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
사회문제해결 플랫폼을 갖추고 청년실업과 예술가의 자립을 지원하는 여운태 대표. 그의 아내 신윤희(36)씨 또한 재활용 꽃으로 상품을 개발·판매하며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내용으로 최근 예비사회적기업에 선정됐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시청 떠나 슬럼화 되던 동네에 봄바람
뮤지컬 배우·공연 기획 등 활동 '귀향'
게임형 앱·대관료 없는 예술가지원등
청년대상 기발한 콘텐츠 다수 '정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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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변동이 돌아왔다.

김포시 최고 번화가였다가 시청사가 떠나며 급격히 슬럼화가 진행되던 동네가 지역 문화예술 중심지로 되살아나고 있다.

서울 홍대에서나 열릴 법한 '김포 동네 파티'에 청년층이 몰리고, '게이미피케이션(게임화)'을 적용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3대(代)에 걸친 '김포약국'과 50년 된 수제 도장 장인 '성심당', 방송에 두 번 소개된 30년 전통 '무지개분식'을 마치 게임을 하듯 유람할 수 있게 됐다.

주민들조차 반신반의하던 변화였다.

뉴타운 개발로 동네를 완전히 뒤집어 놓지 않는 한 북변동은 끝났다는 비관론이 많았다. 척박하던 이 땅에 '문화'라는 이름의 푸른 잔디를 심고 있는 주인공은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 '어웨이크'를 이끄는 여운태(36) 대표다.

여 대표는 풍부한 문화현장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김포초·중·고를 졸업한 그는 서울로 진출해 비보이와 뮤지컬배우, 공연 기획자로 제법 이름을 날렸다. 청계천 오픈콘서트 '러브레터'의 기획자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형 문화공연 수익이 소수 투자자에만 집중된다는 사실에 회의감이 들었다.

여 대표는 "한때 어려웠던 시절을 겪은 나처럼 어딘가에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을 젊은 예술가들을 돌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며 "우연히 고향인 김포에 잠깐 들렀다가 십여 년 전과 전혀 바뀐 게 없는 북변동을 보며 '이거다'싶어 시작한 게 스쿨밴드와 동아리 등에 공연장을 내주는 것이었고 그게 지금의 사회적 기업의 탄생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7명의 정직원과 10명의 파트타임 직원이 근무하는 어웨이크는 예술가에게 대관료를 받지 않고 오히려 입장료의 70%를 보장해주는 '7대3 프로젝트'를 비롯해 여 대표보다 나이가 어릴 경우 50% 할인해주는 '대관료에 '반'하다', 생면부지 청년들이 교류하는 '김포 동네 파티' 등 기발하고 다채로운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1개 층 전체는 월 10만원의 저렴한 임대료로 청년창업가들에게 사무실을 내어준다. '숟가락 하나만 얹으면 된다'는 어른들의 정 나눔에서 착안한 집밥 공유 프로그램도 인기다.

이 모든 스킨십에 대한 지역 청년층의 호응은 상상 이상이다. 유입된 청년들이 김포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서울로 나가지 않게 하려면 콘텐츠와 거점이 필요하고, 반갑게 맞아줄 존재가 있어야 한다는 여 대표의 판단이 주효한 것이다.

여 대표는 "폐업한 김포 최초의 서점을 조만간 마을책방으로 재개점할 예정"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