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적 멘트 버린 취임사
수청1리 마을·경안시장 노점상등
고달픈 '서민의 삶' 개선의지 담아
#행정 업무 자신감
시장 혼자서 모든 일 처리 불가능
공무원 역량 끌어낼 분위기 마련
지난 1일 민선 7기 경기 광주를 이끌 수장으로 취임한 신동헌(66) 신임시장. 12년 만에 새 인물로 시장체제가 교체되며 그 어느 때보다 시민들의 눈매는 매서워졌고, 그만큼 기대치는 높아졌다. 신 시장이 느끼는 무게감과 중압감은 그 누구보다 크겠지만 그는 말했다.
"내가 태어나고 나를 키워준 광주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에 솔직히 힘든 줄도 모르겠다. 광주는 나의 신앙이고, 나의 희망이고 나의 꿈이다. '오직 광주, 오직 광주시민'만을 위한 시장이 되고 싶다."
새로운 시장을 맞이한 광주는 신임시장의 모든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중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취임사. '취임사'하면 으레 상투적인 문구의 다짐 멘트들이 즐비하기 마련이지만 신 시장은 달랐다.
선거 과정에서 느낀 소회를 담담히 풀어가며 소외된 시민들을 위로했다.
"광주는 늘 물 때문에 고통을 받아왔다. 남종면 수청1리 가보셨는지? 광주에서 가장 외진 곳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곳 주민들은 서울 등 수도권에 맑은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재산상 불이익까지 감수해 가면서 살아가고 있는 마을인데 정작 수돗물은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중략) 경안시장 입구에는 오래전부터 과일과 고구마, 옥수수를 쪄서 파는 노점상 두 분이 있다. 일흔 전후의 나이로 1년 365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 자리를 지키며 고된 삶을 이어간다. 그 흔한 관광버스를 타고 놀러 간 적도 없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가 가장 무서운 사람은 공무원이다. 공무원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와서 빨리 노점을 치우라고 협박할 때가 가장 무섭다고 한다."
신 시장은 "모든 시민이 행복한 광주를 만들어가겠지만, 서민으로서 불편해도 말도 못하고, 억울하게 지내고, 고달픈 분들을 그런 삶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시민이라면 누구라도 최소한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귀한 우리 시민에게 있다는 것을 외면하지 않고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한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고, 법이 없으면 법을 만들어 자부심의 도시, 행복한 꿈의 도시, 대한민국에서 1등 도시로의 도전을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신 시장의 결연한 의지가 목소리에 묻어났다.
사실 신임 시장을 걱정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행정경험이 많지 않아 시장직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지 않겠냐는 시선이다. 하지만 신 시장은 강조했다. 걱정하지 말라고.
그는 "허허, 선거운동 때부터 듣던 얘기다. 그런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광주시에는 각 분야 행정전문가 1천여 명이 있다. 제가 모든 분야를 꿰뚫고 운영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각 분야 전문가인 우리 광주시청 공직자들이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사기를 북돋우는 것만으로도 시민이 바라는 행정을 이끌어가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월례회의를 주재하고 각 실과국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이런 생각이 믿음으로 변했다고 밝혔다.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광주시장 당선 직후 그는 '어떤 시장이 되어야 할까' 모토를 생각하며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주변에선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문구의 아이템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왠지 몸에 맞지 않는 옷 같았다. 마음을 비우고 정말 어떤 시장이 되고 싶은지 생각하자 딱 9자로 축약됐다.
'오직 광주! 시민과 함께'. 광주가 신앙이고, 시민을 섬기겠다는 그의 의지가 열자 안에 담기게 됐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약력
▶1952년 경기 광주시 쌍령동 출생
▶한양대 법학과 및 언론정보대학원(문학석사) 졸업
▶중앙일보, 동양방송, KBS제작단 제작부장 PD
▶사단법인 도시농업포럼 상임대표
▶한·칠레FTA 실무위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촌정보문화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