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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럭키금성서 부상 꿈접어
20년간 유망주 양성 한결같은 지원
월급 안받고 여윳돈까지 '아낌없이'

"인기 없는 종목인데 왜 지원하냐구요? 씨름은 문화입니다. 스포츠이기에 앞서 우리가 이어나가야 할 자랑스런 문화입니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씨름에 대한 애정 하나로 20년째 사재까지 털어가며 씨름선수를 키워오는 '괴짜'가 있다. '씨름의 황금기'로 불리는 1980년대 전국을 호령하던 프로씨름단 럭키금성 출신의 민강원(55·사진) 광주시씨름협회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지금은 주춤하긴 하지만 사실 경기 광주는 전통의 씨름 고장이다. 1970년대부터 초·중학교 씨름팀이 운영돼 왔고 각종 대회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민 회장도 고등학교 때 씨름과 인연을 맺은 뒤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는 "경기도에 이렇다 할 고교 씨름부가 없었을 때 우리 학교(현 광주중앙고)에 씨름부가 생겼다.

'씨름한번 해보지 않겠느냐'는 정아방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씨름을 시작한 것이 벌써 35년이 흘렀다"고 회상했다.

민 회장은 "지금은 운동을 안해 몸이 많이 불었지만 한라급에서 나름 인정받았다. 대학(경기대 경영학과)을 졸업하고 바로 국내 최고기량의 프로씨름단에 입단했고 연습 때 사고만 당하지 않았다면 선수생활을 곧잘 했을 것 같다"고 아쉬움도 내뱉었다.

그래서인지 힘들게 운동하는 선수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에 '내가 이루지 못한 우승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마음이 커져만 갔다고 한다. 그렇게 후배양성에 나선 것이 20년이다.

현재 광주시 씨름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그는 월급 한푼 받지 않는다. 오히려 건설업을 하면서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씨름에 쏟아붓는다.

사업을 하며 경영상 오르락 내리락 하는 일도 많지만 그래도 그는 씨름 후배들 챙기는 것만은 한결 같았다.

돈이 없더라도 후배들이 대회에 나간다거나 우수한 성적을 내면 한턱 쏘면서 사기를 북돋았다. 선수들의 스테미너를 챙겨주기 위해 한끼 식사에 수백만원이 들기도 하지만 그는 "씨름 명맥을 이어나가기 위해 애쓰는 후배들에게 더 사주지 못하는게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요즘 최대 고민은 무엇인지 묻자 "여력만 된다면 선수들을 위해 버스 한대 사주고 싶은데 여의치 않다. 그래서 시에서 관용으로 쓰다 노후된 미니버스를 헐값에 공매하지 말고 한대만 제공해줬으면 좋겠다"며 "덩치 큰 선수들이 한 차에 타지 못해 지인들을 동원해 여러 대 나눠 다니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