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개항장 이야기' 책 쓴 전경숙 개항 해설사
'개항장 이야기'를 쓴 전경숙 해설사는 어렸을 적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국어 사전을 보며 낱말을 찾아보는 일을 좋아했다고 했다. 인천에서 나고 자라고, 역사 공부를 해 개항 해설사가 된 그는 앞으로도 자신의 경험을 살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

12년간의 기록, 62편 이야기로 묶어
관람객에 전하지 못한 내용들 소개
맹인에 책 읽어주는 '인생 2막' 준비

아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려고 한 '동네 이야기'가 한 권의 책이 됐다.

'중구 개항 해설사 1호'로 지난 6월 정년퇴직한 전경숙(60) 씨가 최근 '박물관 해설사가 들려주는 개항장 이야기'(도서출판 다인아트)를 펴냈다.

해설사라는 용어가 생소하던 2006년 9월, 개항 해설사로 근대건축전시관, 한중문화관, 개항장박물관에서 근무하며 보고 듣고 배운 12년의 기록이 62편의 이야기로 묶였다.

동구 만석동에서 8남매 중 7째로 태어나 줄곧 개항장 일대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온 저자의 목소리는 단아하고 따뜻했다.

22일 인천 신포동에서 만난 전경숙 해설사는 "박물관 관람객들에게 해설하면서 늘 시간이 없어 '비하인드 스토리'를 얘기해주지 못한 게 아쉬웠다"며 "개항장을 배경으로 한 역사적 사건의 원인과 과정, 결과가 늘 궁금했고 그동안 퍼즐 맞추는 기분으로 공부한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고 했다.

전 해설사는 신포동, 자유공원 일대를 걸을 때마다 간간이 보이는 '오래된 건축물'에 관심이 많았다.

인천에 온 외국인에게 개항장 역사를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에 40이 넘어 영어 공부를 하기도 했다. 2003년 중구여성회관이 개설한 '중구 개항 120년사' 강좌를 들으면서 해설사 1·2급 자격증을 땄다.

불혹이 넘어 시작한 공부에 흥미가 붙었다.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에 입학·졸업했고, 2006년 9월 중구청 앞 작은 박물관의 개항 해설사가 됐다.

그가 해설사로 일하며 만난 사람만 10만 명이 넘는다. 일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 중에는 일제강점기 때 신포동에서 태어나 14살 때 고국으로 돌아간 일본인도 있었다.

70이 넘어 '고향' 인천에 온 일본인은 전 해설사가 있는 박물관에 오면 어린 시절 집 근처에 있던 금파(현 청실홍실) 사진을 바라보며 손으로 쓰다듬었다고 한다.

러시아 모스크바 인문대 교수인 따찌아나 심비르체바는 '조선국왕폐하의 건축가 사바친'을 연구할 때 전경숙 해설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사바친은 조선에 20여년 간 머물며 제물포구락부, 인천해관청사, 세창양행사택 등을 설계했다.

전 해설사는 '인생 2막'으로 맹인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개항 해설사로 일하기 전 성당에서 노인을 위한 한글학교 교사로 일한 경력도 있다.

또 도서관, 공부방 등에서 '할머니가 들려주는 우리 동네 옛날 이야기'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계획 중이다.

전 해설사는 "박물관에 있으면서도 단순히 안내하고 해설하는 일뿐 아니라 관람객들에게 많은 정보를 주고 싶었고 그런 일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