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컷

6년째 오디션 탈락 서울살이중인 무명 래퍼 '학수'
잠시 찾은 고향서 과거와 마주… 갈등·화해 담아
이준익 감독, '힙합' 신선한 소재로 공감 이끌어
랩 하는 박정민 체중 늘린 김고은 '변신'도 재미

■감독 : 이준익

■출연 : 박정민, 김고은

■개봉일 : 7월 4일

■드라마 / 15세 이상 관람가 / 123분


16면변산55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당신의 청춘은 개완한가요(개운하다의 전라도 방언)?'

매 작품마다 틀을 깨는 이야기로 주목받는 이준익 감독이 이번에는 '힙합'이라는 소재로 관객을 찾는다. 어울릴 것 같지 않는 고향과 청춘, 그리고 힙합의 조화는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4일 개봉한 영화 '변산'은 무명 래퍼 학수가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고향으로 내려가 잊고 싶었던 과거와 마주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고향 변산을 떠나 서울살이 중인 학수는 발렛 파킹,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빡센' 청춘을 보내고 있다. 고단한 삶 속에서 학수의 유일한 낙은 '랩'. 그는 홍대 언더그라운드에서는 'a.k.a 심뻑'으로 꽤 잘나가는 래퍼지만,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서는 6년째 탈락했다.

계속되는 실패에 지쳐갈 때쯤 학수는 고향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아버지가 뇌졸중에 쓰러졌다는 소식이다.

가족은 나 몰라라 하고, 어머니의 장례식장에도 나타나지 않았던 아버지와 연락을 끊고 산 지 어느덧 10년. 학수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어쩔 수 없이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흑역사 가득한 고향, 전라북도 변산으로 향한다.

고향에서 학수는 원망스러운 아버지, 초등학교 동창생 선미, 첫사랑 미경, 자신의 시를 몰래 훔쳐 등단한 선배 원준, 학창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조폭이 된 용대를 만난다.

학수는 이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잊고 싶었던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고, 마음 속에 쌓아뒀던 응어리들을 하나씩 풀어나간다.

영화는 '동주', '박열'에 이은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 중 마지막 이야기다. 동주와 박열이 과거를 바탕으로 했다면, 이번 영화는 현재를 중점에 뒀다.

우리의 삶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이 주인공이며 이들 청춘의 치열한 삶을 영화 속에 그렸다.

사실 영화는 갈등과 화해라는 기존 청춘 영화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큰 사건이나, 충격을 안길만한 반전도 없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구조에 감독은 '힙합'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사용했다. 랩으로 표출하는 청춘의 고난과 아픔은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여기에 배우들의 코믹 연기를 적절하게 배치하고, 유명 래퍼들을 등장시켜 무겁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배우들의 새로운 변신을 감상하는 것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생애 첫 원톱 주연으로 나선 배우 박정민은 무명 래퍼 '학수' 역을 맡아 꽤 많은 분량의 랩을 소화했다. 그는 래퍼 설정을 위해 귀를 뚫고, 타투를 하는 등 외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1년 동안 랩을 끊임없이 연습했다.

또 학수의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 직접 랩 가사를 쓰는 등 곡 작업에도 참여했다. 실제로 영화에서 랩을 하는 그의 모습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학수를 짝사랑했던 동창생 선미 역을 연기한 김고은은 친근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8kg 늘리는 선택을 했다. 여기에 차진 전라도 사투리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이준익 감독은 김고은의 연기에 대해 "캐릭터에 대해 진중하게 고민하고, 그 누구보다 캐릭터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김고은의 연기는 볼 때마다 놀랍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