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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갯골생태공원의 흔들전망대 위에서 바라본 갯골생태 풍경.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1721년 500만㎡ 농경지 간척, 백성 구휼
3백년 세월 개발속 사라지지 않고 보존
1970년대까지 소금생산, 창고 일부 남아

멸종위기종 저어새 서식 '귀한 감상 기회'
갯골생태공원 흔들전망대 넓은 벌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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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길을 빠져나오면 초록빛을 뽐내는 논과 밭이 이어진다.

도시 안에서 지평선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광활한 대지를 보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몰랐다.

그 땅은 '호조벌'이라 불린다. 호조벌은 지금으로부터 300여 년 전인 1721년 조선 경종 때 조성된 간척지다.

경기창작센터 작가들이 만든 호조벌 안내판.

150만평, 약 500만㎡에 이르는 땅이다. 배고픈 백성들을 구휼하기 위해 바닷물을 메워 농경지로 만들었다. 조선시대 행정기간인 '호조'에서 조성해서 호조벌이라 이름졌다.

그저 시흥 외곽 어디 쯤 있는 농촌으로 알았던 이라면, 땅이 가진 역사에 적잖이 놀랐으리라. 더 놀라운 건 그 땅이 '도시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자취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는 것이다.

바다를 땅으로 만들고, 그 땅을 다져 먹을 것이 생산되는 비옥한 땅으로 만들기까지 수많은 이의 땀과 눈물이 녹아있다. 과거의 호조벌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그 곳은 삶의 터전이다.

아직도 농부들이 이 땅에 농사를 짓고, 땅에서 나고 자란 것이 인근 도시민들의 '식(食)'을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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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뿐 아니다. '저어새'가 서식하는 생명의 땅이기도 하다.

부리가 주걱같이 생겨서 저어새라는 이름을 가졌고 황해안에서 주로 번식한다.

저어새의 먹이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시흥시가 논 2필지를 매입해 보호하는 등 시흥의 생태환경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라 그 수가 극히 적어 저어새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만약에 운이 좋아 마주친다면 저어새가 놀라지 않게 조용히 감상하길 권한다.

드넓은 호조벌 안에 '갯골생태공원'이 있다. 갯골은 간척지 사이에 발달해 있는 유로를 말한다. 그 유로를 통해 바닷물이 들어왔다 빠져나가길 반복한다.

이 땅에만 흐르는 자연의 섭리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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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까지 소금을 운반했던 화물기차의 복원 모형.

이 곳에는 숨겨진 역사가 하나 더 있다. 과거 국내에서 가장 '소금'을 많이 생산하던 곳 중의 하나였다는 점이다. 불과 70년대까지도 이 곳에서는 소금이 생산됐다고 한다.

다행히 갯골생태공원 안에 아직도 소금창고가 남아있다. 근대문화재 등록을 앞두고 40여 동 넘게 있었던 소금창고에 불이 나 지금은 2동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검은 빛이 감돌아 세월의 때가 고스란히 묻은 창고 안에 들어가 둘러보니, 이 땅에 살아남은 그 역사의 흔적이 고맙고 대견하다.

창고 옆으로, 아직 생존해 있는 이전의 염부들이 작게나마 염전을 되살려 소금을 생산하고 있는 풍경도 눈에 남는다.

시흥갯골생태공원에 남아있는 옛 소금창고.

갯골생태공원을 찾는 백미는 '흔들전망대'를 올라가는 일이다.

동그랗게 이어진 전망대 계단을 따라 꼭대기에 올라가면 공원의 전망은 물론, 호조벌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가슴이 뚫리는 대지의 풍경과 구불구불 이어진 물길을 바라보는데, 때마침 불어온 바람이 끈적한 땀으로 뒤범벅 된 몸을 식힌다.

도대체 현실적이지 않아 몽롱한 기분마저 든다. 땅에 묻힌 역사를 알고 여행하니 머리보다 가슴이 반응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