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학 통일과 평화사이 '황해'에서 말한다4
지난 6월 29일 오후 인하대학교 정석학술정보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심포지엄 '통일과 평화 사이, 황해에서 말한다'에서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美·中·호주등 6개국 22명 전문가 '한자리'
'통일과 평화 사이, 황해에서 말한다' 주제
기조강연·3개 세션 '폭·깊이' 수준높은 토론

문 대통령 '촛불혁명 동력' 남북대치 극복
北 경제 부흥위한 '능동적 결단' 주목 지적
트럼프 '갈지자 정책·불확실성' 신중론도
평화·미군감축위한 '한반도 중립론' 눈길

남북 연결하는 현재적 장소 '中 단둥' 강조
일본에 대한 美 군사적 지배 청산 '가능성'
분단 상징 철책·'기적의 공간' 개성공단 등
한반도·동아시아 정세 다양한 시사점 안겨

지난 6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인하대학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황해문화 통권 100호 발간 기념 국제심포지엄- 통일과 평화 사이, 황해에서 말한다'가 중국의 전문가들조차 한반도 정세가 하루 천 리를 간다고 할 정도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요즘의 남북한 문제, 동아시아 정세와 관련해 여러 가지 시사점을 안겨주고 성황리에 폐막했다.

새얼문화재단이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은 미국, 호주, 중국, 일본, 대만, 한국 등 6개국에서 22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가한 전문가들의 폭과 깊이에서 부족함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각 세션마다 시간이 부족해 사회자들이 애를 먹을 정도였다.

한반도와 황해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철조망의 기원이라든지, 일본의 오키나와나 오가사와라 제도의 문제라든지, 개성공단과 중국 단둥의 가치 등 그 주제도 다양해 청중들의 호응도 높았다.

■기조강연


첫날인 29일에는 왕후이 중국 칭화대 교수가 나와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걸음, 동북아시아 평화의 계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왕후이 교수는 소련이 해체된 이후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일성, 김정일이 변화를 이루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 최근 전쟁의 위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경계선을 남북으로 오가면서 악수한 것은 전 세계에 감동을 줬고, 이 기적 같은 일을 중국의 언론도 크게 보도했다고 했다.

이는 문 대통령 혼자의 힘으로 한 것이 아니라 촛불혁명이라는 민의를 기초로 한 남북 대치 국면의 극복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과정에서 말을 번복하거나 하는 문제와 대북 경제지원에 대한 다른 목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평화 프로세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계적 과정과 속도조절, 그리고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이 경제적으로 자립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둘째 날에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분단의 바다가 협력의 가교가 되는 날'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전 장관은 그동안 한반도 문제는 위기의 악순환을 거듭해 왔는데, 이번에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수동적으로 결정한 게 아니고 능동적 결단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봐야 하는 점이라고 했다.

이 전 장관은 또 한반도 반평화의 진앙지가 늘 여기 서해, NLL 일대였는데 이번 4·27 판문점 합의에 그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문제가 포함됐고, 특히 북쪽에서 '북방한계선'이라는 말을 썼다는 게 색다른 점이라고 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대화 테이블로 나온 것은 미국의 고강도 압박 때문이 아니고 북한의 경제부흥을 위해서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분단을 상징하는 NLL이 협력의 바다로 나아갈 것이며, 오는 가을의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남북공동번영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1부 세션


29일 오후, '통일과 평화 사이의 사상들을 잇다'란 큰 주제 아래 김명인 인하대 교수의 사회로 열렸다.

미국 코넬대 마크 셀던 교수는 '전쟁에서 평화로,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사례를 국가, 지역, 그리고 지구적 시각으로 보다'라는 주제발표를 했다.

다만, 셀던 교수는 준비한 원고와 여러 부분에서 다른 내용을 이야기했다. 자료집에 실린 원고를 지난 3월 8일쯤에 작성했는데, 그 뒤로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 등을 둘러싸고 급격한 한반도 정세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셀던 교수는 남북 평화 정착 문제와 관련해 미국 트럼프 정부의 갈지자 정책과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좀 더 기다려 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폈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018년에 바라보는 중립국 통일론과 주한미군'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교수는 상당히 논쟁적인 화두를 던졌다.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면 체제보장을 해준다고 했는데, 이는 한국에서의 미군 주둔과 미국의 핵우산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미군 군사비 감축을 위해서 한반도의 중립화를 제안했다.

