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새마을운동' 전수 부탁
5년간 628만달러 '무상원조' 추진
한경대·한국농발연구원 위탁 시행
버섯·과수 재배·소 사육 기술 도입
초지개량등 농업체질 '효율성 UP'
도로·학교·생활용수 인프라 개선
30개 시범마을에서 '삶의 질' 높여
연수원 교육통해 인재 배출 성과도
내년 기간 만료 '지속가능성 우려'
라오스, 한국 추가지원 요청 '과제'
'국민 1인당 GDP 2천51달러(2017년)', 오는 2020년까지 최빈국 지위 탈피를 위해 갈 길 바쁜 라오스가 '댐 붕괴'라는 대형재난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달 23일 SK건설이 시공한 라오스 남동부 아타푸 주(州)의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이 무너져 5억t에 달하는 물이 인근 마을을 덮쳐 현재까지 130여 명이 죽거나 실종됐고, 3천여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부는 자국의 기업이 시공한 댐이 무너져 대규모 인명피해가 났다는 이유로 긴급구호대를 현지에 급파하는 등 라오스 정부만큼이나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는 또 단기 구호활동뿐만 아니라, 아타푸 주의 이후 경제발전 지원방안도 고심 중이다. 특히 현재 라오스 내 일부 주에서 시행 중인 '라오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이 아타푸 주에 확대 시행될 것으로 점쳐진다.
# 공적개발원조(ODA) '라오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
라오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은 농촌주민들의 빈곤퇴치와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발주하고, 한경대학교와 (사)한국농촌발전연구원이 위탁 시행하는 무상원조 사업이다.
이 사업은 라오스 정부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추진됐다.
지난 2013년 한국을 방문한 라오스의 촘말리 대통령은 지난 1970년 한국에 있었던 범국민적 지역사회 개발운동인 '새마을운동'이 농촌개발에 크게 이바지한 것을 확인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이 같은 경험을 전수해줄 것을 부탁했다.
당시 라오스 정부는 국가사회경제발전계획과 자체 농촌개발운동인 '삼상정책' 등을 적극 추진했으나 오히려 절대빈곤 인구는 증가하고, 빈부 간 격차가 심화 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정부는 이듬해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진행한 끝에 비엔티안(17개)·사반나켓(13개) 주에 30개 시범마을을 선정, 총 628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되는 '라오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 5개년(2015~2019년) 계획'을 마련했다.
# 변화의 바람 부는 라오스
시행 4년 차에 접어든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은 현재 '수확의 계절'을 맞았다. 지난 3년간의 노력은 농가소득 증가와 마을회관·도로·학교·생활용수 등 설치로 인프라 개선이라는 결실을 맺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라오스 농가의 '체질개선'이다.
애초 라오스는 한국보다 4배가량 넓은 국토를 갖고도,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관련 지식이 부족했던 농민들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벼농사를 관성적으로 지었고, 축산농가들은 먹이 부족으로 소들이 살이 찌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은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버섯과 과수 등 재배기술 도입과 소 사양 사업 등의 해법을 제시했다.
그 결과 버섯재배 농가는 당초 4개 마을 93개 마을에서 시작했지만, 인근에 돈이 된다는 입소문을 타고 현재는 6개 마을에 163개 농가가 참여 중이다.
축산농가의 경우 한국의 소 사양방법을 응용하는 동시에 초지개량을 통해 소들에게 먹일 사료 확보에 주안점을 뒀다. 현재까지 개량된 초지는 361㏊로, 이는 애초 목표였던 201㏊보다 180% 초과 달성한 수치다.
이 같은 사업으로 효과를 보자, 자발적으로 논을 초지로 개량하는 농민들도 늘고 있다.
비엔티안 주 돈쿠앗 마을에 사는 푸콩(38)씨는 "초지는 잘 만들면 벼농사보다 일손이 덜 들고, 소득은 더 좋다. 2㏊ 논을 초지로 바꾸고, 현재 키우고 있는 소 9마리를 20마리로 늘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농촌 마을의 인프라 개선은 마을의 공동체 의식 함양과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다.
우선, 각 마을에는 사업의 중심역할을 하는 마을회관의 신·개축이 이뤄졌다. 또한 29개 마을에 선풍기, 에어컨 등이 설치된 새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가 들어서면서 교육의 질도 더불어 향상됐다.
7개 마을 751개 농가에선 생활용수 공급시설이 설치돼 정수된 깨끗한 물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솜찬 비엔티안 주 비엥캄 마을 이장은 "초지개량, 버섯재배와 마을회관 신축 등 농촌개발사업으로 마을은 큰 성과를 얻었다. 코이카 등 농촌개발사업에 함께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 물고기를 잡아주기 보다 물고기 잡는 방법을
라오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의 특징은 병원, 도로 등 기반시설 구축에만 그친 기존 대다수의 ODA 사업과 달리 '주민참여'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설계, 추진됐다는 점이다.
마을에 도로 하나를 신설 하더라도, 사업예산은 전체 70% 밖에 지원되지 않는다. 나머지 30%는 마을 주민들의 몫이다. 주민들은 돈을 걷어 이를 충당하거나, 노동력으로 대체하며 지난 3년 간 마을 일구기 운동을 이어왔다.
주민 중심의 ODA 사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라-한 농촌개발연수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농촌개발사업의 인재양성을 담당하는 연수원은 라오스 농림부장관령을 근거로 수도인 비엔티안시에 설립됐다.
연면적 1천205㎡ 규모로 대강당, 생활관, 식당, 전시실, 독서실 등을 갖춘 연수원은 지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지역개발 교육과 리더십 배양 교육을 진행해 중앙 및 지방정부 공무원과 시범마을 지도자 900명을 배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교육을 이수한 이들은 사업이 진행 중인 마을로 복귀해 성공적인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을 선도하고 있다.
윤병두 (사)한국농촌발전연구원 이사는 "연수원 수료생들이 마을 곳곳에 연수원 캐치프레이즈인 '푸악하우 햇 다이(We Can Do it)'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활발히 활동 중이다"며 "올해까지 총 1천100명 수료생 배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파파이 연수원장은 "한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라오스에도 농촌개발사업을 이끌 지도자를 양성할 연수원이 설립됐다"며 "한국의 지원이 중단된 후 이를 라오스 정부가 홀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비관적인 의견이 많지만, 연수원이 성공적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라오스 정부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의 또 다른 이름 '새마을운동'
ODA 사업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건 결국 사업이 모두 종료된 이후의 지속가능성 여부다.
전국확산은 고사하고, 예산 부족 때문에 사업이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파파이 원장의 우려처럼 라오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도 내년이면 사업기간이 만료된다. 게다가 예산이 투입되는 건 올해가 마지막이고, 내년은 사업을 라오스 정부에 이양한 채 코이카 등은 사후관리 역할만을 담당한다.
이 때문에 라오스 정부 측도 한국의 추가적인 관심과 지원을 끊임없이 요청하는 상황이다.
싱캄 비엔티안 주 부지사는 "사업 시작 이후 라오스에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제는 2개 주를 넘어 전국으로 확산시켜야 할 과제가 남았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정부의 '새마을운동' 해외 확산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는 이유로 라오스 포함 해외에서 진행 중인 농촌공동체 개발사업들은 정권이 바뀌면서 추가 예산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오성수 코이카 라오스 사무소장은 "라오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은 캄보디아, 미얀마 등 인근에서 진행 중인 유사한 사업 중에서도 모범사례로 꼽힌다"며 "사업의 성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이 기사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취재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