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해수청, 공모 참가 7곳 중 '대저건설' 신규사업자 선정
'최대 1500명 탑승' 2만4천t급 오리엔탈펄 8호 투입 계획
1국제여객부두 이용해야 하는데 내년 6월 이후에나 가능
운항 지연땐 지역경제도 손해… '선석 확보'부터 서둘러야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인천~제주 항로 여객선 운항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대저건설에 조건부 면허를 발급했다.
이로써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로 운항이 중단됐던 인천~제주 뱃길이 4년 만에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 여객선이 여객·화물을 싣고 인천과 제주를 오가면 관광과 물류 등 관련 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4년 넘게 끊어진 인천~제주 뱃길
인천과 제주도를 곧바로 잇는 여객선이 처음 운항한 건 1995년 5월이다. 1990년 1월 해운항만청(현 해양수산부)이 해상관광 항로 다변화를 위해 인천~제주 항로를 개설하겠다고 밝힌 지 5년 만이다.
당시 여객선 운항 인가를 받았던 업체가 사업을 포기하면서 항로 개설이 늦어진 인천~제주 뱃길은 이후 네 번이나 사업자가 교체되는 어려움을 겪은 뒤에야 처음 운항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을 거쳐 운항을 시작한 인천~제주 뱃길은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로 중단됐다. 사고 여파로 이 항로를 운항하던 유일한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면허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청해진해운은 세월호(6천 825t)와 오하마나호(6천 322t)를 주 3차례 운항했었다.
이 항로를 다시 운항하려던 시도는 계속됐다. 스웨덴 한 선사가 2만7천t급 선박으로 운항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여객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에 고민하다 사업을 접었다.
수협에서도 인천~제주 항로 여객선 운항을 저울질했으나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검토 작업을 중지했다. 2016년 한 업체가 사업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인천~제주 항로 여객운송사업자 공모가 진행됐다.
하지만 제안서를 낸 업체가 적격 기준(100점 만점에 80점)에 미달해 탈락했다.
# 인천~제주 여객선 운항 '물류·관광 활성화' 기대
인천~제주 항로 여객선 운항 수입의 70%는 화물, 30%는 여객이 차지했다. 이 노선은 수학여행객과 중국 단체관광객이 애용하면서 한때 '황금 노선'이라는 말도 나왔다.
세월호 사고 전인 2013년에는 10만8천 명이 배를 타고 인천과 제주를 오갔다. 그해 이 배에는 108만 1천t의 화물이 실렸다.
지난해 제주지역 물동량은 1천892만7천t으로, 세월호 사고 직전인 2013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뱃길이 끊기면서 화물과 여객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제주도에서 개발사업과 인구가 증가하면서 건축자재나 생필품 수요 등은 늘었지만, 수도권에서 바로 가는 항로가 없기 때문이다.
제주도로 가는 화물은 여객선 항로가 있는 목포 등 남해안에 위치한 항구까지 화물차로 이동해 배로 실어 나르거나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천~제주 항로를 이용할 때보다 물류비용이 추가될 뿐만 아니라 시간도 더 든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인천까지 화물차로 이동하면 1시간이면 충분하지만, 목포까지는 4시간이 넘게 걸린다.
통행료와 유류 비용도 인천까지는 5천500원이면 되는데, 목포까진 5만8천원이 든다.
# 선석 마련해 여객선 조기 운항 필요
인천해수청이 4월 실시한 인천~제주 항로 여객운송사업자 공모에는 7개 업체가 제안서를 냈다.
인천해수청은 안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여객운송사업자 선정위원회를 열어 이들 업체의 사업 수행 능력과 사업계획 실현 가능성 등을 평가해 대저건설을 신규 사업자로 선정했다.
대저건설은 경북 포항~울릉도(저동항) 항로 여객선을 운항하고 있는 점과 재무건전성(신용도)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대저건설은 2016년부터 포항~울릉도 항로 여객선을 운항하고 있다.
대저건설은 인천~제주 항로에 한중카페리 항로를 다니던 '오리엔탈펄 8호'(2만4천748t)를 투입할 계획이다. 2016년 7월 건조한 오리엔탈펄 8호는 최대 1천500명의 승객과 차량 120대, 컨테이너 214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를 실을 수 있다.
인천~제주 항로를 운항하던 세월호의 최대 정원은 921명이고, 차량 적재 대수는 220대였다.
그러나 대저건설이 여객선을 운항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오리엔탈펄 8호의 선박 규모가 세월호보다 3배 이상 크기 때문에 인천~제주 항로 여객선이 사용하던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를 출발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인천항 제1국제여객부두·터미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신국제여객터미널이 완공되는 내년 6월 이후에나 여객선을 투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인천항만공사는 기존 제1·2국제여객터미널을 신국제여객터미널로 이전 통합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내년 하반기 신국제여객터미널이 개장하고 제1국제여객터미널이 이곳으로 이전해야 그 부두(제1터미널)를 인천~제주 항로 여객선이 쓸 수 있는 것이다.
면허를 획득했음에도, 선석을 확보하지 못해 1년 넘게 더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인천~제주 항로 여객선 운항 지연은 지역경제 측면에서도 손해라고 한다.
대저건설은 인천~제주 항로에 투입할 여객선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배를 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하루빨리 운항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항로 여객선을 이용하면 인천에서 제주도로 건축자재와 생필품 등을 저렴한 가격에 더 빨리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역시 지역 농축산물을 가장 큰 소비시장인 수도권으로 유통하기 위해 인천~제주 여객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객 운송에 따른 관광산업 활성화 효과도 기대된다.
대저건설 관계자는 "면허 조건을 조속히 이행해 본 면허를 앞당겨 취득할 계획"이라며 "인천∼제주 여객선이 다시 운항하면 제주를 찾는 수도권 관광객 편의는 물론 현재 화물차를 목포와 완도 등지로 육상 이동시켜 제주행 여객선에 싣는 수도권 화주들에게도 물류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