 실사 기간을 최대한 줄여 한국지엠에 대한 지원 결정을 조속히 내려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3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는 실사기간은 경영난을 겪는 협력업체가 버텨내기 어려우며, GM의 신차 배정이 끝난 이후의 지원은 의미가 없다는 게 문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것이 수년간 이어진 한국지엠 철수설에도 숨죽여 지내오던 그들이 단체를 만들어 전면에 나서게 된 가장 큰 이유다.

문 위원장은 "신차가 배정되지 않으면 구형 차종의 판매량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생산량은 감소한다"며 "자전거는 페달을 밟아야 속도를 내며 계속 나갈 수 있듯이 생산량이 줄어든 공장은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차를 계속 가져와서 개발해야 협력업체가 살 수 있다"며 "어떻게든 살려내지 않으면 협력업체들이 줄 도산에 빠질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문 위원장은 "군산공장 폐쇄 이후 한국지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지엠이 현재 지탱하고 있는 일자리를 생각한다면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한국지엠은 국내 공장과 협력업체 등을 포함해 15만6천명의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장 인근의 소상공인까지 합친다면 한국지엠 철수로 20만명에 가까운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문 위원장은 비대위 활동에서 한국지엠과 협력업체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 잡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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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GM을 마치 '먹튀'나 '고리대금 업체' 등으로 묘사하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지만, GM이 인천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 부분도 많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지엠과 협력업체가 함께 살아남는 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GM은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발표하며 정부의 재정지원이 없으면 한국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정부는 GM 측이 실사에 성실히 임하고, 신차 배정 등 구체적이고 중장기적인 신규 투자 계획 등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글/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문승 비상대책위원장은?

▲1959년 전남 보성 출생

▲한양대 금속공학과졸업、 인하대학교 대학원 무역학과 졸업(박사)

▲1995년 (주)다아 대표이사

▲1998년~현재 (주)다성 대표이사

▲1998년 대우자동차 자주개선 경진대회 최우수상

▲2016년 산업포장 수상

▲2018년 한국GM 협신회 부회장、 한국GM 부품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