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높은 입찰가 썼다가 '부담' 3곳 사업권 반납
연 8천억~9천억 매출 전망 T1 DF1·5 탑승동 DF8
공항공사 이달중 입찰공고 5월 사업자 결정계획


신라가 차지땐 '시장점유율 1위' 넘볼수 있어 주목
2위 노리는 신세계에 한화갤러리아등 '다크호스'
'고정임대료 vs 영업요율제' 산정방식 주 쟁점
5년 운영기간·사업권 분할 여부등도 참여 관건

2018031401001151600054574
인천국제공항에서 절대 강자의 자리를 지켜왔던 롯데면세점이 상당수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면세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롯데가 빠진 자리를 어떤 면세사업자가 채우느냐에 따라 면세업계 판도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국내외 유통사업자들이 인천공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롯데면세점이 반납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DF1(향수·화장품)과 DF5(피혁·패션), 탑승동 DF8(전 품목) 사업권에 대한 입찰 공고를 이달 중 낼 예정이다.

올해 5월에는 사업자를 결정하고 7월 롯데면세점의 실제 철수에 맞춰 새로운 사업자가 면세사업권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3개 사업권에서는 연간 8천억~9천억원에 달하는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사업권을 누가 차지하는지에 따라 면세업계 시장점유율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의 매출은 6조원, 신라는 3조 4천억 원, 신세계는 1조 8천억원 수준이다. 신라가 3개 사업권을 모두 차지할 경우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롯데와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라는 해외 면세시장에서 선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특히 아시아 3대 공항(인천공항, 홍콩 첵랍콕 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면세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게임체인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이번 입찰 참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신흥강자 신세계면세점도 이번 입찰을 통해 사업권을 확보할 경우 2위 자리를 노려볼 수 있다.

KakaoTalk_20180130_153924274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롯데면세점 매장의 모습. /경인일보 DB

한화갤러리아, 두타면세점, 현대백화점 등 공항면세점에 없는 '다크호스'가 입찰에 뛰어들 가능성도 높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한화나 두타는 시내면세점에서 풍부한 경험이 있어 공항면세점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현대백화점도 최근 필요 인력 등을 확보해 놓은 상태라 인천공항 진출을 시도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해외 면세사업자들이 이번 입찰에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사업권을 반납한 롯데가 다시 입찰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외 유통전문지 'TRbusiness'는 최근 롯데면세점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롯데면세점이 입찰 재참여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만약 그렇다면, 스스로 높게 임대료를 써냈다가 계약 기간을 지키지 못하고 사업권을 반납한 롯데가 다시 입찰에 뛰어드는 것에 대한 도덕성·적절성 논란은 롯데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DF1, DF5, DF8 사업권의 매장 위치는 인천공항에서도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DF1과 DF5의 경우 제1터미널 동편에 있는데, 올해 하반기에는 이곳으로 아시아나항공이 옮겨온다. 면세사업자 사이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양대 국적사를 이용하는 여객의 면세품 구매력이 높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시아나항공 여객이 오가는 동편 면세매장은 서편보다 높은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면세업체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 면세사업자는 "과거 1터미널 동편에 대한항공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 서편에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들어온다면 제2여객터미널 개항에도 동편 면세점 매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면세사업자들은 "인천공항공사가 입찰 조건을 결정해야 입찰 참여 결정이 가능할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면세점 업체들은 과거와 같이 무리하게 높은 가격을 써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 스스로 써낸 높은 입찰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반납한 것을 지켜보며 일종의 '학습효과'가 생긴 만큼 무리한 입찰 참여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개항에 따라 고객이 줄어들게 된 제1터미널 면세점 임대료 조정과 관련해,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업계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도 이번 입찰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치열한 내부 논의와 관계 기관 협의를 통해 입찰 조건을 마련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입장에서는 입찰 흥행과 적절한 임대료 수익 확보 등 여러 목표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입찰을 진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공사는 관세청과 함께 면세사업자를 정하는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2018031401001151600054573

현재 입찰 조건과 관련한 쟁점으로는 '운영 기간' 등이 있다. 롯데가 반납한 사업권의 운영 기간인 2020년까지만 이번에 입찰을 부칠지, 전체 운영 기간을 5년으로 할지가 관심사다. 또한, 3개 사업권을 하나로 입찰에 부칠지, 나눠서 사업자를 찾을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업계는 임대료 산정 방식이 어떻게 정해질지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에는 매년 내야 할 고정임대료(최소보장액)를 면세사업자가 제시해 높은 쪽이 사업권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입찰이 진행됐다.

3개 사업권의 연간 임대료 입찰 하한선은 DF1 1천49억원, DF5 703억원, DF8 1천43억원이었다. 이번에는 고정임대료 입찰 하한선이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고정임대료가 아닌 수익의 일정 부분을 임대료로 내는 '영업요율' 방식의 전면적인 도입이 이뤄질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업체에서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큰 부분은 입찰 하한선"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업체의 관계자는 "공항공사 입장에서는 기존에 롯데가 내던 임대료 수준을 유지하기를 희망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면세사업자가 허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낮춰줄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며 "그동안에는 공항에서 적자를 보더라도 시내에서 흑자를 내 메우는 형태였는데 신규 사업자 증가, 마케팅 경쟁 심화 등으로 이 같은 방식의 영업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