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생활관·노인요양원 등 손길
직접꾸린 단체 15년간 9개지부 확장
시민대상·적십자표창 등 다수 수상
의왕 부곡동에서 부녀회장을 맡으면서 조금씩 이웃을 돕기 시작한 것이, 지난 2003년 적십자 햇빛봉사단을 꾸리며 본격적인 '프로봉사러'가 됐다.
햇빛봉사단은 현재 의왕부곡동봉사회로 이름이 바뀌었다. 당시에는 의왕에 봉사단이 한 곳 뿐이었지만 15년 동안 9개 지부로 확대됐다. 임씨가 본격적으로 적십자 봉사회에서 2006년 이후 봉사한 시간은 8천500여 시간이다.
집계하기 전부터 활동한 시간을 합하면 1만 시간이 넘는다. 2002년 의왕시 시민대상에서 2017년 적십자 표창장까지, 봉사하며 받은 상은 셀 수 없이 많다.
임씨에게 봉사는 이웃을 대하는 방식이다. 봉사할 계획을 세우고, 날을 잡아 하루동안 하고 오는 일이 아니다. 오늘도 하고 내일도 하고, 시설에도 가고 윗집 아랫집으로도 간다. 대상을 불문하고 일도 가리지 않는다.
밥이 필요하면 밥을 해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빨래나 청소도 내 집 살림처럼 챙긴다.
임씨는 "지금은 규모가 너무 줄어서 안가지만 예전에 가던 노인요양원에서는 할머니들 40~50명을 씻겨 드렸는데 목욕 안한다며 도망가고 꼬집고 그래서 고생도 했다"며 "요즘은 청소년자립생활관에 다니는데 남자청소년들만 생활하는 곳이라 밥을 해준다. 쌀이랑 김치도 가져가고 한 번씩 고기도 사들고 가고 얼마 전에는 마당에 자란 풀도 베고 일이 끝이 없다"고 말했다.
요즘은 한 아파트에 사는 이웃도 보살피고 있다. 몸이 아파 거동할 수 없는 윗집 할머니를 자주 찾아간다. 아들과 같이 살지만 그가 출근하면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임씨가 의왕으로 이사를 온 지 50년이 조금 안되는데 그때는 온통 진흙길이라 장화가 없으면 다닐 수 없었다고 한다. 그 길을 오가며 옷가게를 17년 동안 했다. 기댈 곳 없던 낯선 동네에서 이웃도 생기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그 후 부녀회장 15년, 적십자에서 봉사활동 16년 하면서 한자리에서 살고 있다. 이제는 마주치는 사람이 다 가족같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동네사람 서넛이 임 씨의 집을 오고갔는데 벨을 누르고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모두 자기 집처럼 들어와서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임씨는 한참 뒤에야 같이 봉사하는 동생들이라고 소개하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이 사람들이 언제나 도와줘서 너무 고맙고 항상 일을 많이 시켜서 미안하기도 하다"며 "같이 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나도 못하는 것처럼 서로 돕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왕/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