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연리뷰
지난 29일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열린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과 도이치 방송 오케스트라의 협연 모습. /부평구문화재단 제공

800석 중형규모 무대 '인키넨의 DRP' 진면모 바로 느껴져
'러 바이올린 거장' 레핀 협연 화려한 활 놀림 '완벽한 조화'
에그몬트 서곡·브람스 교향곡 특유 음색 표출 '감동' 선사

'중형 극장에서 접한 초대형 음악 경험'.

독일 정상급 방송 교향악단 중 하나인 도이치 방송 오케스트라(Deutsche Radio Philharmonie ·이하 DRP)가 지난 29일 저녁 인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인천의 음악팬들과 만났다.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과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2번'(협연·바딤 레핀),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선보인 이 날 연주회에서 핀란드 태생의 지휘자 피에타리 인키넨이 이끄는 DRP는 자신들의 매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더욱이 1천500~2천석에 이르는 대규모 공연장이 아닌 800여석 규모의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열린 연주회여서 연주단체의 진면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에그몬트 서곡'에서 인키넨과 DRP는 중후한 사운드를 뽐냈다.

유장한 현의 선율에 기반을 둔 균형감 잡힌 악기군에서 표출되는 소리는 작품이 갖는 묵직함과 함께 장대한 서사를 명확히 짚어냈다. 이날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기 충분했다.

11세에 비에냐프스키 콩쿠르 우승에 이어 17세 때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던 바딤 레핀은 40대 중반의 '러시아 거장'으로 변모해 인천을 찾았다.

'압도적 서정성'을 뽐내는 이 작품에서 레핀은 적절한 프레이징 속에서 명확한 선율선을 제시하며 청자를 이끌었다. 이를 서포트하는 인키넨과 DRP도 알맞은 음색과 음량으로 작품을 주조했다.

느린 악장에 이어 유머러스한 마지막 악장까지 현란한 활 놀림으로 다양한 음색을 펼쳐 보인 레핀의 수연에 DRP 관악군의 색채감, 타악의 적절한 타이밍까지 어우러지며 청중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이어지는 커튼콜에 레핀은 DRP 현 주자들의 반주(피치카토) 속에 파가니니 '베네치아의 사육제' 중 일부분을 앙코르곡으로 들려줬다.

인터미션 후 이어진 브람스 '교향곡 4번'에서 DRP의 장중한 사운드는 본격적으로 표출됐다.

1악장에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세련되면서도 세밀하게 하행하는 3도 음정의 제 1주제를 세공했다. 이를 통해 작품의 형태를 차근차근 구성해 나갔다.

DRP의 울림은 브람스에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다만 1악장 절정을 앞두고 서서히 고조되는 부분에서 악구를 다소 짧게 가져가는 바람에 선율선이 끊기는 아쉬움이 있었다.

강박에 지나친 악센트를 부여하는 형태였는데, 극적인 절정을 구현하려는 지휘자의 의도로 읽혔다. 2악장에선 적절한 템포 속에서 미세한 선율의 흐름과 음의 울림을 통해 회한을 잘 표출한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스케르초 풍의 3악장을 지나 이어진 마지막 악장은 바흐의 칸타타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비장한 주제 선율을 제시하고 30회에 걸쳐 변주하는 대위법적으로 높은 수준에 올라있다.

인키넨은 확실한 강약 템포의 설정과 변화로 이 악장을 아기자기하게 주조했다. 여기에 DRP 목관군의 아름다움과 금관군의 힘이 더해져 작품의 뼈대를 확고히 구축해 냈다.

청중의 이어진 갈채에 앙코르로 들려준 브람스 '헝가리 춤곡 5번'과 최영섭 '그리운 금강산' 또한 연주회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 선곡이었다.

연주회 후 레핀과 인키넨은 팬 사인회에도 참여했다. 두 연주자는 100여명의 음악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사인을 해주며 또 다른 추억을 선사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