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92세 부친 지고 명산 곳곳 누벼
'농자천하지대본' 삶의 철학 물려받아
추억속 여정 묘사 '시조시인' 등단도
"효(孝)는 모든 행동의 근본이 되는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전효문화진흥원은 지난 6월 '2018 전국 효문화 콘텐츠 공모전'을 진행했다. 만화분야에는 '한국의 효 설화', '부모님의 사랑'이라는 주제가, 캐릭터 분야에는 '이군익 지게효자'라는 주제가 정해졌다.
'지게효자'는 농협 인천옹진군지부에서 근무 중인 이군익(53) 지점장의 별명이다. 그는 2006년, 당시 92세였던 아버지를 지게에 지고 금강산을 올랐다.
'산하면 금강산이지'라고 말하던 아버지에게 금강산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거동이 불편한 탓에 함께 오를 수 없자 이 같은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그에게는 지게효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지점장은 "아버지와 금강산을 가기 전 답사를 다녀왔는데, 도저히 휠체어를 끌고는 갈 수가 없었다"며 "산의 정기를 느끼게 해 드리고 싶어 지게에 지고라도 아버지와 함께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지점장은 이후에도 국내 덕유산과 팔봉산, 중국 산둥성의 태산 등을 아버지와 함께 올랐다. 여정마다 지게가 함께 했다. 그의 지게에는 '農者天下之大本(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글귀가 씌어져 있다.
이는 '농업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근본이 된다'는 의미로, 평생을 농업에 종사하며 살아온 아버지의 철학과 농업에 대한 그의 생각이 담긴 문구다.
이 지점장은 "아버지는 90년이 넘도록 농사를 지으시며 우리 7남매를 번듯하게 키우셨다"며 "농업을 중요하게 여긴 것이 농협에서 근무를 시작하게 된 계기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한 여정을 시조로 적었다. 2012년 아버지를 여읜 후 멈춰 버린 시계를 보며 적은 '둥근 벽시계'라는 제목의 시조는 그의 시조시인 등단작이 됐다. 이를 시작으로 이 지점장은 현재 초우문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대전효문화진흥원에서 진행된 '효 문화 백일장'을 기획, 후원하기도 했다.
이 지점장은 "평생 잊지 못할 아버지와의 여정을 시조로 적고 싶었다"며 "매년 열리는 문학기행이 올해는 대전효문화진흥원에서 진행된 만큼 '효'를 주제로 한 백일장을 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지점장의 지게는 2016년 농협중앙회이념중앙교육원에 전시됐다가 현재는 대전효문화원에 전시돼 있다.
이 지점장은 효에 대해 "선한 마음의 근본에는 '효'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강압적으로 교육하기보다는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배워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