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벨리우스 '슬픈 왈츠'·쇼스타코비치 '혁명'
지휘 박태영·바이올린 김재영 협연
올해 수원시립교향악단의 두 번째 정기연주회는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에 주목했다.
연주회에서 선보이는 시벨리우스의 쿠올레마 중 '슬픈 왈츠'와 바이올린 협주곡, 쇼스타코비치의 '혁명' 등 모든 곡이 작곡가가 내면의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고통 속에서 창조한 명작들이다.
지난달 열린 첫번째 콘서트가 교향악의 '표준'이라 여길만한 고전적 작품으로 대중 앞에 섰던 것과 색다르다. 특히 연주회 날인 4월 19일과도 잘 어울리는 주제이기도 하다.
시벨리우스의 쿠올레마는 '죽음'을 뜻한다. 깊은 병으로 죽음을 눈 앞에 둔 한 여자가 꿈결에 왈츠를 듣고 일어난다. 그 환상 속에 나타난 한 남자와 춤을 추며 음악이 절정에 달하지만, 문 두드리는 소리에 모든 것이 깨진다.
왈츠가 멈춘 그 자리엔 오직 죽음의 그림자만 기다린다. 곡은 여자의 감정을 따라간다. 제 1바이올린과 첼로가 죽음의 왈츠 테마를 연주하다 다른 선율로 이어진다.
관악기들의 화려한 선율로 곡은 이내 활기를 띠고, 3개의 선율이 교대로 나타나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반면 곡이 고조될수록 죽음의 사자가 가까이 다가온다. 두렵지만, 우아하게 죽음을 마주하는 여인의 모습이 눈에 아련하다.
두번째 무대인 바이올린 협주곡 Op.47은 어렵게 세상에 탄생한 곡이다. 1903년 작품의 초고는 완성됐지만,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며 귀의 통증까지 심해져 시벨리우스의 불안이 극에 달했던 때 만들어졌다.
그래서일까. 평론가들의 혹평에 그의 마음은 더욱 피폐해졌고 뼈를 깎는 수정작업을 거쳐 1905년에 새롭게 태어났다.
이 작품은 바이올린의 음악적 책임과 지분이 큰 만큼, 초연 작품에서는 바이올린 특유의 다양한 표현과 기교들이 넘쳐났지만, 다시 창작된 버전에서는 기교를 버리고 곡의 전체적 구조를 탄탄하게 하는 데 주력했다.
이 개정판은 유럽음악계를 주름잡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지휘와 바이올리니스트 카렐 할리르의 협연으로 주목을 받았다. 마지막 곡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 '혁명'이다.
이 작품은 러시아판 베토벤 교향곡 '운명'으로도 불릴 만큼, 장엄하고 웅장한 사운드가 매력이다. 이 곡은 작곡되던 당시의 사회적 배경을 알아두는 것이 곡을 이해하는 데 좋다.
당시는 소련의 체제 정비가 강화되면서 예술계도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강화되던 시기였다. 오페라 '므첸스크의 멕베스 부인'으로 쇼스타코비치는 그 분위기 속에서 비난의 희생양이 된다.
소련 공산당 기관지인 '프라우다'가 "형식은 민족적, 내용은 사회주의적이라는 원칙에서 벗어난 부르주아적 작품"이라고 맹비난을 쏟아낸 것.
쇼스타코비치는 이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자신의 편향된 예술세계를 청산하기 위해 내면적 고투를 시작한다. 이 작품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체험하는 데 집중했다.
고난과 역경, 극복과 승리라는 인간사의 진리를 곡 안에 담고 있으며, 러시아 특유의 민속적 리듬과 분위기, 러시아 민요를 연상시키는 선율이 흐르며 독특한 러시아 정서를 잘 표출한다.
이번 연주회는 러시안 사운드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박태영 지휘자가 객원지휘자로 나선다. 그는 러시아 국립오케스트라에서 첫 외국인 부지휘자로 발탁돼 러시아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또 유럽 클래식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노부스 콰르텟의 리더,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이 협연한다. 공연은 오는 19일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공지영·강효선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