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은 26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방문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고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교황은 자녀가 동성애자임을 알게 된 부모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역사적으로 동성애자와 동성애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했다"며 "부모들에게 우선 기도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또 동성애 기질을 지닌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를 비난하거나 그들의 성적 지향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황은 "비난하는 것 대신에 대화하고 이해해야 한다"며 "자녀들이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동성애 기질을 가진 자녀들을 외면하는 것은 부모 자격이 결여돼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부모들은 이 문제에 있어 침묵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자녀가 걱정스러운 특성을 보이기 시작한다면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그러나 성인이 게이로 커밍아웃을 하는 것은 경우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교황의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이탈리아 동성애자 단체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탈리아게이센터의 대변인은 교황의 이런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며 "우리는 병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교황의 발언이 논란이 될 조짐을 보이자, 교황청 공보실은 전날 비행기에서 이뤄진 기자회견 내용을 교황청 출입기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배포한 참고자료에서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교황청 부대변인은 이와 관련, AFP통신에 "교황은 동성애가 정신적 질환이라는 뜻으로 얘기한 게 아니다"라며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문제의 발언을 참고자료에서 뺐음을 시사했다.
한편,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가톨릭의 큰 행사인 세계가정대회 참석을 위해 25∼26일 아일랜드를 찾은 교황은 이틀 간의 방문 기간에 가톨릭 교회 내 성폭력을 방치하고 외면한 성직자 문제에 대해 거듭 사죄하고 재발방지 노력을 약속했다.
교황의 이번 아일랜드 방문은 사제들이 과거에 아동을 상대로 저지른 성폭력을 둘러싼 파문이 다시 가톨릭 교회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과 맞물려 큰 주목을 받았다.
교황은 최근 미국, 칠레,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성직자에 의한 아동 성폭력 사건이 논란의 중심이 되며 교황청이 이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난 주에는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을 상대로 이 문제를 솔직히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이례적인 편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197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39년 만에 교황을 자국에 맞이한 아일랜드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열렬히 환영하는 분위기 한편으로 가톨릭 교회에 동성애를 인정하고, 성폭력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돼 교황청을 당혹스럽게 했다.
아일랜드는 서유럽에서도 가톨릭 전통이 매우 강한 나라 중 하나이지만, 최근 동성 결혼과 낙태를 합법화하고 동성애자 총리를 배출하는 등 가톨릭의 보수적 가치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방향으로 사회가 급격한 변화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또, 아일랜드 방문 이틀째인 26일에는 보수 성향의 이탈리아 대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폭력 의혹에 휘말린 미국의 가톨릭 거목이 저지른 성학대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은폐하고 축소하는 데 가담했다며 교황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공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연합뉴스