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인사건 보게된 평범한 가장 주인공
범인 또한 자신을 보고… 추격 스릴러
보편적 주거공간 배경, 현실적 공포감
'방관자 효과' 통한 사회 민낯 드러내
■감독 : 조규장
■출연 : 이성민, 김상호, 진경, 곽시양
■개봉일 : 8월 15일
■스릴러 / 15세 이상 관람가 / 111분

상훈은 아내 수진, 딸과 함께 사는 평범한 가장이다. 어느 날, 회식을 마치고 새벽에 귀가한 상훈은 도움을 요청하는 한 여성의 비명 소리를 듣고 베란다에 나갔다가 끔찍한 살인사건을 목격한다.
그리고 살인범 태호 역시 상훈을 목격한다. 상훈은 급하게 불을 껐지만 손가락으로 자신의 집이 몇 층인지 세고 있는 태호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사건 담당 형사인 재엽은 살인사건의 목격자를 찾아 나서지만, 상훈을 비롯한 아파트 주민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
영화는 현대인의 가장 보편적인 주거공간인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다. 많은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느낀 장소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설정은 현실적인 공포와 충격을 안긴다.
조규장 감독은 "시작은 단순하게 접근했다. 대한민국 국민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사는 걸로 알고 있다. 나 역시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이런 삶의 방식 안에 큰 사건이 침투한다면 사람들이 어떤 심리를 보여줄지 궁금했고, 이를 스릴러라는 장르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감독은 처음부터 범인의 정체를 드러내 몰입도를 높인다. 기존 스릴러가 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을 쫓는 것에 집중했다면, 영화는 살인을 저지른 범인을 극 초반에 공개하고 목격자를 쫓는 색다른 전개로 긴장감을 자아낸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데는 배우들의 힘이 컸다. 주인공 성훈 역을 맡은 이성민은 현실감 넘치는 감정 연기로 살인을 목격했지만, 가족의 안전을 위해 못 본 척해야만 하는 딜레마에 빠진 목격자의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형사 재엽을 연기한 김상호는 그동안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모습과 카리스마로 극의 흐름에 긴장감과 무게감을 더한다. 살인범 태호 역을 맡은 곽시양은 영화를 위해 무려 13kg의 체중을 증량하며 작품에 열의를 드러냈다. 그는 영화 속에서 대사를 거의 하지 않지만, 눈빛과 표정만으로 섬뜩한 연기를 펼친다.
영화는 공포감과 함께 날카로운 메시지도 관객에게 전달한다. 내 일이 아니면 무관심한 현대인의 집단이기주의와 목격한 사람이 많을수록 제보율이 낮아지는 '방관자 효과'(제노비스 신드롬) 등 현실과 맞닿은 다양한 문제들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사진/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