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들기름 맛 변하는 현상 의문
수년 연구 끝에 공기접촉 차단 성공
국가시험 통과 '안전' 美·日 특허출원
최근 산패가 되지 않는 특수 펌핑 용기를 개발해 인생 2막에 도전장을 내민 (주)파노아 박국서(70) 대표가 지역 내에서 화제다.
박 대표는 군포 지역에서 3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해 온 약사다. 하지만 평소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는 그의 발명가적 기질(?) 덕분에 그는 얼마 전부터 사업가로서의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박 대표는 평소 수많은 음식에 곁들여 먹는 참기름과 들기름에 주목했다. 처음에는 고소하고 맛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맛과 향이 서서히 변해가는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지만, 그는 달랐다.
기름이 공기 중 산소와 접하게 되면 산패가 발생하고 이 때문에 맛이 변한다는 점에 착안, 공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 건강에 좋다면서 기름을 한 수저씩 떠먹는 사람도 많은데, 사람들은 산패가 진행돼 맛이 변한 기름조차 대수롭지 않게 그냥 먹는 경우가 많다"며 "산패된 기름은 상한 기름이다. 이는 건강에 독"이라고 우려했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박 대표는 산패가 일어나는 원인이 용기의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산소 접촉이 차단된 통조림은 몇 년이 지나도 안 썩는다"며 "식용유 역시 산소와의 접촉만 막을 수 있다면 두고두고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결국 그는 용기 내부에 투입된 특수 나일론 비닐이 외부 공기 유입을 완벽히 차단하도록 하는 '특수 펌핑 용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박 대표가 개발한 특수 용기는 국가공인시험검사기관(KCL) 시험을 통과해 안전한 식품 용기 인증을 획득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에서 특허를 취득했다. 현재 중국과 인도, 캐나다, 베트남 등 세계 각지에서도 특허 출원을 기다리고 있다.
이를 토대로 박 대표는 국내산 참기름·들기름 등의 유지류와 가공식품을 제조하는 회사 (주)파노아를 창립, 야심차게 식용유 시장에 뛰어들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궁금증을 멈추지 않았던 약사의 호기심이 지금과 다른 인생을 스스로 개척한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참기름·들기름 사랑은 알아줘야 한다"며 "그 마음이 변치 않도록, 변질되지 않는 양질의 기름으로 소비자들께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군포/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