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공간 곳곳 시민주도로 변화
동네 가게·카페·맥줏집·갤러리
맥주양조·판소리·자서전쓰기등
문화예술 교육·공유 커뮤니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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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까지 가지 않아도 집 앞 카페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면, 비싸게 학원을 등록하지 않아도 동네 갤러리에서 글쓰기를 배울 수 있다면, 맥줏집에서 수제 맥주를 마시며 필라테스를 배울 수 있다면, 내 삶은 어떻게 변할까.

인천의 문화 공간이 바뀌고 있다.

행정기관이 직접 문화 시설을 건립하거나 운영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 시민들이 직접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시민들이 참여한다. 시민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 하나가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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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공연을 즐기고 공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중구 신포동 '버텀라인'. /인천시 제공

6월부터 인천 곳곳에 이러한 소규모 문화 공간이 하나씩 열린다.

민간 상업 시설이나 가게, 유휴공간 등 공간을 통해 일상 속에서 쉽게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생활 밀착형 문화공간'을 1천 곳까지 만드는 인천시의 '천 개의 문화오아시스' 사업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지난 2일 중구 영종도 발달장애인 예술공간인 '꿈꾸는 마을'에서는 '제1회 긴마루음악회'라는 작은 공연이 열렸다. 공연의 의미는 남다르다.

지난 2011년부터 발달장애인의 악기 연습 공간이었던 이곳이 이날 처음 시민을 대상으로 연주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먼저 발달장애인 사물놀이팀인 '평화도시'의 공연이 시작되자 50여 명의 관객들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거나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장구, 꽹과리, 북소리가 어우러져 흥이 절정에 달하자 관객들은 '잘한다', '얼씨구'하며 추임새를 넣으며 참여하기도 했다.

이어 발달장애인 예술인과 비장애인 예술인의 합동 공연인 '새별퓨전앙상블'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 1호 종묘제례악 이수자인 해금 명인 차영수 박사와 기타리스트 조용현씨, 발달장애인 플루트 연주자 박혜림씨, 김지윤씨가 멋진 화음을 냈다.

이들의 연주가 시민들에게 선보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공간이 시민들에게 열리면서 발달장애인들도 그간 연습했던 공연을 펼친 계기가 됐다. '꿈꾸는 마을'은 발달장애인들이 악기 연습을 하는 전문 예술 공간이자 단순 사무실이었다.

그러나 인천시 문화예술 오아시스 사업으로 지원비를 받아 갈라진 바닥을 정비하고 결로로 곰팡이가 핀 벽을 리모델링하며 시민들에 개방됐다. 꿈꾸는 마을 관계자는 "앞으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질 수 있는 멋진 공간을 꾸리겠다"고 말했다.

31-2 게일앤스톰
자가양조, 요가, 필라테스 강의가 열리는 남동구 구월동 '게일 앤 스톰'./인천시 제공

이렇게 전문 예술 공간이 시민에게 개방되기도 하지만 일반 카페, 식당, 주점과 같은 민간 상업시설이 개방되기도 한다. 남동구 '게일앤스톰'은 평상시엔 다른 맥줏집과 같이 수제 맥주를 파는 곳이다.

그러나 6월부터 낮 시간에 한해 시민들에게 공간이 개방된다. 오는 16일 오후 1시에는 '맥주공방'이 열린다. 준비물은 없으며, 시민들은 이곳에서 직접 맥주를 양조할 수 있다.

자신이 만든 맥주는 1주일간 발효시킨 후 1인당 3병씩 가져갈 수도 있다. 30일 오전 11시30분에는 맥주를 마시며 필라테스, 요가를 배우는 '비어 요가'란 독특한 프로그램도 열린다.

중구 신포동 갤러리인 '다인아트'에서는 시민들에게 자서전을 만들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선사한다. '책모임 활동을 통한 자서전 출판'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참여자들이 자서전과 평전을 읽고 무용, 그림, 영상, 글짓기 등 활동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서로 공유하며 12월까지 자서전을 제작하게 된다.

다인아트 윤미경 대표는 "사람들이 글쓰기, 자기 표현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면서 지금 참가 신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시민들이 자연스레 독립출판의 경험까지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생활문화 공간으로 활용되는 곳도 있다. 시민들이 모여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문화·예술을 계기로 커뮤니티를 조직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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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통한 일상공유 모임이 이뤄지는 서구 검암동 '커뮤니티펍 0.4km'. /인천시 제공

서구 검암동 '커뮤니티펍 0.4km'에서는 '풍성한 삶의 기술을 익히는 모임'이라는 프로그램이 열린다. 시민들이 한데 모여서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고 공유할 수 있다.

동구 생활문화공간 '달이네'는 요일마다 자신이 가게 주인이 돼 물건을 팔 수 있는 공간으로, 남구 '행복공작소'는 시민과 외국인이 판소리를 노래하며 친해질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인천시는 앞으로도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는 갤러리, 북카페, 공방 등의 작은 문화공간과 지하철 역사, 지하보도, 고가도로 하부공간, 공공시설 유휴공간 등을 활용해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교육 공간을 2022년까지 1천 곳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교육 프로그램 참여 등은 개별 운영 주체나 인천시 문화예술과(032-440-4012)에 문의할 수 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