백원담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장은 '아시아가 만드는 세계'를 주제로 발표를 했다. 토론자로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와 홍윤기 동국대 교수가 참여했다.

한 교수는 남북관계에 대한 낙관이냐 비관이냐는 문제를 떠나서 이번에 조성되는 조건과 기회가 기막힌 찬스라고 본다면서 '북한 바로 알기' 등을 제안했다.

홍윤기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권을 갖고 남북, 북미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직접적인 추동력은 촛불민심과 이번 6·13 선거에서의 압도적 지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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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세션


30일 오전에 이어진 2부의 전체 주제는 '분단 경계에서 통일과 평화를 잇다'였다. 사회는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맡았다.

먼저 정근식 서울대 교수가 나와 '냉전·분단 경관과 평화 - 철책과 전망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정 교수는 한반도 허리를 가르는 휴전선의 철조망이 처음 생긴 것은 1967년 이후라면서 분단의 상징물인 철책을 놓고서 여러 가지 색다른 시각의 다양한 분석을 가해 흥미를 끌었다.

정 교수는 철책을 세울 때는 이벤트를 하지 않지만, 철책을 해체할 때는 반드시 이벤트를 벌이는 점이 특이하다고 소개했다.

한모니카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는 ''수복지구'와 '신해방지구', 분단의 경계지역에서 통일·평화의 시험지역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한 교수는 한국전쟁 전 38선이 전쟁 후 휴전선으로 바뀌면서 남북의 땅이 서로 상대 진영이 된 지역을 중심으로 연구한 바를 소개했다. 그는 이를 60~70년 전의 과거 체제 실험이 미래에도 의미를 준다고 강조했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개성공단 - 날마다 평화와 통일이 만들어지던 기적의 공간'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개성공단을 평화와 번영의 상징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4년 동안 개성에서 북측과 협상을 진행한 점을 바탕으로 개성공단은 ▲평화 ▲경제 ▲안보 ▲통일 등 4가지의,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과 북이 만났을 때 얼마나 큰 폭발적 가치를 지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모델이 개성공단이라고 했다.

강주원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망각되는 10여 년과 잃어버린 10여 년이 얽히고설킨, 또 하나의 국경 - 남북 교류의 중심축이자 거울인 중국 단둥'을 주제로 발표했다.

강주원 연구원은 모두가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 휴전선만 바라보고 있는데 중국 단둥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단둥은 남과 북을 연결하는 현재적 장소라고 강조했다.

홍석률 성신여대 교수와 정병준 이화여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정 교수는 한·러 수교와 한·중 수교 시에 서로 과거를 따지지 않았던 것처럼 남북도 이 지점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3부 세션


'섬, 갈등적 변경에서 평화 교류의 관문으로'를 세션 타이틀로 하여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60년 가까이 일본을 연구해 온 개번 매코맥 호주 국립대 교수는 '동아시아의 일본 문제 : 속국주의와 아베 정부'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한반도 평화협정이 가능하다면 일본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배를 청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와미쓰 신이치 신오키나와문학 전 편집장은 '대리전쟁의 위기회피를 - '황해문학' 100호 기념을 맞아 오키나와에서'란 주제로 발표했다.

오키나와 미군기지 근처에 산다는 그는 미군 항공기들이 뜨고 내리는 것을 보면서 한반도 문제의 긴급상황을 몸으로 느낀다고 소개했다. 그는 모든 나라의 군대를 해체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시하라 슌 메이지가쿠인대 교수는 '태평양세계·일본·미국과 오가사와라제도 - 제국·총력전·냉전을 살아남은 도민(島民)들'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일본은 매우 자기중심적이어서 한반도 정세에 수동적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보웨이 대만사범대 교수는 '평화와 화해 - 진먼과 마쭈의 전쟁지역 역사 및 문화경관 보존이 지니는 핵심 가치'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대만의 진먼 주민들이 중국의 샤먼 지역 부동산을 구입한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국가 정책은 정책이고, 민간에서는 그것과는 별개로 교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신 제주대학교 연구교수와 김민환 한신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