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합창단, 산모에 평정 압박

결혼날짜 제한·임신순번제 강요
도내 운영단체 대부분 처지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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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내 지자체 다수가 운영 중인 시립 예술단이 인권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소속 단원들은 결혼, 출산을 비롯해 휴가조차 자유롭게 결정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한 근로환경에 놓여 있다.

파주시립예술단 합창단원으로 일하던 A씨는 2015년 10월 출산 직후 '실기평정'에 참여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1년에 한번 치르는 평정(오디션) 결과는 해고사유가 되기 때문에 단원들에겐 매우 중요하다.

출산한 지 100일이 채 되지 않아 노래를 부르기 어려웠던 A씨는 상황을 설명했지만, 예술단 측은 '해고'를 거론하며 압박했다. 할 수 없이 평정을 치렀고 30점대의 낮은 점수를 받아 그 해 12월 31일 해고됐다.

이런 사례는 비단 A씨뿐만이 아니다. 당시 합창단 소속 2명의 여성 단원도 모두 출산 후 평정을 통해 낮은 점수를 받은 뒤 '경고' 처분을 받고 다음 해 해고됐다.

시의 결정에 불복한 A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고 부당해고를 인정받아 2016년 9월 복직했다. 하지만 2017년 평정을 통해 다시 해고됐고 소송을 통해 현재 복직을 기다리고 있다.

A씨는 "출산이 임박한 여성 단원에게 평가를 강요한 뒤 해고하거나 출산휴가를 쓴 여성단원에게 평정으로 경고처분을 내리는 것이 다반사"라며 "출산휴가를 다 채운 단원이 거의 없다"고 고발했다.

현재 근로기준법 상 출산휴가 중에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

이는 파주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운영 중인 도내 시립 예술단의 근로환경은 참혹한 수준이다.

지휘자의 허락을 맡아 결혼날짜를 결정하거나, 순서대로 임신을 하라는 압박도 서슴지 않는다.

수원시립예술단 관계자는 "단원이 청첩장을 가져가자 지휘자가 '내 허락도 없이 결혼날짜를 정했다'며 크게 화를 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고 말했고 다른 예술단 관계자는 "여전히 여성 단원에게 번호를 매겨 순서대로 임신하라는 곳도 있다"고 토로했다.

휴가를 쓰는 일도 쉽지 않다. 안양시립예술단의 경우 '5일 범위 내에서 단장 승인을 받아 단체 연가를 사용할 수 있다'는 복무규정을 근거 삼아 단장이 여름과 겨울 휴가 날짜를 지정해 강제 연차를 사용케 한다.

공공기관에 소속됐지만, 일반공무원과 달리 이들은 연차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 지급하는 연가보상비를 받아본 적이 없다.

/공지영·강효선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